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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마약에 금괴까지 손대는 '배숙자' 실태

입력 2013-10-2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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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와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들, 주로 집없이 배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배숙자라고 부른다고 하죠? 그런데 이 배숙자들이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마약이나 금괴 같은 물건까지 들여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늘(21일)의 긴급출동입니다. 박성훈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평택항.

중국 배가 들어옵니다.

트럭이 배에 들어가 컨테이너를 실어 나옵니다.

안에서 계속 나오는 건 중국 농산물을 담은 포대입니다.

하역장이 금세 찹니다.

보따리상들은 자신의 물건을 찾아 검역대로 가져 갑니다.

[녹두, 깐녹두, 메밀, 마늘, 팥 이거 밖에 없으세요?]

농산물은 자신이 직접 소비하는 걸 전제로 최대 50kg까지 들여올 수 있습니다.

보따리상들은 세관신고서에 판매용이 아니라고 표시합니다.

[이모씨/보따리상 : (직접 드시는 거세요?) 예, 먹어요.]

과연 그럴까?

여객 터미널 밖으로 나오자 100여 대의 차량이 기다립니다.

보따리상들이 카트에 포대를 싣고 나오자 곳곳에서 농산물을 나눠 싣습니다.

수집상들이 걷어가는 겁니다.

[박모씨/수집상 : 관세가 높은데 어떻게 할 거야.시중에 5000원에 판매되는데 다 내면 6000원에 팔아야 되는데 어떤 XX놈이 그렇게 해.]

이번엔 시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보따리상이 가져온 농산물이 팔리고 있습니다.

[농산물 가게 직원 : 고춧가루 중국에서 들여 와서 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저희가 이런 거를 판매를 해드리는 거예요.]

그렇다면 보따리상을 통해 들어오는 중국 농산물은 얼마나 될까.

평택항을 거점으로 움직이는 1500명을 비롯해 인천항 1300명, 군산항 400명 등 보따리상 수는 3000명이 넘습니다.

이들이 들여오는 농산물은 연간 1만 5000톤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중국 농산물 가운데 3~4%는 보따리상이 들여오는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함정운/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팀장 : 수입된 물량이 국내에 들어와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관리나 사후 처리에 있어서 제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지 않나.]

지난 8일, 평택 국제여객터미널.

취재진은 보따리상들의 목적지인 중국 룽청항에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터미널 대합실로 들어가자 60~70대 노인들이 북적댑니다.

승선 인원은 400여 명, 보따리상 대부분은 갈 곳 없는 노인들입니다.

[김모씨/보따리상 : 부도를 많이 맞았어. 맞다보니까 나이가 들어서 직장을 구하지도 못하고…]

농산물 들여오는 걸 범죄로 보는 데 대한 서운함도 많습니다.

[최모씨 : 불법이라고 하지 마세요. 이건 노인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 주셔야지.]

밤이 깊어지자 객실이 조용해집니다.

세간살이라고는 옷가지 몇 개가 전부, 손잡이에는 빨래가 길게 널려 있습니다.

잠자리는 좁은 칸막이식 2층 침대, 이들에게 배는 집입니다.

[김종화/보따리상 : 숙식이 일단 해결이 됩니다. 옷, 빨래, 목욕 다 할 수가 있으니까 배에서요. 그래서 배숙자라고 부릅니다.]

노인에겐 힘들법한 14시간의 항해.

중국 룽청항에 배가 도착합니다.

보따리상들이 짐을 싣고 내립니다.

터미널 주변은 건물 하나 보이지 않는 시골.

어디선지 승합차들이 나타나 짐과 보따리상을 실어갑니다.

취재진이 뒤따라 가려하자 중국 선사 측이 강하게 제지합니다.

[중국 룽청항 관계자 : 그룹에서 등록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어요.]

하지만 보따리상의 존재는 이미 한국과 중국 항로의 한 축이 됐습니다.

평택항의 경우 평택시항만사업소는 한해 운영비 10억 원 가운데 절반을 보따리상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중국 선사들은 보따리상을 태우지 않으면 적자를 견디기 어렵습니다.

[중국 OO선박사 지사장 : (보따리상 없으면) 저희는 영업을 못해요.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여력이 거의 없죠.]

세관과 해경 단속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평택세관 직원 : 조사 인력도 한정이 있고 여기 있는 사람이 몇 천명이 나오지 않습니까… (단속은) 힘든 일이고… ]

수입은 줄고, 배를 떠나진 못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 조 모 씨가 들여오던 낚시대, 안을 뜯어보니 필로폰이 들어 있었습니다.

조 씨는 곧바로 구속됐습니다.

지난달에는 김 모 씨가 금괴 4kg을 들여오다 세관에 걸렸습니다.

시가 1억 8000만 원 상당입니다.

평택항에서 적발된 사례들입니다.

보따리상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세금을 내는 등 법 테두리 안에서 마음 편하게 활동하는 방안을 고심 중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세금과 국내 농민 보호, 그리고 한중관계까지 해법을 내놓을 만한 능력도, 기력도 없습니다.

그저 관성대로 배에서 눈을 붙이고, 뭍에 내리면 보따리를 나를 뿐입니다.

정부가 해법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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