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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26회] '재난 도시' 도쿄, "지반 이해 없는 공사는 불가능"

입력 2014-08-2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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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지하철 공사는 대부분 실드공법으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지반 자체가 우리나라에 비해 연약한 편이기 때문에 실드공법이 가장 적합하고 또 기술도 발달 했습니다. 하지만 싱크홀이나 지반 침하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었습니다. 일본 지반 전문가들은 잠실 일대의 싱크홀의 원인을 무엇으로 지하철 공사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반 분석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일본, 이들에게 한국 싱크홀 사태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신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구 1300만의 국제 도시 도쿄, 그 중심에 위치한 도청 45층 전망대에 올라서자 333m 도쿄타워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멀리 634m짜리 전파탑이 보입니다.

바로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희망으로 떠오른 스카이트리입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즐비한 고층 건물들은 끊임없는 자연 재해에 맞선 일본인들의 자부심으로 불립니다. 도쿄 땅 아래 펼쳐진 지하철은 스카이라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더 복잡합니다.

도쿄 내 이용객 수 1위를 자랑하는 신주쿠 역은 무려 14개 노선이 교차하고, 대부분의 역들도 최소 3,4개의 환승 노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보수, 증설 공사를 진행 중인 도쿄지하철, 그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신주쿠에서 이케부쿠로 방면으로 약 20여 분을 이동해봤습니다.

2개 차선을 통제한 채 약 200m 가량 이어진 공사현장. 토시마구에 위치한 센카와역으로 도쿄메트로의 유라쿠초선과 후쿠토신선이 나란히 달리는 구간입니다.

코타케무카이하라역과 센카와역 사이에 유라쿠초선과 후쿠토신선이 교차하는데, 교차구간을 없애고 분리된 노선을 새로 만드는 개량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현재 지하철들이 운행되고 있는 해당 역 사이에 대규모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 시민들은 전혀 불안해 하지 않는 표정들입니다.

[공사 현장 인근 주민 : (소음은?) 없어요.(싱크홀 들어본 적 있나요?) 텔레비전 들어본적 있는데 이 주변은 잘모르겠어요.]

[공사 현장 인근 주민 : (공사에 대한 불안감은?) 별로 느껴본 적이 없어요.]

해당 구간에 적용된 공법은 다름아닌 '실드 공법' 바로 국내에서 문제가 된 지하철 9호선 919공구에 적용한 것과 같은 방법입니다.

[공사 현장 안전 요원 :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새로 터널을 뚫고 있습니다. 소음은 기술이 발달해서 (공사가) 조용하게 진행 되니까 주민들 고충도 없습니다.]

하지만 공사 주위로 싱크홀과 같은 지반침하 현상을 찾아볼 순 없었습니다.

공사 방식도 대중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지하철 공사를 발주한 도쿄메트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실드 장비가 작동하는 방식부터 공사 현장 내부까지 볼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같은 공법을 사용하고 있는 도쿄 지하철에는 왜 싱크홀이 발생하지 않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도쿄 메트로를 찾았습니다.

일본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쉴드 공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철저한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취재진은 일본에서 발간된 실드공법 이론서를 입수해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실드공법을 적용하기 전 사전에 시행돼야 할 검사들의 종류가 적혀있습니다.

이중에는 '지중 레이더'로 불리는 전파를 이용해 지반에 분포한 동공의 위치를 분석하는 기술이 실드 공사에 적용돼야 한다고 언급돼 있습니다.

이 기술은 우리나라에도 존재하고 있지만 지하철 공사 관계자 그 누구도 미리 동공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1일, 도쿄 분쿄구 센고쿠에서 열린 한 지반학회 세미나.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약 30명의 회원이 지반학 강의를 듣기 위해 모였습니다.

지반학회 회원 중에 정부 연구원부터 건설 실무자, 심지어 부동산 개발업자까지 각양각색입니다.

[코마츠 아키라/부동산 개발업자, 지반학회 회원 : 건설에 관계된 사람이라면 꼭 들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리는 현장에서 하기 때문에 의무는 아니지만, 맞는지 틀린지에 대한 최종 판단 발주자가 해야 하기 때문에 참가를 해야하는 것이죠.]

건설은 부동산까지 지반학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코마츠 아키라/부동산 개발업자, 지반학회 회원 : 실제 공사에서 침하를 예측해도 이론이랑 전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런 모순이 나오게 되는지를 여러가지 케이스를 보면서 설명하기 때문에 상당히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이 학회를 통해 한국 지반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 스와 세이지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와 씨는 일본 간사히 공항 등 일본 내 대형 공사의 지반 분석을 맡았던 인물.

특히 매년 수차례씩 한국을 방문할뿐만 아니라, 전남 무안, 경남 김해 등 국내 지반 침하가 일어난 지역도 직접 방문해 조사할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높습니다.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석촌호수 수위 저하 문제부터 꺼냈습니다.

[스와 세이지 : 석촌호수 물의 수위가 점점 수위가 낮아진다면 지반 속에 들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하나 있고, 또 한 가지는 지금은 공사가 끝나있겠지만 공사 중에는 공사 현장으로 물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매년 지하수가 더 많은 양이 침투되고 점점 낮은 곳을 향해 흐른다면 (함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석촌호수 일대 지형 자체가 개발을 통해 동공이 생기기 쉽다고도 지적합니다.

[스와 세이지 : 잠실주변을 걸어본 적이 있지만 굉장히 평지로 된 토지에요. 강남이나 역삼은 고개가 있는데 비해 잠실은 평지이기 때문에. 깍고 채우는 개발을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 생긴 80m 동공 사진을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스와 세이지 : 놀랍네요. 이정도로 큰 동공이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공사가 동공의 원인이라는 한국 조사 결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스와 세이지 : 공사 때문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3547 우선 함몰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동공이 커지는 케이스이고. 아니면 예전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동공이 남아있고, 그게 점점 커져서 결국 함몰하는 경우. 그리고 공사로 인해 지반이 느슨해지고 동공이 발달되는 그런 경우가 있는데.]

지하철 공사 현장으로 흙이 빠진게 아니라, 지하수와 함께 또다른 곳으로 쓸려갈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스와 세이지 : 사진을 보면 돌이 하나씩 잇는데, 이 사이에 작은 흙알갱이나 모래 같은 게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물에 씻겨내려간 것으로 보이는데…]

제2롯데월드를 비롯해 송파구 인근 대형 굴착 공사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스와 세이지 : 어느 샌가 동공이 생겨있다는 것은 대부분이 지하수의 흐름에 의해서 흙이 이동하고 그렇게 동공이 점점 커지는. 이런 경우는 일본에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최근 한국처럼 도심 싱크홀이 발생하는 건 드물다고 말합니다.

[스와 세이지 : 일본 토목건축 공사에선 지반이 굉장히 중요시됩니다. (사전) 조사에도 돈을 투자하고요. 저는 한국에서 이뤄지는 조사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데요. 같은 건물을 세운다고 치자면 한국이 조사에 들어가는, 지반을 조사하기 위해 들어가는 경비는 아마도 한국이 일본의 절반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진이 많은 일본의 경우 전문간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지반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국토지리원이 내놓은 지반 실태 지도가 국민들에게 인깁니다.

취재진이 일본을 방문한 지난 20일, 히로시마 지역에 국지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택가 뒷산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방송에선 예외 없이 지반학 전문가가 등장해 원인을 분석합니다.

[카노 세이지/지반, 토목 공학 전문가 : 주택이 몰려있는 지역에는 토석류가 과거에 발생해서 퇴적한 곳이고요. 지반이 건조할 때는 안정된 상태이지만 비가 내리면 위에서 토석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각종 재난을 겪어온 일본, 지반에 대한 철저한 연구로 다가올 사고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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