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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공약 물거품…노동계 거센 반발 예상

입력 2019-07-12 09:39 수정 2019-07-12 09:39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9% 그쳐…박근혜 정부보다도 훨씬 낮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이어 인상 폭 크게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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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9% 그쳐…박근혜 정부보다도 훨씬 낮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이어 인상 폭 크게 낮춰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물거품…노동계 거센 반발 예상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만에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 현실화했다.

현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 공약이 후퇴한 것으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천59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8천350원)보다 240원(2.9%) 오른 금액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의결한 2010년 적용 최저임금(2.6%)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에 해당하는 2013∼2016년 최저임금위원회는 해마다 7∼8%의 비율로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다음 달 8일 고용노동부의 고시로 확정되기까지 노사 단체의 이의 제기 등 일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변이 없는 한 최저임금위원회 의결 그대로 확정된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깨진 것이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매년 같은 비율로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2022년 적용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내년과 2021년 심의에서 각각 7.9%의 인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분위기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최저임금 1만원은 2017년 대선 당시 모든 후보가 내건 공약이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저임금 노동에 기반한 후진적인 성장 구조를 더는 유지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는 의욕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으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경영계는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2018년 적용 최저임금을 16.4% 인상한 직후부터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는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노동계의 반대 속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떨어뜨렸지만, 속도 조절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월별 취업자 증가 폭을 포함한 고용 지표가 악화하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이라는 주장이 확산했고 속도 조절론도 힘을 얻었다.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홍영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부 여당 핵심 인사들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올해 적용 최저임금의 인상률은 10.9%였다. 한 해 전과 비교하면 속도 조절로 볼 수 있지만, 경영계는 2년 연속 급격한 인상을 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최저임금 의결 직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공약을 실현할 수 없음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둔 지난 5월에는 KBS 대담에서 "그때 공약이 2020년까지 1만원이었다고 해서 그 공약에 얽매여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돼야 한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속도 조절에 무게를 실어줬다.

정부가 올해 들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한 것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위한 수순으로 해석됐다.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은 최저임금위원회를 이원화해 전문가들이 정한 구간 안에서 노·사·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는 것으로, 전문가의 개입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포함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돼 내년도 최저임금은 기존 결정체계로 심의하게 됐지만, 공익위원 8명의 집단 사의 표명으로 최저임금 심의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이 대폭 교체됐다.

기존 공익위원들이 물러나고 '친(親)노동' 색채가 덜한 공익위원들로 채워졌다. 이 또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의 포석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경영난 같은 부작용은 재벌 중심 경제구조의 개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정공법을 주문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있다고 움츠러들 게 아니라 보다 과감하고 전면적인 개혁으로 부작용을 해소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은 정부가 개혁의 확산보다는 후퇴를 선택한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노동시간 단축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현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공약이 줄줄이 희석되거나 후퇴하고 있다고 노동계는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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