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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부자들의 빵에는 다른 사람의 고통 배어 있다"

입력 2016-02-15 16:57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사회"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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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사회" 질타

교황 "부자들의 빵에는 다른 사람의 고통 배어 있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패한 부자와 관료, 엘리트 등 소수 특권층들에게 연일 매서운 질책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N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빈자들의 대변인'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멕시코시티 위성도시이자 대표적인 빈민지역인 에카테펙을 찾아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사회(a society of the few and for the few)"를 질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교황이 집전한 에카테펙 미사에는 30여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교황은 미사를 집전하면서 특권층 사람들의 허영과 자만을 향해 쓴 소리를 날렸다. 교황은 "(소수 특권층의) 부에는 아픔과 비통함, 괴로움의 맛이 배어 있다. 부패한 가족 혹은 사회가 그런 빵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물질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고역으로부터 나온 빵을 먹는 것과 같다"고 설파했다.

교황은 군중들에게 멕시코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민을 갈 필요가 없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라고 호소했다. "죽음의 거래자들"인 마약상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

교황은 멕시코 사람들에게 악마에 굴복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악마와 대화를 하려고 하지 마라. 악마가 항상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카테펙은 거대한 '저승사자(Santa Muerte, 죽음의 여신)' 상으로 유명한 곳이다. 해골 모습에 긴 망토를 걸치고 큰 낫을 든 저승사자의 모습이 이곳에서 비롯되었다. 에카테펙에 있는 저승사자 상은 아메리카 전역에서 매년 수백만의 순례 객과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이날 미사에서 교황은 에카테펙의 저승사자에 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로마 교황청은 가톨릭과 결합된 중남미 지역의 토착 미신 때문에 당혹해하고 있다. 남미의 토착미신에 관한 책을 쓴 앤드류 체스넛은 "멕시코 교회는 프로테스탄트의 교세 확장에 대해 많은 염려를 하고 있다. 또한 멕시코인들이 숭배하는 토착 성인들과도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카테펙은 해발 2250미터 고지대에 위치한 인구 165만 명 정도의 도시이다. 도시 이름인 에카테펙은 아즈텍계 언어인 나와틀어로 '바람이 부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이에 앞서 13일 교황은 대통령궁에서 멕시코 지도자들은 마약 폭력으로 고통 받는 시민들을 위해 진정한 정의를 구현하라고 촉구했다. 주교들에게는 용기 있게 재앙과 맞서 싸울 것을 주문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10만 명 이상이 마약관련 폭력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고, 2만 6000명 이상이 실종됐다.

교황은 "사회·문화·정치 지도자들은 시민들의 삶에 필수적인 물질적, 정신적 재화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주거와 고용, 음식 등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정의와 효율적인 보안, 건강과 평화로운 환경으로 국민을 인도하는 것이 지도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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