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회' 박혁권 "진짜처럼 연기하는 게 평생의 목표"

입력 2014-04-14 08:0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밀회' 박혁권 "진짜처럼 연기하는 게 평생의 목표"


김희애는 배우 박혁권(43)의 연기를 '살아있는 생선'에 비유했다. 지난달 '밀회' 제작발표회에서 김희애는 "대사가 박혁권의 입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파닥파닥 살아있는 생선이 된다. 놀랍도록 리얼한 연기를 보여준다"며 극찬했다. 배우에게 '진짜같은 연기'를 강조하는 안판석 감독이 영화 '국경의 남쪽(06)'에 이어 MBC '하얀거탑(07)' JTBC'아내의 자격(12)' JTBC '세계의 끝(13)', 또 JTBC 월화극 '밀회'까지 박혁권을 다섯 번이나 캐스팅한 것 역시 김희애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이유 때문이다. '밀회'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중2병'(중학교 2학년생처럼 철 없다는 의미)에 걸린 음대 교수 강준형. 아내 김희애에게 왜 자신을 전폭적으로 밀어주지 않냐고 떼를 쓰기도 하고, 아내가 스무살 어린 제자 유아인에게 푹 빠진 걸 눈치채고도 점집에 찾아가 어떻게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철 없는 인물이다. 이번에도 그는 실제 성격과 캐릭터가 분간이 안되는 '리얼'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실감나는 연기력은 그의 확실한 연기 철학과 고집, 노력에서 나온 결과물. 최근 박혁권은 일간스포츠와 만나 "'진짜'처럼 연기하는 게 내 연기 인생의 목표이자 숙제"라며 말했다.


-'밀회'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소감은.

"지하철을 탈 때 마스크를 쓰고 창가에 딱 붙어있는데 그래도 종종 알아보시더라. 사실 인기에 연연하는 편도 아니고 이런 관심이 불편하기도 하다. 지금도 물론 유명한 건 아니지만 지금보다 더 무명이었을 때부터 생각했던 게 있다. 인기에 집착하면 연기를 하는 이유를 잊어버릴수 있다. 주객이 바뀐다. 그러다가 금방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던데, 팬들이 요청해도 안해주나.

"일단 도망간다. 사진 찍는 내 모습이 너무 어색하고 민망하다. 그래서 셀카도 안찍고 시사회 포토존에 서는 것도 너무 싫어한다. 특히 제작발표회에서 사진을 찍을 땐 땅이 푹 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진 찍는 게 너무 싫어서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진 요청해도 다 거절한다. 사인도 안한다. 의미없이 남발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악수를 하자고 제안한다. 예전에 연극을 할 때 관객들에게 팬사인회를 하는 시간이 종종 있었다. 그 때 마다 한 관객에게 너무 오랜 시간동안 사인을 해줘서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성격상 상대를 기억도 못 할 정도로 의미없이 사인을 하는 걸 못 참는다. 오랜 팬이거나 정말 날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정중히 거절한다."

-그렇게 거절하다가 상대가 오해하는 일도 있겠다.

"사진 찍는 게 싫은 건 성격이라 어쩔 수 없다. 의미없이 보여주려고 사인하는 것도 내 성격에 안 맞다. 그래서 최대한 정중히 거절하는데 만약 상대가 오해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아니겠나. 거절하는 건 정말 죄송하다."

-'밀회'에서 김희애의 남편을 연기하고 있는데.

"김희애 선배는 내가 연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톱스타였다. 그런 사람의 남편 역할이라니 아직도 신기할 따름이다. '아내의 자격' 땐 선배와 함께 하는 신이 1~2컷 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부부 역할이라 정말 영광이다."

-피아노 연주신을 선보였다. 어렵지 않았나.

"취미로 동네 피아노 학원을 한 달 정도 다녔다. 80페이지 정도 되는 교재에 계이름을 적는 숙제가 있었는데 하루에 40페이지를 했더니 한 아이가 '하루에 한 장씩 하는 건데 이 아저씨는 하루에 40페이지나 했다'며 놀라워하더라. 그렇게 공부한 게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안판석 감독에게 꾸준히 캐스팅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점점 비중이 큰 역할을 맡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불러주시는 이유를 직접 여쭤본 적은 없다. 내겐 어려운 분이다. 감독님 앞에선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긴장한다. (웃음) 감독님이 내리는 디렉션의 처음과 끝은 '진짜같은 연기'다. '진짜 연기'로 감독님에게 보답하고 싶다."

-'밀회'의 리얼리티에 연일 극찬이 쏟아진다. 출연배우로서 어떤가.

"일단 대본을 보면 여러 감정이 나도 모르게 샘솟는다. 때론 욕도 나오고 때론 슬퍼진다. 출연배우가 일종의 1차 관객이 되는 것 같다. 내가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도 혀를 끌끌 찰 때가 있다. 어떤 장면은 너무 리얼해서 웃음이 나온다. 진짜 감독님도 작가님도 대단하신 것 같다."

-SBS 수목극 '쓰리데이즈'에도 출연하고 있다.

"'쓰리데이즈' 촬영을 다 끝났다. 앞으로의 분량은 없다. 그런데 이번에 드라마 촬영을 병행했던 게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리얼리티를 깨는 것 같아 불안했고 또 죄송했다. 얼굴이 알려져 안 좋은게 이런 점인 것 같다. 같은 배우가 두 작품에 동시에 나오는 걸 깨닫는 순간 시청자들도 몰입도가 떨어질 것 같다."

-아직 싱글이다. 결혼에 대한 압박감은 없나.

"없다. 안 하겠다는 마음도 없지만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결혼을 안 해서 아빠 역할을 할 때 공감을 못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게 좀 아쉽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뭔가.

"작품이다. 취미가 별로 없다. 그냥 마음 잘 맞는 친구들과 수다떠는 걸 좋아한다. 마음이 잘 맞는 삶과 울고 웃으면서 사는 얘기하는 게 재밌는 것 같다. 얘기하다가 너무 공감이 되서 닭살이 돋고 그러는 게 재밌고 좋다."

-영화 '겨울왕국' 올라프를 닮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나.

"내가 봐도 좀 닮았더라. 근데 걱정이 된다. 올라프 닮은 것 때문에 드라마 볼 때 시청자들의 집중력이 깨질까봐 걱정된다. 개인적으로 잘생겨 보이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못 생겨보이고 싶지도 않다. 그냥 개성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떤 캐릭터든 진짜처럼 소화할 수 있게 얼굴에 특징이 없었으면 좋겠다. 너무 예쁘고 잘생기면 작품을 볼 때 외모만 보이지 않나."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게 말 속에 느껴진다.

"축구선수였다면 축구를 잘하려고 노력했을 거다. 잘생기고 인기많은 축구 선수가 아니라 진짜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되길 원했을거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물론 연예계는 여러가지 유혹이 많다. 하지만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진정성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할 것 같다. 물론 소속사 입장에선 이런 내가 답답하겠지만.(웃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진짜'처럼 연기하는 배우. 그게 내 연기 인생의 목표다. 뻥 안치고, '척 안하는 배우'로 재밌게 살고 싶다."

김연지 기자 yjkim@joognang.co.kr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