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오늘(30일)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오늘 박병석 국회의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데 이어 첫 회의를 열고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위원장으로 선출했는데요. 또 오는 9일까지 각자 추천하고 싶은 후보들 명단을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박병석 의장은 "진통 끝에 옥동자를 낳는다"며 늦게 출발한 만큼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수행할 수 있는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최종혁 반장이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공수처의 초대 처장을 뽑는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7월 15일 공수처법이 시행된 지 107일 만인데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윈들은 박병석 국회의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박 의장은 뒤늦게 출발하는 만큼 진정성을 갖고 성실하게 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박병석/국회의장 : '진통 끝에 옥동자를 낳는다'는 말이 이번의 케이스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공명지조'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마리의 새에 머리가 두 개인데 서로가 다투면 그 새는 죽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정치적 견해를 배제하고 법의 정신과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 수 있는 분을 추천해 주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원회 소집권한을 갖는 위원장이 누가 될지 관심인었는데요. 정치적 중립을 고려한다면 여야가 추천한 위원이 아닌 당연직 위원이 맡는 게 좀 더 외형적인 공정성을 갖출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인데 예상대로 조재연 처장이 위원장으로 선출됐습니다.
먼저 게임의 룰부터 정했는데요. 초대 공수처장 후보를 누구로 추천할 것인지는 어떻게 추천할 것인지에서 시작이 되죠. 추천위원 7명은 다음달 9일까지 각각 5명 이내의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13일, 이 명단을 토대로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추천위는 최종 후보 2명을 정하게 되죠. 7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 2명 이상이 반대하면 진통이 불가피합니다. 여당은 신속한 추천을 원하고 있지만, 야당은 이를 견제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위원회 내에서도 여야 간 대리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사건 가운데 하나죠.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로비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본격적인 강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이 영등포세무서와 중부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습니다. 2012년 뇌물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윤 전 서장이 해외로 도주했다가 이후 송환이 됐고,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사건인데요. 당시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6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윤 전 서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검찰이 반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서장의 동생인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윤석열 총장이 당시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실제로 앞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선 윤 총장이 윤 전 서장의 변호인을 선임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죠.
[윤석열/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2012년 '뉴스타파' 인터뷰) : 일단 이 사람한테 변호사가 일단 필요하겠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내가 이 양반하고 무슨 사건을 갖고 상담을 하면 내가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내가 우리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남석이 보고 '일단 네가 지금 대진이한테는 얘기하지 말고, 대진이 한참 일하니까, 형 문제 가지고 괜히 머리 쓰면 안 되니까 니가 그러면 윤우진 서장 한번 만나봐라'…]
다만 윤 총장은 실제로는 윤대진 검사장이 해당 변호사에게 연락을 했던 것인데, 후배인 윤 검사장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보호하기 위해 저렇게 말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지난해 7월 8일) : 제가 윤우진, 대진이를 좀 보호하려고 저렇게 말했을 수 있는데 사실은 이남석이가 대진이 얘기 듣고 했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제 대진이가 했다는 건데 제가 기자한테는 그렇게 했을 수 있고…]
더욱이 당시 민주당 의원들도 윤 총장은 해당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만일 사건 처리가 잘못됐다면 그건 윤 총장이 아니라 당시 수사 지휘라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죠.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7월 8일) : 제가 자료를 한 열 번은 봤습니다. 그냥 윤석열 후보자하고 아는 사이다 말고는 무슨 근거가 아무것도 없어.]
[백혜련/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7월 8일) : 당시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금 자유한국당의 의원으로 계시는 최교일 의원입니다. 당시에 법무부 장관은 황교안 대표입니다. 만약에 그 사건에 대해서 진정 의문이 있다면 증인으로 서야 할 분들은 그분들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바뀐 상황이죠. 이렇게 수사와 함께 법무부는 윤석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옵티머스 사건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에 대한 감찰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관련해 사건 기록을 중앙지검에서 넘겨 받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 감찰팀 인선도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검찰 내에선 추미애 장관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합동 감찰에 대해선 이복현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상의 없이 일선 검사를 차출한다며 인사 농단 느낌이라고 주장했죠.
또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검찰개혁의 방향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추 장관은 이 검사를 겨냥해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커밍아웃"이라 칭하기도 했는데요.
그러자 검찰 내에선 나도 이환우처럼 커밍아웃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는 "정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에 대한 좌천이 검찰개혁이라 생각하냐"며 추미애 장관을 저격했는데요. 이 글에는 100여 개가 넘는 지지 댓글이 달렸다고 합니다.
자칫 장관과 일선 검사들의 대립이 격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거들었는데요. "검사들의 '나도 커밍아웃'이 유행인가"라며 "작은 검찰개혁에도 극렬히 저항하면서, 김학의 재판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고 한 겁니다. 김 전 차관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고, 재판부는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가 지금 검찰에서 더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죠. 이를 의식한 듯, 강 전 수석은 "진짜 검사들의 '자성의 커밍아웃'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때마침 검찰 내에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며 실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는데요. 2007년 검찰이 BBK 주가조작, 다스 의혹 등을 모두 무혐의로 처분했다며 "국민이 검찰을 사기꾼으로 생각하겠다"고 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 고 김홍영 검사 사건 등을 꺼내며 "검찰로서는 할 말이 없는 사건"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글을 남기는 건 "자성의 목소리 하나쯤은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했는데요. 다만 해당 글에는 "물타리로 들린다"며 임 검사를 반박하는 댓글과 또 이를 재반박하는 댓글이 달리는 등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107일 만에 공수처장 추천 절차 돌입…박병석 "정치적 견해 배제해달라" >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