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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안법' 논란, 뒤섞인 루머-사실 따져보니

입력 2017-02-01 22:26 수정 2017-02-0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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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안법', 지난주부터 이슈가 된 법의 이름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런 사진도 확산되고 있죠. '옷 값 폭등', '소상공인 몰락'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래서 저희가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결과는 루머와 사실이 뒤섞여 있다는 겁니다. 지금부터 확인해보죠.

오대영 기자, 제보가 상당히 많이 들어왔죠?

[기자]

네, 그 제보 내용들을 저희가 다 담지는 못했습니다. 아까 보여드린 사진이 온라인에서 굉장히 많이 돌고있는데, 이 내용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해드리겠습니다.

제일 위에 '앞으로는 의류 등 국가인증마크를 받지 않으면 판매가 금지된다', 이거 사실입니다.

두 번째, '중고 판매도 처벌된다',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중고 판매는 옷은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일 아래, '대기업만 이득을 본다. 소상공인 몰락한다', 이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립니다. 소상공인의 피해가 가는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앵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해야되는데, 오늘 취재 과정에서 정부의 새로운 입장을 들었다면서요?

[기자]

네, 정동희 국가기술표준원장과 통화하면서 새로운 정부의 입장이 파악됐습니다. "소상공인의 경쟁력과 창의력을 해치지 않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

지난 2주간의 논란에 대한 입장인데, 법 개정의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오늘 팩트체크는 왜 그런 논란이 일었는지, 어디까지 사실이었고, 어느부분이 과장이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일단 법 자체가 어렵습니다. 설명을 좀 해주시죠.

[기자]

전안법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입니다. 기존의 두 법(전기제품안전법+품질안전법)을 합쳐서 만든 건데요. 이런 전자제품, 옷 등의 안전규정을 담고 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이런 품목들에 대해 전안법이 시행되면 KC 인증이 의무화된다, 정부에서 인증하는 인증이 의무화된다는 거고. 그러면 비용이 급증하니까 옷 등의 제조업자인 소상공인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입니다.

[앵커]

소상공인 몰락이 몰락한다면 문제가 많은 법 아닙니까?

[기자]

일단 'KC 인증'이 뭔지 보겠습니다. 세 단계로 나뉘는데요.

첫 번째, 안전 인증 대상. 재생타이어나 라이터, 비비탄총, 압력밥솥…. 상당히 위험해 보이죠. 이런 것들은 반드시 인증을 받아서 KC 마크 밑에 인증번호까지 박아야 합니다. 이게 비용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든다고 합니다.

두 번째, 안전 확인 대상. 건전지, 도어락, 스키…. 첫 번째에 비해선 안전 위험성이 덜 한 품목인데요. 이건 인증이 아닌 검사 기관의 안전성 확인만 받으면 됩니다. 그래서 인증 번호가 아닌 신고 번호라고 되어 있습니다. 비용도 더 싸고 간소합니다.

세 번째, 공급자 적합성 확인 대상. 이건 제조자 스스로 만들어 놓고 안전성 검사를 합니다. 예를 들어 옷을 만들었을 때 원단 하나 당 6~7만원 정도 든다는 게 기술표지원의 설명인데요. 그 뒤에 스스로 KC마크를 찍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지금 논란이 큰 의류는 저 3번에 해당되네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이게 인증은 아닙니다. 인증은 첫 번째고요.

그래서 저희에게 품목별로 인증을 받는데 옷 한벌에 수십만원씩 든다고 제보하신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기술표준원 확인 결과, 원단 한 품목당 6~7만원이라고 합니다. 수십만원이라는 건 과장된 정보입니다.

또 하나 과장된 정보는 전안법이 생기면서 의류잡화가 새롭게 규제 대상이 된다,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건데요.

기존에 실시됐던 법과 달라진 건 없습니다. 품목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왼쪽의 숫자는 전안법에 대한 품목 숫자이고, 나머지 두 가지는 기존법에 있는 품목 숫자입니다. 합하면 갖죠. 품목이 똑같습니다.

[앵커]

그러면 전안법으로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 소상공인들은 반발하고 있잖아요.

[기자]

지금부터가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요. 소상공인들이 그렇다고 새롭게 피해를 안 본 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굉장히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는 부분인데요.

옷 제조업자의 경우, 원단을 도매상을 거쳐서 삽니다. 그래서 옷을 만들죠. 그리고 원단의 안전성 검사는 누가 해야 될까?

원단 업체에서 하는게 맞지만, 이게 의무가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원단은 전안법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제조업체는 전안법의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원단 업체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결국 옷 제조업체가 그 비용을 떠안게 됩니다. 지금 소규모 제조업체가 반발하는 건 이런 추가비용 가능성 때문입니다.

기술표준원 취재결과 그렇게 되지 않게 하겠다고 하지만, 현행법 구조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저희 판단이었습니다.

한 품목당 수십, 수백만원의 인증비용이 든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굉장히 많은 가격인상 요인이 된다고 제보해주신 분의 내용은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간 소상공인이 부담하지 않던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겁니다.

[앵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몇 만원이라도 충분히 부담될 수 있는 것이죠.

[기자]

오늘 취재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파악한 건 이겁니다. 정부 부처에 따라서 규제 대상이 다르다는 겁니다.

제조업체의 안전규제는 '산자부' 산하의 '기술표준원'이 담당합니다. 그런데 제일 왼쪽에 원단을 제작할 때 유해성 규제는 '환경부'가 합니다. 그런데 환경부 기준과 '전안법' 기준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3.0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법따로 부처따로'입니다.

[앵커]

그러면 제조업체 말고, 수입업체는 어떻습니까. 상황이 좀 다른가요?

[기자]

병행 수입 업체가 반발을 하고 있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구해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서류가 독점 수입 업체에게는 직접적으로 갈 수가 있는데, 병행 수입 업체는 여러가지 유통과정을 거치다보니 시험성적서를 곧바로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시험성적서가 없으면 병행 수입 업체는 하루 아침에 불법이 되는 겁니다.

병행 수입은 현 정부가 '독과점'을 깨겠다며 대대적으로 장려한 분야입니다. 물가안정에 중요하다고 키운 업계인데, 정부가 만든 법으로 흔들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앵커]

이게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군요. 그러면 정부나 국회 입장은 뭔가요?

[기자]

국회가 그동안 이 법을 추진하면서 공청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습니다. 정부도 '전자 공청회'로 대신했습니다.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습니다.

국회는 지금 법 개정을 말합니다. 정부도 뒤늦게 재검토 들어가겠다고 했습니다.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해야할 공청회까지 생략해놓고 재검토하겠다, 이번에는 땜질식이 아니어야 겠죠.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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