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등산할 때 어떤 산이든 산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들 하죠. 산에서 술 마시면 안 되는 거 알지만,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한다고 하기에는 목숨을 걸 만큼 위험합니다.
어느 정도인지,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직접 보여 드리겠습니다.
[기자]
새벽 6시 반에 벌써 주차장이 벌써 많이 찬 이곳은 북한산 입구입니다.
위드 코로나 시행 후 첫 주말인데다 가을 단풍이 절정을 맞으며 많은 사람이 찾아왔는데요.
안전한 산행이 중요할 텐데, 현장이 어떨지 산을 오르며 살펴보겠습니다.
등산로 입구에선 술과 안주를 팝니다.
술을 산에서 마셔도 되는지 물어봤습니다.
[조심히 드세요. 안 보이는 데서.]
[저 위에서 드셔도 되는데, 정상에서만 안 드시면 돼요.]
실제론 정상뿐 아니라 대부분 탐방로와 대피소에서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과태료를 매긴 지, 3년 반째입니다.
지금 산을 오른 지 한 시간 반 정도 됐습니다.
정상인 백운대까지 가려면 아직 1.7km 남았고요.
그 바로 옆에는 산에서 술을 먹지 말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길도 나있지 않은 곳에서 서너 명이 술을 먹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물어봤습니다.
[(여기 막걸리 마셔도 되는 곳인가요?) 글쎄요, 다들 마시는데 되지 않을까요? 저희도 먹고 있는데.]
쉬어가는 바위에서도 등산객이 막걸리 뚜껑을 열어 종이컵에 따릅니다.
[그냥 다 드시는데요. 출입금지 지역만 아니면 상관없죠.]
김밥에도, 컵라면에도 술을 곁들입니다.
바로 앞엔 '음주산행 금지'라고 써 있습니다.
드디어 정상 가까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정상 부근에 등산객이 몰리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긴 줄이 만들어졌습니다.
밧줄을 잡고 올라야할 정도로 길이 험하지만 바로 옆 바위에선 건배를 하고 있습니다.
네 시간 반 만에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여기 이렇게 태극기가 있고요.
이 뒤로는 많은 등산객이 모여서 뭔갈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습니다.
해발 800m가 넘는 곳이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가까이 내려와봤습니다.
중간중간에 술을 마시는 분들이 보이는데요.
직접 가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안 되는 건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산은 원래 마시는 데가 아니니까 그냥 한 병 가져와서…(어디서 사셨는지 여쭤봐도 되나요?) 집에서요. 왜요? 한잔 드릴까요?]
지켜보는 다른 등산객들은 불쾌해 합니다.
[이혜성/서울 북가좌동 : 별로 보기도 좋지 않고 싫어요. 사고도 날 수 있고 나 자신만이 다치는 것도 아니고 구급대원들도 너무 고생 많으시고…]
이뿐 아니라 출입을 막아놓은 선을 넘어가거나, 추락주의 팻말 옆에서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내가 여기 설게. (조심해 조심해! 여기로 여기로. 그래 거기 서.)]
최근 5년 사이 산을 오르다 3만4천여 건의 사고가 일어나 601명이 숨졌습니다.
사고의 17%는 음주, 금지구역 출입과 같이, 안전수칙을 어기다 일어났습니다.
술을 마신 상태로 등산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음주 상태를 체험할 수 있는 고글 안에 카메라를 넣고 내려가봤습니다.
소주 반 병 정도를 마신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1% 수준의 시야입니다.
사람들의 움직임도, 계단도 어지럽게 보입니다.
이번엔 직접 고글을 쓰고 내려가 보겠습니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낮은 등산로를 내려오는 것도 어렵습니다.
[엄청 어지러워요. 훨씬 내리막처럼 보이거든요 지금.]
혈중알코올농도 0.15에서 0.2%, 즉 소주를 한 병 이상 마신 수준의 고글을 쓰고는 발을 떼기도 힘듭니다.
[제 발이 4개로 보이고요…지금 이게 돌인가요?]
결국 길을 벗어납니다.
[서희선/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큰일 납니다. 뇌의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에 균형감각도 당연히 떨어지죠. (과음하면) 혈관과 근육이 늘어나면서 저체온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죠.]
술에 취한 시야로는 맨 땅도 제대로 걷기 힘듭니다.
산은 오죽할까요.
안전한 산행은 기본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영상디자인 : 유정배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이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