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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흉물로 방치된 폐교…'명소'로 탈바꿈하다

입력 2020-10-1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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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잡초가 무성하고, 낡아버린 건물이 텅 빈 채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한때 아이들이 뛰어놀며 꿈을 키웠던 곳인데, 저출산으로 이렇게 문 닫는 학교가 늘고 있습니다. 문 닫은 학교 열 곳 가운데 한 곳은 아직,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요. 졸업생들이 나서서 폐교를 명소로 탈바꿈시킨 곳도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밭을 가득 메운 분홍빛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룹니다.

흐드러지는 꽃을 배경 삼아 저마다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강다인/경기 용인시 영덕동 : 친구가 홍성이 고향인데 고향 왔다가 여기 코스모스가 있다고 해서 구경왔는데 너무 좋아요.]

소셜미디어상에선 이미 코스모스 성지로 입소문이 났습니다.

[황정옥/충남 홍성군 : 딸래미가 '여기 핫 플레이스래' 인스타에 올라왔다고. 전 여기 사는데도 처음 와봤거든요.]

만개한 코스모스가 끝없이 펼쳐진 정원 같은 이곳, 지난 6년 전 문을 닫은 충남 홍성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입니다.

폐교한 이후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었는데, 운동장에 코스모스밭을 만들어놓으면서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폐교를 재활용한 겁니다.

동네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인근 세 개 초등학교가 통폐합됐는데, 폐교 이후 잊혀져가는 게 안타까워 졸업생들이 코스모스 단지를 조성해놓은 겁니다.

[이규동/대평초동문회 사무총장 : 풀이 너무 심하니까 예초기로 깎고. 가을쯤에는 또 산이 되더라고요, 풀이. (그러다) '이거 그냥 풀밭보다는 꽃밭이 낫지 않겠냐?' 그 말 한마디에 동문회 이사회에서 제안을 해서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엄청 뿌듯하더라고요.]

코스모스와 함께 학교 모습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코스모스밭 앞쪽으로는 학교 본관으로 쓰였던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창문마다 도서실과 행정실 등 각각의 이름이 아직 붙어있고요.

행사 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현수막의 흔적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늘 굳게 닫혀있던 학교를 지나다녀야 했던 지역 주민들은 반갑습니다.

[박영연/충남 홍성군 : (원래는) 잡풀도 무성하고 문만 닫혀 있고. 지나다니면서 쳐다보면 거의 비어 있는 모든 폐교가 비슷하니까. (그런데) 이런 것들을 마련해서 지역 주민들이 덕분에 좋아지는 거죠. 너무 좋은.]

이처럼 잘 관리되고 있는 폐교도 있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열 곳 중 한 곳은 방치된 상태입니다.

올해 3월 기준 전국 폐교 학교는 총 3834개교인데, 409개교는 팔리지 않거나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잡초가 무성한 이곳은 얼핏 보면 숲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이 뛰어놀던 학교 운동장입니다.

지금은 버려졌는데, 여기엔 이렇게 인근 초등학교와의 통폐합으로 폐교됐다는 안내문만 남아있습니다.

2009년 폐교한 뒤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정문과 현판은 사라진 지 오랩니다.

교실 안에 남아있는 흔적만이 이곳이 초등학교였음을 짐작케 합니다.

청평초 학생 수 16명, 총 두 학급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경기 가평의 한 초등학교입니다.

[백성금/주민 : 늦은 시간에 오갈 때 어두우니까, 그리고 비어 있는 공간이니까 좀 낯설고 뭐라고 해야 될까. 공포감도 있다고 할까…]

[조중협/주민 : 가끔 여기 경찰차 왔다 가고 그랬는데. 입구에 권고 붙여서 출입하지 말라고 그러는데 여기 놀러 온 사람들이 공터가 있고 하다 보면 그냥 들어가기도 하고.]

1994년 폐교한 이후 수련원으로 활용되다가 지금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거를 검토했을 정도로 낡기도 했지만, 팔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20억여 원에 달하는 가격때문입니다.

노후화된 시설과 좋지 않은 접근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비용이라는 겁니다.

관할 교육지원청에선 가격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경기 가평교육지원청 경영지원과 : 한 4년 정도 유찰됐어요. 가격 조정은, 저희가 가격을 정한 게 아니라 감정평가를 의뢰해서 나온 거기 때문에 저희가 어떻게 조정할 수가 없어요.]

결국 지역 사회와 공존하는 시설로 탈바꿈하기 위한 교육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학교는 배움의 터전이기도 하면서 사람들이 추억하는 과거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해마다 줄어 문을 닫는 학교가 많아지는 건 이미 '정해진 미래'가 되었지만, 그대로 방치해 이웃과 지역의 골칫거리가 되는 일은 없어야겠죠.

(VJ : 서진형 / 영상디자인 : 홍빛누리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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