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군주민수…"책임은 내게 있다"

입력 2016-12-26 21:3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물은 굽이지고 물결치는 곡선의 미학으로 그려집니다.

그 자연스런 이치를 거슬렀을 때 벌어진 재앙들을 우리는 지난 몇 년동안 몸으로 확인해 왔습니다.

"죽은 숭어 배를 가르니 걸쭉한 녹조가 쏟아져 나왔다. 뿌연 화면으로 가리지 않고선 방송이 어려울 정도"

흐르지 못하도록 가둬놓은 강은 그렇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했던 개발의 욕망. 그 결과였지요. 그리고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그 배. 세월호. 사람들은 한 네티즌의 개인적 탐색 작업에조차 온 힘을 다해 매달렸을 정도로 진실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모든 책임을 거부한지 오래인 국정의 최고책임자와 입을 맞춘 듯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관련자들.

시민들은 '책임은 내게 있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습니다.

"책임은 내게 있다"

무려 6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우리는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조선의 태종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세금으로 거둬들인 쌀을 가득 실은 배들이 34척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침몰했을 때, 임금은 말합니다.

"쌀은 아까울 것이 없지만 사람 죽은 것이 대단히 불쌍하구나. 그 부모와 처자의 마음이 어떠할 것인가"

책임은 모두 왕에게 있으며. 세금보다 백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임금.

그는 출렁이는 민심의 흐름이 얼마나 두려운가를 깨닫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그는 어쩌면 직역의 물, 즉 배를 삼킨 바다와 의역의 물, 즉 민심을 동일시할 줄 알았던 혜안의 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직역의 물과 의역의 물을 동일시하지 못할 때, 물은 어떠한 대답을 돌려주는가…

그러고 보니 이번에 교수신문이 정한 2016년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 였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앵커브리핑] 2016년 가을과 겨울…"하멜은 틀렸다" [앵커브리핑] To be or not to be '이대로냐 아니냐' [앵커브리핑] "'저급한' 나라의 고급스러운 시민들" [앵커브리핑] 좌우의 문제?…"상식의 문제"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