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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수해 이어 태풍…엎친 데 덮친 농가들

입력 2020-08-2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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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도 전해드렸듯이 이번 태풍 '바비'는 내일(27일) 아침까지 영향을 줄 걸로 보입니다. 특히 장마 때 입은 피해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농가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습니다. 오늘 태풍이 오기 전의 상황부터 오늘 낮까지의 상황, 전남의 호우 피해 지역들을 밀착카메라가 돌아봤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산 위 도로 한쪽 차선이 산 비탈면을 따라 무너져내렸습니다.

지난 7일 산사태로 토사가 가옥들을 덮쳐 5명이나 숨졌습니다.

도로확장공사를 하던 중 집중호우로 참변을 빚은 전남 곡성 성덕마을입니다.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나면서 토사가 덮친 현장입니다.

제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원래는 집들이 있던 장소인데 지금은 토사에 파묻혀 잔해만 보이는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복구도 끝나지 않은 상황인데 태풍까지 온다고 해서 주민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바로 옆 두 채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가까스로 변을 면한 강대일 할아버지.

대피소에서 지내던 중 태풍 소식을 듣고 집이 걱정돼 찾아왔습니다.

집 바로 뒤 토사 위 바위만 보면 마음이 놓이질 않습니다.

[강대일/전남 곡성군 성덕마을 : 바위를 빨리 치워야 마음을 놓겠는데. 바위를 안 치워주니까. (무너지면서 바위가 굴러떨어질 수 있겠네요.) 그렇죠. 그러니까 그거라도 빨리해서 치워줬으면 괜찮겠는데. (걱정돼서 와보신 거예요?) 그렇죠.]

곡성군 등에선 호우로 피해를 본 마을 주민들에게 가전제품 지급 신청을 받고 있었습니다.

[피해 주민/전남 곡성군 대평리 : 집에 들어가지도 못해요. 아예 안 말랐다니까. 하우스도 지금 물에 잠겨가지고 치워놨는데. 우리 어머니 때도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다 그러니까.]

다 찌그러져 버린 비닐하우스.

장어가 가득했던 양어장입니다.

지금은 물고기는 보이지 않고 질척거리는 진흙더미가 전부입니다.

[김형민/전남 곡성군 신리마을 : (장어가) 60만~100만 마리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한 1만 마리? 3만 마리 사이 정도. 수위가 되면 고기들이 정착을 안 하고 다 돌아다니기 때문에 동네 방에서도 나오고 그러니까.]

집중호우 당시 사람 키 높이까지 물이 차다 보니 바닥이나 벽을 다 뜯어내고 공사 중인데요.

이 와중에 코로나 사태까지 심각해지면서 이재민들이 집단 거소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또 태풍까지 온다고 하니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상황입니다.

[박노필/전남 곡성군 신리마을 : 태풍이나 좀 안 오면 좋겠어.]

[이강우/전남 곡성군 신리마을 : 다 뜯어 내놨더니 또 태풍이 온다고. (전에도 이런 적이 있나요?) 태풍 피해를 이렇게 크게 본 적이 없었어요. 100년 만에 한 번 침수가 됐다는데 마을이.]

물이 넘치면서 제방이 무너져버린 이곳은 전남 나주의 가흥리입니다.

인근 논은 토사가 덮쳐 벼농사를 망쳤습니다.

다시 쌓아 올린 제방은 채 굳기도 전입니다.

태풍이 온다고 하자 대비 작업이 한창입니다.

제방 전체에 씌워둔 천막이 날아가지 않게 모래주머니를 달아 고정하는 겁니다.

지금 시간이 오후 2시 45분인데요.

아직 본격적인 태풍 영향권에 들기 전이지만 이곳 나주엔 벌써부터 비바람이 강하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무너졌던 제방을 복구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태풍 당일에도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임준하/현장 복구 관계자 : 15일 정도 걸려 복구했어요. 태풍이 오고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까 마무리 작업을 하는 거예요.]

오후 3시 무렵이 되자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 피해로 이재민이 속출한 마을은 빈집투성이입니다.

담벼락이 무너져내려 문짝만 바람에 덜렁거리고, 집안 곳곳엔 곰팡이가 폈습니다.

낮 동안엔 텐트에서 생활해온 듯한 흔적도 있습니다.

[김성만/전남 나주시 가흥리 : (할머니께) 우리가 임시거처를 만들어드렸어. 늙어서 어디 못 다니니까 여기 밥 잡수고, 그냥 가스레인지…일회용기에 해다 하시라고.]

이례적이라는 말밖엔 상황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집중호우와 코로나19의 비상시국, 그리고 태풍까지.

여기 있는 집들은 모두 비워진 상태인데요.

이곳 주민들은 집에도 돌아오지 못한 채 오늘 하루 태풍 피해가 적기를 고대하며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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