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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놓은 유일한 다리…"불법 시설물" 강제 철거

입력 2020-11-17 21:11 수정 2020-11-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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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 원주에 있는 점말마을입니다. 지금 부수고 있는 이 다리는 주민 20여 명이 유일하게 마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입니다. 주민들이 3년 전에 직접 다리를 놓았는데, 원주시는 불법 시설물이라며 오늘(17일) 강제로 철거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조승현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건장한 사람들이 잰걸음으로 다리를 건넙니다.

마을 어귀에 도로를 막습니다.

잠시 뒤, 굴삭기 2대가 다리를 부숩니다.

4시간 만에 100여m 길이의 다리 한가운데가 끊어집니다.

강원도 원주시 점말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다리가 철거된 겁니다.

점말마을은 15가구, 20여 명이 사는 작은 동네입니다.

사방이 섬강에 둘러싸인 섬 같은 곳입니다.

뛰어난 자연환경으로 농촌체험관광지로 입소문이 났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없어서 비가 오거나 강이 얼면 고립되기 일쑤였습니다.

실제 이 마을은 행안부가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한 곳이기도 합니다.

주민들은 원주시와 국토관리청에 다리 설치를 요구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임시 다리를 놔주라고 권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원주시 측은 임시다리는 폭우 등 재해를 견디기 어렵다며 반대했습니다.

건설비용이 100억 원이 넘는 정식 다리도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주민들은 돈을 모아 3년 전 임시 다리를 시 허가 없이 직접 놨습니다.

주민들이 다리를 지키려고 소송도 냈지만, 시가 이겼습니다.

주민들은 고립되지 않게 다리를 놓은 뒤 철거하라며 맞섰습니다.

지난달 시가 강제 철거에 나섰을 땐 온몸으로 막았습니다.

오늘은 예고 없이 집행이 이뤄져 충돌은 없었습니다.

[강원 원주시 점말마을 주민 : 어떻게 다녀? 지금 물이 얼고 그러는데. 겨울철에 내년 5월까진 까딱없는데.]

[원주시 공무원 :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는 거니까 그것만 이야기하시라고요.]

원주시는 철거 비용을 주민에게 물리고, 집단 이주도 제안할 계획이어서 또 다른 충돌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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