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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는 일은 안 하고 허튼짓'…조직 먹칠하는 공무원 범죄

입력 2017-06-22 10:59

술 취해 난동·예산 횡령·도박·후배 성희롱 등 가지가지
처벌은 솜방망이…"조직 내 책임 묻는 풍토 조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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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난동·예산 횡령·도박·후배 성희롱 등 가지가지
처벌은 솜방망이…"조직 내 책임 묻는 풍토 조성해야"

'하라는 일은 안 하고 허튼짓'…조직 먹칠하는 공무원 범죄


좋은 직장의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세 가지가 꼽힌다. 고용 안정성, 평균적인 월급, 비교적 적은 노동시간.

이 조건을 두루두루 갖췄다고 평가받는 공직사회가 일부 공무원의 범죄로 얼룩지고 있다.

범죄 유형은 만취 난동, 도박, 몰래카메라 설치, 보조금·예산 횡령, 뇌물수수 등을 망라했다.

◇ "공복 맞나?"…술 취해 난동·도박에 후배 희롱까지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지난달 술 취해 구급대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을 휘두른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공무원 A(5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5월 8일 오후 10시 5분께 창원시 의창구 도로에서 자신을 구급차에 태우려던 구급대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술에 취해 길 위에 쓰러져 있다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이었다.

한 김해시 공무원은 지난달 3일 여성화장실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전북경찰청은 귀농·귀촌 보조금으로 자신의 집을 수리한 혐의(사기)로 고창군청 B(58) 과장을 불구속 입건하고 이달 초 기소의견을 검찰에 송치했다. B 과장은 2014년 6월 귀농·귀촌 지원금 1천만원을 받아 아내 명의의 집을 수리하고 거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후배 여성 공무원에게 성적 수치심이 드는 시를 보내 성희롱한 혐의로 대전시 6급 공무원을 이달 초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전북 완주군청 6급 공무원은 회식비와 목욕비 등 갖가지 명목으로 뇌물 2천100여만원을 받고 공문서를 조작했다가 징역 1년 6개월, 벌금 4천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15일에는 인천시 서구 심곡동 한 식당에서 서구청 문화관광체육과 건설과 6급 공무원 2명 등 3명이 속칭 '고스톱' 도박을 하다가 행정자치부 암행감찰반에 적발되기도 했다.

◇ "그들에겐 법은 멀었고 돈은 가까워"

비리 공무원들에겐 법은 멀었고 돈은 가까웠다.

골재채취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긴 의혹을 받는 전북 익산시청 한 국장은 현재 불구속 입건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업체에 내려진 채석중지명령을 지난 1월 풀어주고 1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지난달 말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보조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 등)로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공무원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충남 아산지역 가축분뇨사업과 관련해 적정성 여부를 비롯해 인허가 과정에서 1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최근 도박 빚을 갚으려고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국고 등 손실 등)로 기소된 충남 모 자치단체 공무원 C(3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3억5천4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회계업무자인 C씨는 지난해 40여차례에 걸쳐 납품업체에 예산을 허위·초과·이중 지급하거나 법인카드를 허위지출하는 수법으로 예산 3억5천400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에는 청주시청 7급 공무원(49)이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돈과 관련한 공직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4월 9급 공무원부터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무원의 세전 월 평균소득이 51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공무원 박봉론'이 국민 일반의 대체적인 인식과는 동떨어져 있는 통계로 해석된다.

◇ "우리끼리 왜?" 솜방망이 처벌…"모범 보이고 책임 묻는 풍토 조성해야"

이처럼 공무원 범죄가 근절되는 않는 이유로 경직된 공직사회의 풍토와 느슨한 징계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1∼2015년 지방공무원 1만2천376명이 각종 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품위 손상(60.3%)이 가장 많았고, 직무태만, 복무규정 위반, 금품수수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도 공직사회에 만연한 제 식구 감싸기 풍토 탓에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다.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받은 공무원은 2천59명(16.6%)에 불과했다.

감사원이 지난 5년간 징계를 요구한 4건 가운데 1건은 소속 부처에서 감경됐다.

감사원이 파면·해임·강등 등 중징계를 요구한 429건 중 110건이 한 단계 이상 낮은 수준의 징계로 처리된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공무원들에게 일반인 이상의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공직비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며 "비리, 횡령 등의 범죄는 목전의 이익과 이해관계에 눈이 멀어 반복하는 만큼 내부 자정능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창엽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공직비리를 근절하려면 공무원들의 자질과 소양에 대한 끊임없는 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들이 국민과 주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사회에 일탈을 묵인하고 일벌백계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하다"며 "징계를 받더라도 소송 등을 거치면 감경해주는 등의 분위기를 깨고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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