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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키워드] 스위스 비밀계좌…누가? 어떻게? 얼마나?

입력 2015-02-13 21:36 수정 2015-02-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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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가 지난주부터 매주 금요일 이 시간에 이지은 기자의 '뉴스키워드'를 만들어서 여러분께 선보여드리고 있는데요. 지난주엔 드론을 소개해드렸고요, 이번 주엔 말씀드린 대로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가 과연 무엇이냐,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이지은 기자의 뉴스키워드입니다.

[기자]

역대 최강급 스파이 본. CIA에 쫓기는 그가 황급히 한 은행을 찾아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만이 아는 비밀계좌를 댑니다.

그 속엔 본이 예치해 놓은 물건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최근 스위스 HSBC의 비밀계좌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탈세에 이용됐다는 의혹 때문인데요, 200여 개가 넘는 나라에서 10만여 계좌. 총 약 128조 원이 넘게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230억 원, 20개의 한국인 계좌도 발견됐다고 하는데 국세청은 탈세 여부 조사에 대해 함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밀계좌, 여러분은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198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스위스 은행원 2명이 체포됐습니다.

이탈리아 검찰은 예금주 신원을 밝히면 풀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한 명은 고객의 신상을 밝혀 바로 석방됐습니다.

다른 한 명은 끝까지 비밀을 지켰지만 이탈리아에서 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복역 후 스위스로 돌아온 은행원은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고객의 비밀을 지킨 것에 대한 포상이었습니다.

반면 고객 신원을 누설했던 은행원은 기소돼 벌금을 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스위스 비밀계좌의 핵심입니다.

돈을 맡긴 고객의 신원과 예금액에 대해 철통처럼 비밀을 지킵니다.

계좌의 존재는 물론 거래 내용도 비밀입니다.

이렇게 자금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소위 검은 돈들이 마구 들어왔던 겁니다.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는 낭트칙령을 폐지했습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교도 상당수가 스위스로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은행업을 펼칩니다.

19세기엔 영세중립을 발판으로 '비밀주의'를 핵심 영업전략으로 앞세웁니다.

비밀 보장을 법으로 만든 것은 2차 세계대전 즈음이었습니다.

나치는 스위스 은행에 돈을 예치한 유대인 명단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스위스 정부는 이를 거부했고, 1934년엔 은행법을 바꿔 비밀계좌를 공식화했습니다.

이후 세계에서 드러나기 꺼리는 돈들이 대거 몰려들게 된 것입니다.

스위스 은행은 300여 개로, 5조 3000억 스위스프랑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51%가 해외 고객의 돈이고, 그리고 이 가운데 프라이빗 뱅킹, 비밀계좌 자산 규모는 약 2조 1000억 스위스프랑, 우리 돈으로 약 2500조 원에 달합니다.

히틀러는 현재 가치로 약 6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스위스 비밀계좌에 숨겨뒀고, 오사마 빈 라덴의 자금 후원자들도 비밀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도 스위스 은행의 고객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스위스 은행에 비밀계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희가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스위스 A은행 PB담당자 (스위스 본점서 아시아지점 연결) : (Q. 한국에서 비밀계좌 열 수 있나?) 아시아 대부분 지역을 담당하는데 한국은 계좌를 열 수 없는 예외국가입니다. (Q. 타 국가에 살면 계좌 열 수 있나?) 네, (중국의 경우) 오래 거주해야 합니다. 최소 1년 살고 세금을 내면 (가능합니다.) (Q. 비밀계좌 개설 비용, 유지비는?) 개설에 최소 200만 달러 (22억원) 1년 유지비용 800스위스프랑 (95만원)]

300년간 철통같은 고객 비밀주의를 지켜온 스위스 은행, 하지만 최근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이번 HSBC 비밀계좌 파문은 물론, 2009년에도 스위스 은행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스위스 은행인 UBS는 일부 자산가들의 탈세를 도운 혐의로 미국 국세청에 소송을 당했습니다.

이때 이를 철회해 주는 조건으로 고객의 명단을 넘긴 바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되는 압박 속에 스위스 은행들의 자세가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스위스 정부가 자국 은행에 외국인이 개설한 계좌 정보를 각국과 자동적으로 교환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비밀주의는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비밀계좌로 상징되는 스위스 은행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그보다 더 궁금한 건 이번에 드러난 20개의 한국인 계좌, 과연 그 주인은 누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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