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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수십 년 버텨온 동네책방·극장 '명맥 잇기' 안간힘

입력 2021-12-10 20:46 수정 2021-12-1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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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0일) 밀착카메라는 수십 년 역사의 책방과 극장에 다녀왔습니다. 변하는 세월 속에서 자리를 지켜왔지만, 코로나로 또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예원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2미터 남짓한 골목을 따라 책방이 늘어서 있습니다.

전쟁 속에서 헌 책을 구해다 팔던 피란민의 노점에서 시작해 어느덧 70년 세월을 지켜온 이곳은 부산의 책방 골목입니다.

대학생은 소설책을 고르고,

[최창준/경기 수원시 행궁동 : 헌책만이 주는 특유의 냄새나 정겨운 분위기가 좋아서…]

할아버지는 어린이 책을 집어듭니다.

[이기열 김영기/부산 대신동 초량동 : 손자·손녀들 책을 생일선물로 사주려고. (크리스마스) 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손때가 묻은 소설책엔 누군가 적은 글귀가 남았습니다.

[허양군/대영서점 운영 : 우울을 없앰은 오직 웃음뿐인가.' 그래서 이 책을 읽었나 보네. '명랑소설'이잖아요. 몇 년도에 나왔나…단기 4288년(1955년).]

책방을 연 서른 넷 주인은 어느덧 일흔 일곱이 됐습니다.

[배순한/월드서점 운영 : 그때는 외국에서 들어온 책을 번역을 해서 학교 교재로 쓰고…그런 시대였어요.]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고 대형 서점이 나타나도 버텼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가 또 왔습니다.

[중앙서점 주인 : 코로나 때문에 확 더 빠져버렸어 안 돼. 열 분도 안 와. (몇 년도부터 하신 거예요?) 1960년.]

한때 100곳이 넘던 책방은 현재 31곳. 이중 29곳이 임차로 운영중입니다.

[남명섭/충남서점 운영 : 집이 팔려서 짓는다니까 비워주긴 비워줘야죠. 문화재라든가 지정이 돼 있으면 (모르겠는데…)]

서점을 지켜온 주인들은 이젠 보존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허양군/대영서점 운영 : '사라지는 위기'가 아니라, 사라지면 안 되니까 지켜야 한다…정말 유일하게 한 군데밖에 존재하지 않는 곳인데.]

길가 상점 사이로 '만화' 간판이 보입니다.

만화방 안으로 들어와봤습니다.

입구부터 빼곡하게 만화책이 진열돼있고요,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쇼파도 마련돼있습니다.

[김용식/경기 하남시 풍산동 : '슬램덩크'인데 제가 초등학교 때 만화로 TV로 봤던 건데 다시 옛날 기분 느껴보는 것 같습니다.]

1983년 문을 연 뒤로 지금까지 대여 기록은 수기로 남깁니다.

[이근호/창전사 운영 : 지운 건 갖고 온 거죠. 안 지운 건 안 갖고 온 거.]

하루 30명씩 찾아오다 요즘은 발길이 더 줄었습니다.

[이근호/창전사 운영 : 요즘 또 오미크론인지 뭐 그거 시작해서 더 손님이 없는 거야.]

주인은 명맥을 이어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근호/창전사 운영 : 3년 정도 하고, 요즘 만화카페 많이 생겼잖아요. 그런 식으로 열심히 할 사람을 구하려고 해요.]

1959년 문을 연 단관 극장 조명이 밤 거리를 비춥니다.

여기가 바로 이 극장의 유일한 상영관입니다.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있고 총 283개 좌석이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관객들은 그중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면 된다고 합니다.

[박준경/경기 동두천시 광암동 : 포근하고 너무 좋아요. 저를 위한 극장 같고.]

이날의 관객은 세 명. 주말엔 하루 10명 정도가 찾습니다.

주인은 당장 수익보단 찾는 이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재서/동광극장 운영 : 유일하게 남은 단관이라 하니까 폐관을 안 하고 단관의 추억을 관객들이 볼 수 있게끔…]

변화는 자연스럽고 당연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우리 곁을 지켜온 공간을 살려갈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는 것.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요.

(VJ : 최효일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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