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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의 그녀?…반복되는 신상털기 사건 '일그러진 소영웅주의'

입력 2016-06-20 16:26

엉뚱한 여성 등 제3자 신상공개 노출로 2차 피해
뒤틀린 쾌감과 우월감, 소영웅주의적 심리서 비롯
전문가 "피해자 입장에서 공감하는 훈련 및 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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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여성 등 제3자 신상공개 노출로 2차 피해
뒤틀린 쾌감과 우월감, 소영웅주의적 심리서 비롯
전문가 "피해자 입장에서 공감하는 훈련 및 교육 필요"

이재은 기자 김지현 인턴기자 = 최근 가수 겸 배우인 박유천(30)씨의 성폭행 혐의 고소가 잇따르자 온라인 상에 피해자 신원과 사진 등이 유포되는 일명 '신상털기'가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관계없는 제3자의 정보가 온라인 사이트에 노출되면서 애꿎은 피해자마저 낳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0일 박씨가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 내 화장실에서 종업원 여성 A씨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박유천의 그녀'라며 A씨로 추정되는 사진이 유포됐다.

이 사진은 불과 몇시간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지만 정작 이 사진은 A씨가 아니라 사건과 관계없는 일반 여성의 사진으로 밝혀졌다.

이 여성은 경찰서에 찾아가 "박씨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이런 일로 사진이 퍼져 기분이 좋지 않다. 유포한 사람의 처벌을 원한다"고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사건 정황 등의 내용이 담긴 찌라시와 일반인 여성의 얼굴이 그대로 공개된 동영상도 난무하고 있다.

이같은 신상털기는 특정인의 신상 관련 자료를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 찾아내 다시 인터넷에 무차별 공개하는 사이버 테러에 속한다. 최근 포털 사이트 검색 서비스과 SNS 활성화로 인해 더욱 잦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신상털기 유포 행위가 남들보다 빨리 정보를 얻고 빨리 전파하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소영웅주의적 심리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연예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하고 정보를 공개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며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 남들보다 빨리 정보를 얻고 전파하면서 스스로 '힘이 있다'고 느끼는 소영웅주의적인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무차별적인 신상털기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로 동명이인 등 엉뚱한 사람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5일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회원 등 네티즌 5명이 전남 신안군의 한 섬마을 성폭행 사건 피해 교사의 신상정보를 유포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여성의 사진을 올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피해자가 기간제 교사라는 잘못된 이야기를 접한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 홈페이지에서 B교사의 사진을 찾아 인터넷에 올렸지만 정작 이들이 신상 정보를 공개한 인물은 피해자가 아니었다.

뒤늦게 자신의 사진이 성폭행 피해자로 지목돼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음을 알게 된 B교사는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는 이 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최근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털기가 사건의 피해자를 향해 2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박유천 성폭행 사건과 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 등 성범죄와 관련된 사건일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2013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을 방문한 기간에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피해 여성의 사진과 이름 등 신상정보가 무차별 유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또 지난 2012년 한 검사가 민원인 여성과 검찰청 내에서 성관계를 맺어 물의를 일으킨 '성추문 검사 사건'에서도 피해 여성의 사진이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공개돼 이를 유포한 검사 및 검찰 수사관들이 처벌을 받기도 했다.

신상털기는 '개인정보보보호법'에 따라 법적으로 처벌받는다.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 3자에게 제공한 자와 제공받은 자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형법 제307조에 따라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돼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최초 유포자를 찾는 과정이 쉽지 않고, 분쟁 시 소송비용 부담과 법적처벌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전화번호를 바꾸는 등 개인적인 대처로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경찰 관계자는 "신상 정보를 단순히 공개만 한 경우라도 상대방이 원치 않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인터넷 신상털기는 파급력과 지속성이 높아 당사자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으니 바람직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사회적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가해자들을 단순 처벌하는 데 그치지 말고 '내 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당사자라면 얼마나 힘들까' 등 피해자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훈련이나 교육이 필요하다"며 "특히 아무리 연예인이라해도 사생활을 지켜줘야 하고, 타인의 신상정보 공개는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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