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세월호 탑승자 가운데 초등학교에 이제 갓 입학한 조모 군은 가족과 첫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가 구조됐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아직 차가운 바닷속에 있고 형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지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5일 오후 9시, 8살 조모 군은 엄마, 아빠 그리고 네살 터울 형과 함께 세월호에 올랐습니다.
가정 형편은 어려웠지만 어느 하나 부러울 것 없이 단란했던 가족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끔찍한 악몽을 맞게 됩니다.
[지대만/조모 군 외삼촌 : 아침에 사발면을 먹고 찌꺼기를 버리러 나간 사이에 둘째가 아빠를 따라나간 거예요.]
조군이 잠시 혼자 놀러 간 사이 배가 기울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겁니다.
배의 갑판 쪽에 있던 조군은 다행히 구조됐지만, 아빠와 엄마, 형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조군의 아빠는 남을 먼저 챙겼습니다.
[지대만/조모 군 외삼촌 : 구명조끼를 나눠 입는 과정이 있었나봐요. 자기가 조끼를 받고 다른 사람에게 넘겨줬대요. 그 정도로 바르고 착한 사람인데.]
결국 이틀 뒤 형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고, 조군의 부모는 아직도 소식이 없습니다.
[조군 할머니 : 살랑살랑 흔들고 가는거야. (여행간다고) 좋아가지고…그게 마지막일 줄이야 몰랐죠.]
하지만 조군은 지금도 가족들이 곧 돌아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지대만/조모 군 외삼촌 : (아이에게) 아빠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명심하고, 바르고 착하게 자라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