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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아간의 회개…아골 골짜기 빈들에도…'

입력 2018-01-31 21:32 수정 2018-02-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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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907년 1월에 시작된 평양 대부흥운동은 한국 교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흥회 도중 터져 나온 고백과 뉘우침.

흠결 하나 없을 것만 같았던 외국인 선교사들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에 당시 교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감화 받은 사람들의 입에서도 회개는 터져 나왔습니다.

"입으로 고백하기 어려운 무섭고 추한 죄악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지옥의 지붕을 열어 놓은 것 같았다"

- 애니 베어드 선교사

한 선교사는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한국교회의 대부흥을 이끌었던 '회개'의 물결.

그러나, 부흥한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시대를 거듭하며 변질되었듯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죄 사함을 구하는 간증과 회개 또한 시대를 거듭하며 변질되고 있는 중입니다.

"음란한 고멜도 살려주지 않았느냐"
 - 전병욱 목사 2010년 설교

"피고는 담임목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장기간 다수 여성 신도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추행 및 성희롱을 하여 온 것으로 인정된다"
  - 대법원 2017년 9월 7일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입에도 담지 못할 성추행을 일삼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은 목사는 설교를 통해서 그렇게 말했다고 하죠.

사실 그의 셀프 면죄부는 교계에서 이미 유명했습니다.

"심판은 하나님의 고유 권한이다."
"금이 간 목사가 더 좋지 않으냐"

이미 회개하여 죄 사함을 받았다는 궤변이 있었지만, 피해자들은 누구도 사과를 받지 못했고… 그가 새로 문을 연 교회 앞에는 그 사과 받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서 피켓을 들었습니다.

"피해자 용서 없이 하나님 용서 없다"

그리고 대형 교회 교단에 올라 눈물을 흘리며 교만함을 회개했다는 또 다른 한 사람.

피해자는 그의 회개에 더욱 상처를 입었다고 말합니다.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 서지현 검사


그의 회개는 어디를 향한 것이었을까…

언제부턴가 죄를 고백하는 간증과 회개라는 형식마저 대형교회의 힘을 빌고, 대형교회는 이를 또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아왔다는 의구심이 이미 팽배한 바…

"일부 대형교회에서는 회개가 불의한 사회적 신분과 행위를 세탁하는 도구로 거래하듯 이용되기도…"
-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전 공동대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일부 한국 대형교회의 참담함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신앙을 가진 이들은 자괴감으로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서와 찬송가에 자주 등장하는 '아골 골짜기'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약성서 여호수아서 7장에는 자신의 탐욕과 교만을 다스리지 못한 '아간'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아간은 추궁 끝에 죄를 실토하지만 용서받지 못합니다.

"여호와께서 오늘 너를 괴롭게 하시리라 하니
온 이스라엘이 그를 돌로 치고…"
 - 여호수아 7:25


해석은 분분하겠지만 아마도 그의 회개에 진심이 빠져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결국 용서받지 못한 아간은 돌무더기 아래에 묻혀… 그곳의 이름은 긴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까지 남아… "아골 골짜기"라 불리고 있습니다.

"그 위에 돌무더기를 크게 쌓았더니
오늘까지 있더라…
그곳 이름을 오늘까지
아골 골짜기라 부르더라
 - 여호수아 7:26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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