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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포털, 정부 '공식 댓글' 추진…문제없나?

입력 2015-06-23 22:13 수정 2015-06-2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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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2일) 뉴스룸에서 보도해드렸는데, 정부가 인터넷 포털 기사에 직접 해명 댓글을 달 수 있게 하는 방침을 두고 논란이 상당히 뜨겁습니다. 과도한 반론권 보장 아니냐, 언론자유 침해 아니냐 이런 얘기들도 나오고 있고, 또 반론권이란 것이 필요한 건데, 그걸 꼭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응도 물론 있습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민주주의에서 언론은 보도를 하고, 거기에 대한 반론이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로 지적되는 겁니까?

[기자]

보통 인터넷 포털에 기사가 걸리면 밑에 독자 댓글이 달리지 않습니까?

기업이나 정부가 공식계정을 만들면 저 댓글란을 통해 기사에 대한 반박이나 해명을 직접 할 수 있게 하고, 또 눈에 잘 띄는 곳에 이를 배치하겠다는 건데, 다음카카오에선 조만간 이를 시행하겠다고 밝혔고, 네이버에서도 현재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정부에는 언론보도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 따로 마련이 돼 있고, 무엇보다 언제라도 출입기자들을 불러모아 브리핑을 통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있습니다.

또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도 청구할 수 있으니 이런 댓글을 통한 반론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런데 정정보도 청구를 하면, 제가 정부 입장이 돼서 생각을 해 본다면. 정정보도 청구를 하면 그게 오래 걸리기가 다반사고. 또 아예 안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지 않으냐. 그러니까 우리도 할 말은 해야 되겠다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기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댓글로 일일이 반박을 하게 된다면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뉴욕 회항 사건이 터졌던 작년 12월 저희 팩트체크가 국토부 소속 조사관 16명 중 14명이 대한항공 출신이라는 단독보도를 했는데요, 다음날 국토부 장관은 "조사관이 대한항공 출신이라고 조사에 영향 미치는 부분 없다고 100% 확신한다. 조사의 공정성, 객관성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아마 공식댓글 서비스가 있었다면 정부는 이런 식으로 댓글을 달았을 거라고 짐작해볼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럴 수 있죠. 그다음에 뭐가 문제입니까?

[기자]

그랬는데 이제 그러면 이제 또 누군가가 이제 저 기사를 가지고 또 실어나르게 될 거고요.

또 그리고 SNS나 블로그, 카페 통해서 실어나르게 될 텐데, 이렇게 했을 때 공식댓글 달았던 게 다 같이 따라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후에 밝혀졌지만 이 조사관 중 한 명이 대한항공 임원에게 조사 내용을 몰래 전달한 거로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공식 댓글 내용이 틀릴 경우 어떻게 할 거냐 하는 문제도 남게 되는 거죠.

또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잘 보이는 댓글일수록 영향력도 커진다는 겁니다. 사이트마다 좀 다르지만, 지금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베스트 댓글'이 상단에 뜨는데요.

기존 연구에서 이런 댓글은 사용자들의 시선을 끌어 일반댓글보다 더 큰 동조 효과를 내고, 또 여론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정부가 만약에 공식댓글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상당히 유리한 반론권을 주게 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아까 잠깐 예를 들어서 얘기를 했습니다마는 대한항공 그 경우에 분명히 정부가 그러면 반대의견을 냈을 때 그 반대의견이 나중에 보니까 틀렸더라. 그런데 그에 대한 보도가 또 따라서 나가야 되는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거기에 또 공식댓글이 달릴 수 있는 문제고. 그러니까 굉장히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도 보이는군요, 이렇게 보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어차피 또 공식댓글을 달 수 있기 때문에 기자가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답변을 소극적으로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 제가 아는 바로는 거의 없습니다. 주로 이용해 온 뉴스미디어들을 종이신문이든 디지털이든, 방송이든, 이렇게 해서 보는 형태고요.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포털이 뉴스 기능을 하는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디지털 선진국에서는 없는 사례죠.]

대부분 검색엔진을 쓰지만 포털이란 서비스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러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하고 있는 데는 없을까… 굳이 비교대상을 찾자면 일본의 한 포털사이트에서 우리 같은 뉴스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량이 우리만큼 높지 않고 정부의 이런 댓글 반론 시스템도 없습니다.

중국의 경우 우마오당이라고 해서 공산당이 전국에서 모집한 1천만명 정도의 댓글 작성 요원이 있는데, 지난 1월 환구시보가 "좋은 네티즌이 되자"는 내용의 사설을 냈더니, 공교롭게도 이렇게 칭찬 일색의 댓글이 많은 추천을 받아 다 상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정확히 비교될 순 없고, 아무튼 정부가 포털에 공식댓글을 다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조치가 나온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포털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니까 그런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주일 동안 어떤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느냐 물었더니, 이렇게 뉴스, 케이블, 라디오를 통해서 한다는 내용도 있지만, 포털이 58%, 모바일 포털이 29%로 다른 매체를 압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 지적, 들어보시죠.

[송경재 교수/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 실제로 포털사는 일종의 정보 유통자거든요. 정보를 생산하는 데는 신문사, 방송사, 이런 데잖아요. 반론권이라는 측면보다는 사실 엄밀하게 얘기한다면 유통자가 왜 기사를 작성하지도 않고 그 반론에 대해서 반론권을 부여해야 하는지 일단 그거 자체가 저는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앵커]

그러니까 말씀 듣고 보면 그 얘기네요. 반론권을 행사하려면 언론을 통해서 하면 되지, 그걸 왜 포털이 나서서 기사도 나르고 거기에 반론도 자기들이 하느냐. 이런 문제 지적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번 논란과 관련한 댓글 보니까 '아니면 말고' 식의 언론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공식댓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꽤 있었는데요.

앞으로 언론도 신뢰를 얻기 위해 신경 써야겠지만, 정부 역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이게 언론 역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잘 신경 쓰고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나저나 일반 보도도 마찬가지지만 김필규 기자도 더 신경을 써야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팩트체크에 바로 댓글 달릴 수도 있는 거니까.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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