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韓현장 혜택 누렸다"…'브로커' 고레에다 감독, 유일하게 지킨 '고집'

입력 2022-05-27 15:11 수정 2022-05-27 15:2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경쟁부문 초청작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공식 상영 전 국내 취재진과 티타임을 갖고 영화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CJ ENM〉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경쟁부문 초청작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공식 상영 전 국내 취재진과 티타임을 갖고 영화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CJ ENM〉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촬영은 근본적으로 어떻게 진행 됐을까.

제75회 칸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이하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영화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가 27일 오후 7시(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GRAND THEATRE LUMIERE)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첫 공개됐다.

국내는 물론, 외신 반응도 호불호가 갈린다. 상영 후 기립박수는 12분 간 이어졌지만 여기엔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의 진두지휘도 있었다. 무엇보다 '첫 한국 영화'라는 도전의 타이틀이 붙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영화는 아니라는 점에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는 바. 결국 영화는 영화로 평가되기 마련이다. 작품의 완성도에 따라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에서 영화를 찍어 보고 싶다'는 오랜 희망 사항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 6년 전 생각했던 플롯을 꺼내 들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 사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거장이 됐고, 글로벌이 K콘텐트를 주목하고 있는 시기라는 서로 간의 타이밍도 좋았다. 그럼에도 더 안전하게 가고 싶었던 이유일까. 사회적 이슈를 건들면서 특유의 '가족' 소재는 놓지 않았다.

경계가 점점 더 허물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감독과 배우들의 해외 진출은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메가폰을 잡고 현장을 전체를 움직여야 하는 감독들의 도전은 조금 더 큰 각오를 필요로 한다. 해당 나라의 문화와 특성을 이해하면서 감독의 색깔도 잃지 않아야 하고, 무엇보다 '언어' 문제가 장벽이 되지 않을 수는 없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도 '과연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감독이 배우들의 연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포인트로 'OK' 사인을 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상당했다. 영화를 관람한 후에는 (작품이 안타깝기에) 모든 과정에 이유를 붙이게 만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공식 상영 전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나 역시 많은 걱정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언어를 모르는 상황에서 연출을 한다는 것에 대해 보시는 분들은 '저게 과연 가능한가?' 걱정할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최대한 이 역할, 인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배우들에게 미리 손편지로 전달을 했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도 했다. 배우들에 따라, 역할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 내가 큰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배두나는 시나리오를 받은 뒤 '오리지널 일본어 시나리오도 함께 보고 싶다'고 요청해 일본어, 한국어 시나리오 양 쪽을 다 보면서 준비한 케이스다. 내가 쓴 일본어 시나리오에는 말줄임표가 많았다. 여백이나 여운을 담아 …으로 표현한 것인데,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대사가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배두나는 '감독님의 …에는 어떤 감정을 담은 것이냐'고 물었고, 나는 '이런 감정을 실었으면 좋겠다'고 답하면서 함께 의논했다. 수정한 대사들도 있다. 한 4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과적으로 살아있는 대사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강호는 다른 방식이었다. 송강호와 촬영을 마치면 난 그날 찍은 것을 편집했고, 다음 날 아침 송강호는 그 편집본을 모두 확인하고 가장 먼저 현장에 나왔다. 그러면 '어제 본 편집 본 굉장히 좋습니다'라고 먼저 창찬한 후에, '다만 제가 느끼기에는 어쩌면 이 테이크보다 두 번째 전 테이크가 더 좋은 것 같은데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한다. 그걸 매일, 매번 해줬다. 나에게는 굉장히 좋은 가이드가 됐다. 가장 불안하게 느꼈던 부분을 송강호가 의식해 준 것인지 모든 부분에서 조언을 해줘 고마웠다"고 인사했다.

처음 경험한 한국 현장에는 만족감을 표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아주 좋았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우선 일본과 달리 한국 현장은 노동 환경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었다. 일주일에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밤샘 촬영이나, 휴식 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노동 환경을 충분히 지키면서 준비하고 촬영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 혜택을 나도 스태프들도 누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창작자로서 고집한 단 한 가지는 있다.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 방식' 그 자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작사 입장에서는 예산이나 준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한국에서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콘티를 만들고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하지만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 스타일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다시 생각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해왔다. 배우, 카메라 감독과 함께 호흡하면서 컷을 결정했다. 이번에도 그 방식을 고집 했고 제작사 측에서도 잘 이해를 해줘 일본에서 쭉 해 왔던 형식을 지킬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현장에서 생생한 연기나 그림들을 담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선택이 옳았을지, 어떤 과정이 필요했을지 결과에 대한 평가는 이제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 칸에서는 이미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는 '브로커'가 국내 관객들의 마음에는 닿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개봉은 내달 8일이다.

칸(프랑스)=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