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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개'인가

입력 2017-04-2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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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비가 갠 목포신항은 온통 노란빛으로 가득했습니다.

이틀 전부터 선체수색이 시작된 세월호. 울타리 앞 4차로를 가득 메운 시민, 거리를 가득 채운 노란빛의 추모 그림.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라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하나하나의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수백, 수천으로 피어난 노란 빛은 마치 와와~ 하고 피어난 개나리처럼 봄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개나리는 한 송이로는 보잘 것 없을지 모르지만 함께 무리지어 있을 때 아름다운 꽃.

생각해보면 이곳은 물려받은 권력, 혹은 소년등과를 통해 권력을 잡았던 이들이 지배해온 '엘리트의 나라'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치유하고 지금의 봄을 당겨온 것은 그저 흔하디흔한 우리 주변의 개나리 같은 소소한 시민들이었습니다.

개나리라는 꽃은 나리라는 꽃 이름 앞에 흔하고 보잘것없다는 뜻의 '개'자를 붙인 것… 반대가 되는 접두사는 '참' 정도가 된다고 하니 어찌 보면 '개' 라는 접두사는 드물고 희귀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였을까…"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개인가" 이어령 선생은 이렇게 말했더군요.

"시대의 변화를 제일 먼저 예고하고 그 기운을 가장 먼저 표현하는 것은 백합이나 장미 같은 소수의 천재들이 아니라 개나리처럼 줄지어 피는 슬기로운 대중들" 이라는 것입니다.

하긴 지금으로부터 57년 전의 봄날, 4월 혁명을 통해 이 땅의 민주주의를 되찾아온 것도 거리로 떨쳐 나온 수많은 시민, 즉 개나리들이었습니다.

눈부셨던 목련이 지고 짧았던 벚꽃은 지나더라도 지금도 봄을 지키고 있는 개나리꽃과 봄을 당긴 수많은 마음과 마음….

아직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이들 역시 몸과 마음을 모아서 끌어당길 수 있기를, 그리고 한 표 한 표 시민의 힘을 모아 모두의 봄을 끌어당길 수 있기를….

노란 리본으로 흐드러진 목포신항과 노랗게 흐드러진 개나리를 보며 또다시 생각합니다.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개인가'

오늘(20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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