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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5년간의 보험 서류…고객·당국엔 1년째 '쉬쉬'

입력 2020-06-03 08:45 수정 2020-06-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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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대형 보험사에서 5년 동안의 보험 서류 원본이 파기가 됐습니다. 1년 전에 벌어진 일인데 그동안 이 사실을 알리지를 않았습니다.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화성시의 DB생명 인재개발원입니다.

저희 취재 결과, 이곳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보험 청약서 등 고객 관련 문서가 54만 건 넘게 사라졌습니다.

해당 서류가 사라진 걸 DB생명이 확인한 건 지난해 5월입니다.

당시 DB생명 준법감시팀이 작성한 문건입니다.

자체 조사 결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작성된 보험 서류 원본이 모두 폐기됐습니다.

청약서, 알릴 의무사항, 상품설명서 등 16종, 54만 2000여 건에 달합니다.

고객 숫자로 따지면 37만 8000여 명입니다.

DB생명은 '스캔본'이 있어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DB생명 관계자 : 박스에 정확하게 이게 무슨 자료라고 표기가 안 돼 잘 모르고 파기를 한 겁니다.]

상법은 중요서류를 10년 동안, 상법 시행령은 고객의 서명이 담긴 서류는 원본으로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폐기된 보험 청약서, 알릴 의무사항, 상품설명서 등 문서엔 고객 서명이 들어갑니다.

DB생명도 이런 법적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검토해 '청약서 원본 등 보존 의무를 위반'했다고 파악했습니다.

[김계환/보험 전문 변호사 : 보험상품의 중요한 내용 설명하고 설명했다는 근거를 남겨놔라 거든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에서 그런 의미로 보관하라고 했는데 이걸 부주의해서 폐기했다고 하는 건 결국 소비자 보호 의무를 해태(게을리)했다고 보는 게 맞겠죠.]

하지만 DB생명은 1년 넘게 고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금감원이 감사나 제재를 하거나 언론에 알려질 가능성을 걱정했습니다.

또 보험금을 둘러싼 소송에서 원본을 제공할 수 없는 문제도 검토했습니다.

보험사가 계약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등으로 다툴 경우, 고객이 자필서명한 문서가 맞는지 필적 감정이 필요합니다.

[이용환/보험 전문 변호사 : 과거 질병 여부에 대해서 설계사들이 임의로 작성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5년 이내에 어떤 병원에 가서 치료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런 것 괜찮아요. 제가 사인할게요' 해서 사인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런 소송에서 원본은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이 때문에 스캔사본에 '원본과 동일하다'는 도장을 찍어 고객에게 내주자는 대응책까지 제시됐습니다.

DB생명은 이 대응책은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으로 당시 결론 내렸다고 해명했습니다.

[김득의/금융정의연대 대표 : 보험사 사이트에서 원본이 폐기된 고객들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되고. 원본이 폐기된 고객에겐 스캔본이 본인 것이 맞는지에 대한 재동의 절차가 있어야 하죠.]

금감원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조사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디자인 : 정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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