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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통령 '배신의 정치' 발언은 선거법 위반?

입력 2015-06-2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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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 파장이 오늘(29일)도 정치권에서 이어졌는데요. 새롭게 제기된 논쟁도 있습니다. '누구를 다음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는 얘기가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 아니냐라는 그런 비판이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맞다 틀리다 얘기도 많았습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먼저 어떻게 문제제기가 된 건지요?

[기자]

대통령의 이 발언이 나온 게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죠?

개정안 합의를 비판하면서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한다"고 말한 건데, 배신이라면 여당이 대상이고, 합의를 한 건 원내대표 아닙니까?

그러니 대부분 매체에서 이렇게 사실상 대통령이 대구 유권자들에게 유 대표의 낙선을 종용한 것으로 해석을 했던 겁니다.

[앵커]

이튿날 곧장 유 원내대표는 사과를 했습니다. 아마 이런 발언을 의식해서라고 봐야 되는 건가요, 그러면?

[기자]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인 조국 교수가 SNS를 통해 '특정 정치인을 낙선시키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법적으로 탄핵 사안까진 아니더라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상당하다'고 지적했고, 오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도 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입니다.

[앵커]

그동안은 사실 '누구를 지지해 달라.' 아니면 '어느 당을 잘 되게 해 달라.' 이렇게 해서 선거 개입 논란이 있었던 건 사실인데 이 경우에는 같은 당 인사를 안 되게 해 달라는 쪽으로 해석될 수가 있어서 좀 이례적이라고 보이기도 하고, 또 이걸 어떻게 위법으로 볼 수 있겠느냐 하는 것도 제기됩니다.

[기자]

논란의 근거가 되는 법이 공직선거법 9조 1항입니다.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돼 있습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또 대상이 누구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안 된다는 거죠.

그동안 이와 관련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판단이 좀 엇갈린 면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때인데, 당시 노 대통령은 총선 앞두고 열린우리당을 공개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되고 탄핵심판까지 받게 됐습니다.

[앵커]

탄핵소추안은 기각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은 맞다는 결론이 나왔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때 헌재에선 어떤 내용으로 설명했었느냐 하면, '선거에 임박한 시기에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결정이었는데요.

이후에도 고위 공직자의 선거개입은 종종 문제가 됐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유정복 당시 안행부 장관이 인천시장에 출마하면서 "대통령께서 '능력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하지만 선관위에서는 의례적인 발언이라며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고, 앞서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김성식 후보가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자신을 지지하는 동영상을 보냈다 해서 올린 적이 있는데, 이 역시 덕담 수준의 메시지일 뿐이므로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각각의 상황이라든가 발언 수위라든가 이런 걸 종합해서 판단하는 거겠죠. 이번 경우에는 선관위에서는 뭐라고 얘기를 할까요?

[기자]

선관위에 직접 물어봤는데 답변 들어보시죠.

[중앙선관위 관계자 : 일단은 공직선거관리법 위반은 아니라고 하고요. 위반은 아닌 게 의회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정치적 행위인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정치 의사표현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실제 문장을 따져보면 국무회의 발언 앞부분에서 '여당의 원내사령탑', 즉 유승민 대표의 잘못을 직접 언급하는 듯했지만, 원내사령탑'도'라는 조사를 사용해 이후의 대상을 일반 여야 정치권을 포괄했단 이야기가 나옵니다.

[앵커]

원내 사령탑'이' 이랬으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된 문장을 보면 '선거를 통해 심판해달라'는 대상이 '배신의 정치'인 거지, 유 원내대표라고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니 선관위에선 '이건 전반적인 의회를 대상으로 비판적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앵커]

그러면 선관위 해석은 그렇고, 다른 전문가들 이야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워낙 논쟁적 사안이라 여러 전문가에게 들어봤는데, 앞서 선관위의 해석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었고, "아니다, 이건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한 게 맞지만, 그렇다고 선거법 위반까진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반면에 과거 헌재가 선거법 위반 요건으로 제시했던 게 계획성, 능동성, 적극성 이런 거였습니다.

이런 것들이 이번 대통령 발언이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또 이건 공직선거법 위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삼권분립을 무시한 심각한 사안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동안 사례에서도 아무튼 결과가 엇갈렸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것으로 나오는 모양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취재하면서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에게도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공직선거법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는데, 그래서 선거 때마다 선관위의 해석을 물어야 결과를 알 수 있는 것도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까 한 교수 이야기대로 이번 발언의 위법성은 내년 총선 때 유승민 대표에게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통해서도 드러날 텐데, 매번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의 정치중립 문제, 이참에 잘 정리하고 갈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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