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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엄 찾으려 헌재-법원으로 가는 '이주노동자들'

입력 2020-06-09 21:28 수정 2020-06-11 14:53

임금체불·협박…직장 떠나려 해도 '고용허가제'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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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협박…직장 떠나려 해도 '고용허가제' 발목


[앵커]

동남아에서 우리나라로 온 이주노동자는 26만 명이 넘는 걸로 추정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 이 영상부터 잠시 보시죠.

[이주노동자 : 사장님, 제가 돈 없어…]
[사업주 : 나는 돈이… (사업장 이탈하면) 내가 전부 찾아다니면서 너네 불법체류로 있는 거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서 불법체류자 만들 테니까]

이렇게 임금 체불이나 협박을 견디지 못해 직장을 떠나려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이직을 하려면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고용 허가제에 발목이 잡힌 겁니다. 여섯 달 동안 받지 못한 월급이 사백만 원인데 오백만 원을 내놔야 보내주겠다는 사업주도 있습니다. 참다못한 이주노동자들이 헌법소원에 이어 국가 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오효정 기자입니다.

[오효정 기자]

[사업주 : 한 사람당 500만 원씩 내놓고, 사인해줄 테니까. XX, 처음에 너희가 안 왔어야지.]

매일 10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100만 원 남짓 받은 노동자들.

여섯 달간 일하고 400만 원은 다 받지 못해 회사를 옮기고 싶다고 하자, 사업주가 대뜸 500만 원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영상이 찍혔습니다.

[사업주 : 사모님 못 믿어? 믿어, 믿으라고. (싸인) 해준다고.]

이들이 돈을 요구하며 사인을 해주겠다는 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서류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 쓴 계약서와 현실이 달라도 사업주 승인이 없으면 회사를 옮기기 어려운 겁니다.

[B씨/이주노동자 : 왜, 나 돈, 계약서 달라요. 사장님 말, 가스 잘라요, 밥 잘라요, 그리고 숙소 잘라요. 그런데 계약서에는 안 잘라요. (가스비와 식비, 숙소비를 임금에서 제했다고 하지만 계약서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언제 초과근무를 했는지 삐뚤빼뚤 기록해놓고, 출퇴근 영상을 찍어놓는 일뿐입니다.

노동환경도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A씨/이주노동자 : 난방기구와 화장실도 없어요. (사비로) 난방장치를 달았을 때, 사업주가 바로 빼 버렸어요.]

[C씨/이주노동자 : 기숙사 안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사장님이 사용하지 못하게 잠갔어요.]

이들이 원하는 건 계약을 지키는 사업장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B씨/이주노동자 : 여기서 나가려는 생각은 1년 반 동안 했어요.]

[C씨/이주노동자 : 다음 사람이 오면 어려움을 겪을 거예요. 저만 어려우면 되니까 (한국에 올) 다음 사람을 위해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고용허가제 '족쇄' 풀어달라…이주노동자들 헌법소원

[앵커]

이렇게 폭언과 노동 착취에 시달려도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사업주의 승인 없이 이탈을 해서 단속에 걸리면 추방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지금의 이런 법을 고쳐달라고 직접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이지혜 기자입니다.

[이지혜 기자]

지게차 면허가 없는데 운전을 하라고 강요하고, 폭발사고로 동료가 숨져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적혀 있습니다.

사업장을 바꾸고 싶어도 이른바 '고용허가제'에 가로막혀 지난 3월 헌법소원을 낸 이들의 사연입니다.

현행법상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3번까지 옮길 수 있고 폐업하거나 휴업하면 사업주 승인을 받고 옮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나쁜 사업장이어도 승인이 있어야만 옮길 수 있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해 고시로 월 임금의 30% 이상을 2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한 경우 등에 한해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입증이 쉽지 않고, 고시도 자주 바뀌어 이주노동자들이 알기 어렵습니다.

[조영신/변호사 : 불법적인 일들이 일어난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을 일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주노동자들의 손해를 방치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최정규/변호사 : 고용노동부도 당연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저희는 국가배상 책임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지구인의 정류장)
(영상취재 : 최대환 /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영상디자인 : 곽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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