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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곳곳 바큇자국…사람 발길에 병드는 제주 '오름'

입력 2018-11-06 21:39 수정 2018-11-0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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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도에는 지금은 화산 활동을 쉬는 400여 개의 작은 화산들이 있습니다. 이것을 오름이라고 부르지요. 일부 '오름'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도 등재돼있습니다. 그런데 유명한만큼 관광객도 몰리고 행사도 열리면서 많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풀이 무성한 오름을 SUV 차가 내달립니다.

차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자국이 남습니다.

영상에 나온 제주 문석이오름을 찾아가 봤습니다.

오름 위를 오프로드 차량이 달리면서 남긴 이 바퀴자국은 사람이 앉을 수 있을만큼 넓고 손 한뼘이 넘을만큼 깊은데요.

하늘에서 바라봐도 자국이 선명할 정도입니다.

얼마나 많은 차들이 다녔는지 곳곳이 타이어 자국입니다.

[고경대/목격자 : 산에 올라갔다가 지프가 올라오길래 깜짝 놀라서. 이 오름이 그럴 수 있는 곳인지 참 걱정스러웠어요.]

제주 오름은 일부 오프로드 동호인들 사이에서 체험 코스로도 입소문을 탔습니다.

도청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제주도청 관계자 : 저희 입장에선 진짜 난감합니다. 특정한 데가 아니라 그냥 자기네 마음대로예요. 훼손이 아주 가속화된다는 겁니다.]

법적으로는 사실상 규제할 근거가 없습니다.

오름은 제주특별법상 경관보전지구로 지정돼 있지만, 건축만 제한됩니다.

[제주시청 관계자 : 저희는 오름에 대한 조례가 있긴 있는데 차량을 이용해서 오름을 올라가거나 이런 행위 제한에 대한 관련 조례는 없거든요.]

산악 자전거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오름에도 가봤습니다.

둘레길 곳곳에서 자전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쓰레기도 묻혀 있습니다.

산악자전거가 점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 언덕인데 오름 둘레길에 모래주머니와 통나무를 묻어두었습니다.

취재진 촬영 중에도 자전거 2대가 빠르게 내달려 옵니다.

[죄송합니다.]

탐방객들에게는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김홍구/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자기의식을 갖고 있어야 돼요. 그래야 사람들이 1년 타고 2년 타고 10년, 100년 탈 수 있는 건데. 망가지면 그냥 가 버리거든요.]

오름은 화산재 알갱이인 '스코리아', 우리말로 '송이'로 이뤄져 있습니다.

돌보다 훨씬 약해 차량은 물론 자전거, 심지어 사람의 발길도 지나치게 많으면 무너지고 훼손됩니다.

가을 억새로 유명한 새별오름.

많은 이들이 억새 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습니다.

곳곳의 억새가 꺾이고, 없던 길도 만들어졌습니다.

멀리서 보니 글자로 보이는 흔적도 있습니다.

지난 여름 한 종교 단체에서 홍보를 위해 글자 조형물을 설치했는데,그 자리에 풀이 자라지 못한 것입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용눈이 오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능선 사이가 깊게 패였습니다.

자세히 보면 바퀴자국도 있는데요.

이렇게 없던 길이 자꾸 생기자 오름 곳곳에는 이런 출입통제 알림판도 만들어졌습니다.

오름 정상은 뻘건 속살도 드러났습니다.

[현향미/제주시 : 전에는 왔을 때 여기 전체가 잔디밭이어가지고. 근데 이렇게 흙밭이 되니까 아 사람의 힘이, 파괴의 힘이 강하구나.]

시민들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김성수/제주시 : 지금 오름이 붐이니까 안 올 리는 없고. 사람이 다녀도 훼손이 덜 되도록 어떤 장치를 해야 되겠죠. 오름에 인원 제한을 한다든가.]

먼 곳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정작 발밑은 이미 황폐해졌습니다.

무관심과 이기심이 계속된다면 오름이 주는 아름다움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인스타그램)
(화면제공 : 시청자 고경대·김홍구 씨)
(인턴기자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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