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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발하는 '잔혹범죄' 왜?…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입력 2016-05-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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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발하는 '잔혹범죄' 왜?…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빈발하는 '잔혹범죄' 왜?…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1895년 9월19일. 미국 시카고의 캐슬 호텔 화재를 진화하던 소방관들은 호텔 지하에서 시체 수백 구를 발견했다.

호텔은 198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World's Fair)' 회장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호텔을 설립한 헨리하워드 홈즈(Henry Howard Holmes)는 명망 있는 사업가로 알려져 있었다.

수백 구의 사체를 조사한 당시 미국 치안 당국의 발표를 듣고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홈즈는 호텔 직원과 손님으로 방문한 여성들은 물론 아이까지 가리지 않고 살해했기 때문이다.

홈즈는 호텔 안의 연구실에 해부용 탁자와 수술 도구를 갖춰 놓고 시신을 해부하거나 남은 시신을 의대에 팔아넘겨 수익을 냈다.

호텔 안에는 사람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크기의 아궁이까지 있었다. 홈즈는 살인 27건과 살인미수 9건을 자백했지만 경찰은 자백과는 별도로 그가 250건에 이르는 살인 행각을 벌였다고 봤다.

홈즈는 미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이자 잔혹한 살인자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살인은 감소하지만 수법은 잔인…극단적 잔혹범죄 사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빈발하는 범죄의 양상은 홈즈의 수법과 비교했을 때 정도의 차이가 크지 않다. 시신을 토막내 곳곳에 유기하거나 함께 살던 가족을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하는 사건들이 적잖이 나타난다.

지난달 13일 인천시 연수구의 자택. 조성호(30)는 함께 살던 최모(40)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했다. 조씨는 최씨와 동거하면서 불만을 갖고 범행 전날 회사에서 퇴근하면서 공구함에 있던 둔기를 인천시 연수구 자신의 원룸으로 가져와 숨겼다.

조성호는 최씨를 둔기로 내리친 뒤 10여 일간 화장실에서 시신을 토막 냈다. 그는 지난달 27일 오전 대부도 일대 2곳에 유기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조성호는 최근 살인과 사체훼손,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10일에는 광주에서 어버이날 아버지를 살해한 40대 남매가 경찰에 붙잡혔다. 문모(47·여)씨 남매는 아버지를 둔기와 흉기로 수차례 때리고 찔러 살해했다.

남매는 시신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했다. 이들의 살해 방법을 두고서는 경찰 사이에서도 잔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들 남매는 존속살해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잔혹범죄는 일반 강력 사건보다 훨씬 큰 충격과 공포를 시민들에게 안겨준다. 우리나라의 치안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살인 등 강력범죄도 줄고 있지만 토막 살인, 연쇄 살인과 같은 잔혹범죄는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로 살인범죄의 전체적인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그 수법은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범죄 규모는 지난 2010년 1252건에서 2014년 913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매년 전국 각지에서 시신을 훼손하거나 토막 내 유기하는 등 범죄의 수법은 잔혹성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2013년 경기 용인의 한 모텔에서 심모(22)씨는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폭행하고 신고할 것을 우려해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

또 2014년 11월 박춘풍(56)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 수원 팔달산 등 곳곳에 유기했다.

지난해 4월5일에는 경기 시흥시 시화방조제 오이선착장 부근에서 토막 시신이 발견됐다. 이 장소는 2014년 3월 머리 없는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불과 8㎞ 떨어진 곳이기도 했다.

◇사회·경제적 결핍과 불안, 가정 내 분노가 시한폭탄 만든다

이같은 잔혹범죄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사회 전반의 정서 결핍이 잔혹범죄를 불러온다는 논리다. 개인주의가 지배적인 사회 풍토 속에서 겪는 심적 불안과 불만, 분노가 범죄의 잔혹성을 높이고 있다고 상당수 전문가가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정서적인 결핍이 잔인한 범행 수법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며 "개인과 사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경쟁을 줄여가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문제를 잔혹범죄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실제 범죄 대다수는 금전적 관계가 엮여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이런 견해를 뒷받침한다.

경제를 둘러싼 환경 변화와 가족 관계 인식 사이의 괴리가 잔혹범죄를 유발한다는 분석 또한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독립하지 못하면서 가정 내부의 불협화음을 야기, 분노와 불만이 쌓여 범죄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독립하지 못하고 가족과 함께 살면서 겪는 내부 마찰이 존속살해와 같은 잔혹한 범죄의 원인이라고 본다"며 "재산을 공유하고 있지만 소유권과 점유권이 윗세대에 있으니 감정적으로 부딪치기가 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한다는 것은 감정의 잔여물이 남아있다는 것"이라며 "상대적인 빈곤과 결핍을 경험했을 때 흥분되고 잔인한 방법으로 감정이 드러나기 쉽게 된다"고 말했다.

◇범람하는 영상물·개인 캐릭터 차원 접근도 중요…"일반인도 극한 상황서 잔혹범죄 저지를 수 있어"

사회·경제적 관점 외에 잔혹범죄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은 개인의 캐릭터 차원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범죄를 일으킨 사람을 둘러싼 사회·환경의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지만 이를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족과 전혀 연관이 없던 사람과, 가정 내부에서 결핍이 있던 범죄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면서 "범행 당시의 심경도 저마다 현저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별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각종 영상물 등을 통해 범죄에 대한 간접 학습 기회가 많고 이로 인해 감정적으로 무뎌지기 쉽다는 점 또한 잔혹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로 꼽힌다. 특정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접한 범죄 수법이 무의식중에 발현되는 '암시 효과'가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법을 간접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범죄의 잔인성도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범죄 내용의 공개 수준을 사전에 논의하고 관련 시행령 등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일반인이라도 우발적인 상황에서 극심한 공포로 잔혹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극한의 공포에 다다랐을 때 자신도 모르게 사건을 은폐할 목적으로 시신을 나눠 유기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치고 기존에 직·간접적으로 접했던 잔혹한 수법을 떠올려 범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우발적인 범행 끝에 심리적으로 극한 상황을 느낄 경우 기존에 접했던 범죄 수법을 따라하게 될 수 있다"며 "사회의 폭력 수준이 높아질수록 잔혹범죄가 확대 재생산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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