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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다만 나에게 한 뼘의 광장을 달라'

입력 2019-11-26 21:45 수정 2019-11-2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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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대규모의 총격전이 벌어진 그곳은 서울 시내 한복판이었습니다.

남북한 비밀 요원들은 핵무기를 뺏고 빼앗기며 목숨을 건 추격전에 나섭니다.

드라마 < 아이리스 > 의 결정적인 장면이었지요.

촬영된 곳은 광화문광장 한복판이었습니다.

드라마 때문에 광장을 통제하다니…

더구나 2009년 그 당시는 광장에서 시위를 하는 것조차 좀처럼 허용되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아이리스는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나" 시민들은 시위는 막으면서 드라마에 광장을 열어준 당국의 이중 잣대에 문제를 제기했던 기억입니다.

그때를 생각한다면 오늘의 광장은 그야말로 열린 공간 그 자체입니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우리의 민주주의는 광장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가히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지요.

광화문 물론, 검찰청과 여의도, 그리고 청와대 앞까지 개방된 광장의 풍경은 달라진 세상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텐트를 설치해가면서 주목을 끌었던 이들을 시작으로 해서 주말의 대한문 인근은 차도까지 점거해가며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시위대의 세상입니다.

아스팔트 거리 한복판에선 밤을 지새우는 이른바 구국통성기도회가 열리고 태극기와 노숙 텐트는 물론이고 외국 악기인 부부젤라까지 동원돼서 인근 주민들의 일상을 방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광장이란 누구에게나 열린 장소라고 하는데…

민주사회 시민에게 '광장이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매우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지요.

1년 전에 세상을 떠난 작가 최인훈.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표범의 가죽으로 만든 징이 울리는
원시인의 광장으로부터…
현대적 산업 구조의 미궁의 이르기까지
시대와 공간을 달리하는 수많은 광장이 있다

- 최인훈 < 광장 >

그의 일생을 지배한 화두는 바로 '광장'이었습니다.
 

광장이 죽은 곳. 이게 남한 아닙니까?

- 최인훈 < 광장>

그의 작품 속 주인공 이명준은 남과 북 어디에서도 끝내 자신의 '광장'을 찾지 못하고 절망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겨울의 광장.

모두에게 열려 있으나, 그 열려 있음을 빌미로 해서 점유되어버린 무법의 공간.
 

다만 나에게 한 뼘의 광장과 한 마리의 벗을 달라

- 최인훈 < 광장 >

시민들의 공간을 점거한 그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에 소설 < 광장 > 의 이명준은 오늘도 어디에선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광장을 찾아 헤매고 있을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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