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려움에 처한 다른 사람을 위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진 한 주부가 있습니다. 수영선수 출신으로 평생 봉사하는 삶을 살던 50대 주부가 한 달 전, 물에 빠진 등산객을 구하다 세상을 떠난 일. 기억하시는지요. 고인의 삶을 기리는 추모식이 오늘(27일) 열렸습니다.
오늘의 힐링뉴스, 박현주 기자입니다.
[기자]
젊은 시절 수영선수로 활약한 이혜경 씨.
'산을 사랑한 바다공주'로 불렸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지나치는 법이 없었습니다.
[김덕배/고 이혜경씨 남편 : 아프고 힘든 사람, 구조할 사람, 물이 없으면 물 없는 사람에게 배려하고 나누고…]
지난달 산악회 회원들과 계곡으로 트레킹을 떠났다, 물에 빠진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이 씨는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남성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최모 씨/고 이혜경씨가 구조한 등산객 : 물속에서 그분 얼굴만 봤거든요. 교차되면서 저를 구하러 들어오시는 모습이셨어요.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고 저는 물 밖으로 나왔는데…]
목숨을 건진 최 씨는 죄책감에 힘들어하면서도, 장례 내내 빈소를 지켰습니다.
가족들도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김덕배/고 이혜경씨 남편 : 집사람이 훌륭하게 살아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몫까지 잘 살아주길 바란다고 말했죠.]
[고 이혜경씨 작은 딸 : 남을 구하고 돌아가셨다고 하니까 '당연히 엄마는 그랬겠구나' 싶어서 오히려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봉사와 배려는 이 씨의 오랜 신념이었습니다.
물에 빠진 딸의 친구를 구하고 무더위 속 차 안에 갇힌 노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재능도 아낌없이 나눴습니다.
[김유빈/고 이혜경씨 큰딸 : 어머니가 장애인 아동들 수영 지도를 2년 정도 하셨고, 집에서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는데 걔는 이제 수영을 얼마만큼 해']
두 딸도 엄마를 빼닮았습니다.
큰 딸은 국제협력단에서 장기 해외 봉사를 하고 있고, 작은 딸은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고인이 15년간 자원봉사했던 도서관에서 오늘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한켠에는 이 씨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동판도 걸렸습니다.
바다공주는 하늘로 떠났지만, 그녀의 용기 있는 희생은 큰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