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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농사는 시늉만…지붕엔 '돈 나오는' 태양광 빼곡

입력 2021-03-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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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땅투기 의혹을 따라가다 보면 누군가에겐 땀 흘려 농사짓던 땅이 누군가에겐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게 하는 수단이 되곤 하죠. 더 많은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 땅에 나무를 심어놓기도 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오늘(23일) 밀착카메라는 축사를 비롯해 농촌 시설물 지붕 위에 설치한 태양광 시설을 들여다봤습니다. 여기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전기 값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무슨 일인지 굼벵이 사육장엔 굼벵이가 없는 곳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런 시설물은 적지 않게 외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연지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요즘 농촌 곳곳에선 태양광을 볼 수가 있습니다.

정부가 축사나 재배시설 위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농민들로부터 최대 1.5배 가격으로 전기를 사들이고 있는 건데요.

부작용도 있습니다.

그 실태를 알아보겠습니다.

전북의 한 마을, 태양광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사방을 막은 건축물 지붕에 설치됐습니다.

제보받은 주소에 찾아와봤습니다.

건축물대장에는 동식물 관련 치설이라고 되어 있었는데요.

이 카메라로 안쪽을 살펴보겠습니다.

안쪽에는 토끼 몇 마리가 오가고 있습니다.

이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주소는 서울입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실제 키우려고 한 건 아니라고 의심합니다.

[주민 : 토끼장이라고 했잖아요, 근데 토끼가 없잖아요. 토끼장 하려고 해서 허가를 냈는데.]

텅 빈 곳도 있습니다.

[주민 : 축사는 안 해요. 전기만 생산하려고. 사람도 오도 가도 안 하고.]

취재진은 시설을 4시간 지켜봤지만,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건물 소유주를 찾아가 봤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해당 소유주는 "다른 지역에 농지를 갖고 있어 농업인 자격이 있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시설을 운영했다"라고 했습니다.

태양광 시설의 소득 보장을 위해 우리나라에선 고정 가격에 전기를 사들이는, 이른바 한국 FIT 제도가 시행 중입니다.

농민이라면, 20년 장기 계약으로 전기거래가 가능한데, 축사나 재배사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값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식물 재배사 지붕에도 설치된 태양광 시설을 볼 수 있습니다.

건축물 대장에 버섯 재배사라고 나와 있는 곳입니다.

버섯은 어두운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보통 암막을 쳐놓는데 이 재배사의 경우에는 뻥 뚫린 채 버섯만 놓여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와 같은 습도 조절시설도 있어야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 재배사의 천장에는 태양광이 잔뜩 설치돼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버섯이 자랄 수 있을까, 재배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A씨/버섯 재배 전문가 : 태양광을 하기 위해서 해놓은 거네, 그냥. 이건 배지 버섯이지만 배지 버섯은 실내 공간에 해야 하거든요. 온습도 관리가 전혀 안 되고. 먹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상태를 보니까.]

재배가 주목적이 아닌 것 같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인근의 다른 재배사도 비슷합니다.

재배사 안에 나무가 세워져 있지만, 버섯 붙은 건 찾아보기 힘듭니다.

[주민 : 언제 보니까 세워놨더니만. 먼 데 사람들이 어디서 한지도 몰라. 물을 주고 그것도 사람 손이 가야 하는데 세워놓고 그대로 있는 거 같더니만.]

굼벵이는 일 년 내내 사육이 가능한데 굼벵이 한 마리 찾아볼 수 없는 재배사도 있습니다.

[주민 : 편법이잖아요.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굼벵이가 목적이 아니라 태양광이 목적이죠. 허가만 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런 부작용 때문에 동식물 시설에 태양광을 설치해 혜택을 받으려면 시설을 1년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합니다.

이미 허가난 곳들은 해당되지 않아 사후 관리만 가능합니다.

태양광을 분양한다는 업체에 문의해봤습니다.

[B태양광 분양업체 : 위탁으로 다 해줘요, 시공사에서. 농업인이 되는 거예요. 땅에 뭘 심어주니까. 그 땅에서 알아서 다 해결하면 되고, 농업인을 만들어주니까.]

농민으로 만들어준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다른 업체에서는 사람을 고용해 관리하면 된다고 알려줍니다.

[C태양광 분양업체 : 다른 사람이 재배하는 방식으로 해도 되고요. 직접 하기가 조금 곤란하시다고 한다면. 다른 분들, 일하실 수 있는 분들 고용해서. 구하면 되죠.]

한국에너지공단은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여러 조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논밭을 태양광 패널이 차지하면서 마을은 본래 모습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농지 태양광 사업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투자, 내지는 투기의 성격을 띠면서 만들어진 현실입니다.

정말 농사를 짓는지, 축사 등이 관리되는지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농민을 위한 태양광 사업에 정작 농민이 설 자리는 없어지지 않을까요.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조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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