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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모를 무형문화재…검증 과정서 잡음 끊이지 않아

입력 2014-11-13 22:27 수정 2014-12-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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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통의 놋그릇이나 병풍을 만드는 장인들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서 보호하죠. 기술 보유자가 세상을 떠나면 그 기술을 전수받은 사람이 심의를 거쳐 다시 무형문화재가 됩니다. 당연히 엄중한 검증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정아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월, 문화재청은 홍모 씨를 중요무형문화재 제102호 배첩장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분야 관계자들이 홍 씨의 이력과 심사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손용학 회장/한국표구협회 : 그 사람이 만약에 배첩장으로 지정되면 우리나라 문화재 다 망친다, 이거 막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에요.]

홍 씨는 지난 9월 별세한 국내 유일의 배첩장, 김표영 선생에게서 기술을 배웠다고 주장했지만, 김 선생은 생전에 홍 씨를 제자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고 김표영/중요무형문화재 제102호 배첩장 : 내 심정은 솔직한 이야기가 그런 사람이 되면 안 돼. 오죽하면 나를 꺾어 내리고 스승이라고 해가면서 말이야.]

이 분야 관계자들은 문화재청에 근무하는 홍 씨 아들 내외가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됐습니다.

[박모 씨/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며느리부터 너무 주도면밀하게 이걸 준비해왔기 때문에. 홍모 씨가 나타날 때마다 담당자는 며느리였거든요. 홍모 씨가 무얼 할 때마다.]

문화재청이 재심에 나서 홍 씨에 대한 인정 예고를 취소했지만, 선정 과정의 의혹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2011년 이모 씨는 유기장 분야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이 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인 이봉주 유기장으로부터 기술을 배웠다고 주장했고, 이 점이 지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봉주 유기장은 이 씨를 가르친 적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봉주/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 : 그 사람이 이봉주한테 배웠다고 하는데, 우리 사무실에서 1~2년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 사람이랑 같이 현장에서 일해본 적 없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바로 무형문화재 지정이 공모를 통해 이뤄지는데, 심의과정이 거의 서류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양모 씨/지방 무형문화재 : 이수자 하는데도 서류를 네 번인가 돌려보내서 다시 해갔어요. 글자 두자가 틀렸다 석자가 틀렸다, 그러니까. 공무원 시험 보는 것도 아니고.]

서류상 경력이 부풀려져 있어도 내용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모 씨/지방 무형문화재 : 나일론(엉터리) 문화재들이 너무 많아요, 쉽게 말해서 서류 문화재가 있다니까요. 글 잘 써서 올려서 문화재가 되는 사람들.]

해당 분야 비전문가가 심사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봉주/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 : 누구든지 (공모)하라고 하고, 심사위원이 나와서 심사할 줄 모르는 놈이 와서 점수를 매겨주고 점수제로 하거든요.]

최근 문화재청은 무형문화재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입니다.

[이칠용 회장/한국공예예술가협회 : 제3자가 수긍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계속 논란이 될 것이고 누구든지 시시비비를 걸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허술하게 무형문화재가 선정되는 동안 소중한 우리 문화의 명맥이 끊어지고 있습니다.

+ + +

본 방송은 지난 11월 13일 뉴스룸 프로그램에서 "정체모를 무형문화재-검증과정서 잡음 끊이지 않아"라는 제목으로 중요무형문화재 배첩장 보유자로 인정 예고되었던 홍모 씨를 고 김표영 선생이 생전에 제자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보유자 인정 예고자 선정 과정에서 아들 내외가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홍 씨의 배첩장 보유자 인정 예고자 선정에서 아들 내외가 관여한 바가 있다는 보도는 확인된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홍모 씨는 "고 김표영 선생이 본인을 제자로 인정하는 확인서를 문화재청과 관할지자체에 수차례 제출한 바 있고, 문화재청에서 후원하는 기능 공개행사에 매년 함께 참석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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