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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이별한 모녀, 유전자 검사로 극적 상봉

입력 2014-12-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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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이별한 모녀, 유전자 검사로 극적 상봉


40년간 생사도 알 수 없던 모녀가 유전자 검사로 다시 가족이 됐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본사에서 40년 동안 각자의 삶을 살던 친어머니 최순자(70)씨와 실종아동이던 이정미(46)씨의 상봉식이 있었다.

이날 이씨는 문밖에 있는 어머니를 부르려다 목이 메어 한참을 손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하나 둘 셋' 구호와 함께 떨리는 목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최씨는 오열하다 쓰러져 딸의 부축을 받았지만 한동안 깨어나지 못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모두의 걱정 속에 깨어난 어머니는 딸을 한참동안 붙잡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들의 사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이들 가족은 아버지를 여의고 경제난을 겪자 최씨는 막내딸 이씨와 둘째 딸 이정옥(48)씨를 친척집에 맡겼다. 하지만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 큰아버지는 어머니의 동의 없이 두 자매를 입양 보냈다. 뒤늦게 이를 안 최씨는 두 딸을 찾아 헤맸지만 언니만 찾고 이씨는 찾지 못했다.

그때부터 막내딸을 찾는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됐다. 최씨는 일간지에 사연을 소개하고 지상파 실종가족 찾기 방송에 출연하는 등 셋째 딸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뛰었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사이 가족과 생이별한 이씨는 여러 집을 전전하다 전라도의 한 노부부의 슬하에서 윤정미란 이름으로 자랐고, 양부모가 사망한 뒤에는 서울로 올라와 가정을 꾸렸다.

이씨는 지인의 소개로 자신과 닮은 사람을 만나기도 했지만 가족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허탈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날 이씨는 "친어머니가 나를 버린 것으로 오해해 죽은 줄로 알고 살았다"고 눈물을 훔쳤다.

두 사람에게 '만남의 기적'이 일어난 계기는 유전자 검사였다.

어머니 최씨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지를 통해 유전자 등록으로 실종아동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지난 10월 유전자 검사를 신청했다.

마침 이씨도 가족을 찾고 싶은 마음에 지난해 8월 유전자 검사를 시도했던 것이 주효했다.

지난 15일 국립과학수사원에 따르면 두 사람의 유전자는 99.9% 일치했다. 두 사람이 친 모녀 사이로 밝혀진 순간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지난 해 2만3000여건의 실종아동이 발생됐고 10년 이상 장기로 실종된 가족도 150세대"라며 "이번 일로 다른 실종아동도 가족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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