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선 경기는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는 체불된 임금이 2000억 원에 육박합니다. 이런 상황에 고향 가는 건 포기했고, 차라리 추석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푸념까지 나옵니다.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고성의 한 중소조선소 물량팀 소속인 최경호씨는 두 달째 월급이 밀린 상태입니다.
지금은 일감이 없어 명절이 끝나면 회사가 문을 닫을지도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경호/00조선 물량팀 : 앞이 추석인데 가족들을 어떻게 만날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거제 삼성중공업 앞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이 밤샘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원청에서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300여명의 임금 9억 원이 체불됐다는 겁니다.
[우리도 고향으로 가고 싶다. 추석 전에 해결하라.]
하지만 원청인 삼성중공업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대부분은 고향 가는 걸 포기했습니다.
[박경수/삼성중공업 물량팀장 : 따뜻한 선물이라도 할 수 있고 옷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어떻게 명절 보내러 가겠습니까?]
중형조선소 하청업체 대표 김재권씨는 최근 임금 체불로 고발당했습니다.
원청회사가 기성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 대신 미리 주는 체당금을 알아봤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서강현/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근로감독관 : 판결을 받는 그 절차가 민사절차라서 최소한 3개월 정도 걸립니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도 떨어져가는 가운데 기성금 소송까지 앞둬 최악의 명절을 보내게 됐습니다.
[김재권/하청업체 대표 : 거의 죽을 맛이죠. 밥도 제대로 못 먹습니다. 추석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영상취재 : 김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