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에 대한 앙금, 대구지역 물갈이 신호탄' 등 해석 분분
친박 핵심 "차라리 판 갈아엎는게 국정운영에 더 도움 돼"
박근혜 대통령의 '나홀로' 대구-경북(TK) 방문을 놓고 새누리당 내부가 술렁이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구와 경주를 방문하면서도 여느 지방 순회 일정과 달리 지역 국회의원들은 단 한명도 호출하지 않은 여파가 이어지면서 8일 여권내 대구를 중심으로한 영남권 의원들이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여권에서는 이와관련, 유승민(대구 동을) 전 원내대표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앙금이 반영된 의도적 행위라는 해석에서부터, 대구지역 의원들의 물갈이 신호탄이라는 말까지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청와대는 술렁이는 정가의 반응에 "어제 대구시 업무보고는 경제활성화와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2가지 중요한 주제를 갖고 토론을 벌이는 자리다. 이를 위해서 국민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원했다"(민경욱 대변인)고 해명에 나섰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사는 드물다.
한 재선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어제 '사건'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정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누비며 국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에선, 마치 후보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의 '목적의식'이 느껴질 정도였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대구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박 대통령 이후 지역 맹주 역할은 유승민 대표가 한다는 묵시적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박 대통령이 이를 보란듯이 뭉개버리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단순한 행동 하나 하나를 모두 정치적으로 해석하면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얘기하는 것은 정말 우리 정치판에서 추방해야 할 구태"라며 "유승민 대표가 원내대표 취임 후 청와대와 순탄치 않은 관계를 맺어오다 물러난 것은 물론 사실이지만, 유 대표의 행위 하나하나에 과한 해석을 갖다붙여 청와대와 편가르기, 이간질을 시킨 일부 왕당파 인사들도 정말 반성해야 한다"고 언론의 과한 해석에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유승민 개인에 대한 호불호 문제가 아닌, 박 대통령이 바라보는 새누리당에 대한 시선, 더 나아가선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이 투영된 사건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친박 핵심 인사는 "박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 사건 전부터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여권의 행태 자체에 답답함과 서운함이 있었다"며 "특히 세월호 사건 등 박 대통령의 크고작은 지지도 부침 상황에서 정작 도와줘야 할 의원들은 좌고우면 하며 눈치만 보고 있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픈프라이머리 하겠다고 하니까 의원들 모두 자기 살길 찾아 각자도생 하자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이제와서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어가니까 다시 총선 앞두고 눈도장 찍고 '우리 대통령 최고' 이런 낯간지러운 소리를 하니까 이런 여당을 보고 대통령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박 대통령 입장에선 차라리 전부 판을 갈아엎는 것이 국정운영이나 여당 운영 면에서 낫다고 보지 않겠나"라며 "야당도 중진들이 내년에 무수히 나가 떨어질텐데 우리만 오픈프라이머리 한다고 현역의원들에게 잔칫판을 깔아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친박 핵심부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또다른 단면에는 이같은 정치적 함수도 깔려있는 셈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