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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춘·김무성, 철도파업 철회 중재 막전막후

입력 2013-12-30 14:39 수정 2013-12-30 14:39

29일 하루 만에 모든 합의 '속전속결'
박기춘 "철도노조, 징계철회 요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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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하루 만에 모든 합의 '속전속결'
박기춘 "철도노조, 징계철회 요구 없었다"

여야가 30일 철도노조의 철도파업 철회를 이끌어내기까지 지난 29일 막후에서는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철도노조 사이의 물밑협상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박기춘 사무총장이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철도노조 최은철 사무처장 겸 대변인이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민주당사로 들어간 지난 27일이었지만 사실상 본격적인 물밑협상은 지난 29일 하루에 모두 이뤄졌다.

박 총장이 이번 파업에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당사에 진입한 최은철 처장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면서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면서부터다.

박 총장의 진술을 토대로 전날 상황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오전 11시30분 =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뒤 박 총장과 면담을 갖고 철도파업에 대한 논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원내협상에 능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기도 한 박 총장에게 "연말 안에 철도파업 문제를 풀어보라"는 특명을 내렸다.

▲정오~오후 2시 = 박 총장은 당사로 건너가 최 처장에게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말자.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며 "그냥 파업을 위한 싸움은 안 된다"고 당부하고 합의안 가안을 마련했다.

박 총장은 특히 철도민영화 금지 법제화와 수서발 KTX 면허 취소 요구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포기를 설득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내 철도산업발전 소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파업을 철회한다는 내용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

협상의 물꼬를 튼 민주당은 국토교통부 쪽에도 같은 내용의 제안을 했지만 정부가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박 총장은 밝혔다.

▲오후 2시~4시 = 박 총장은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 같은 합의 내용에 동의를 얻어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김기현 의원, 국토위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합의안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으나 사실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오후 4시~6시 = 박 총장은 국토위 내 새누리당 최다선인 김무성 의원과 접촉해 "철도노조 사태를 이대로 둬야겠나"라고 사태해결에 나서자고 제안했고, 김 의원은 "조건이 있나"라고 질문했으나 합의안 내용을 듣고 공감대를 확인했다. 지역구에 머무르고 있던 김 의원은 상경했다.

▲오후 9시 ~11시 = 박 총장과 김 의원이 박 총장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3시간여 동안 배석자 없이 단둘이 이야기를 나눠 세부사항을 조율했다. 김 의원의 보고를 들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총장도 김한길 대표와 수시로 통화를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청와대와 조율했다. 김 의원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으나 김 실장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총장은 다만 김 의원으로부터 "조원동 수석이 김 실장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도 좋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11시 ~12시 =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자 김 의원은 "당을 설득하기 위해선 김명환 위원장의 직접 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김 의원과 박 총장은 자정께 직접 민주노총 본부를 찾아 김 위원장을 만났다.

양측은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잠시 풀어준 틈을 타 신속하게 차량에서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한 취재진이 박 총장을 목격하고 "박기춘 의원 아냐?"라는 말을 했고, 박 총장과 김 의원이 김 위원장과 만나 합의문을 작성하는 사이 취재진이 건물 정문 앞에 몰려들었다.

김 위원장은 박 총장과 김 의원으로부터 협상경과에 관한 설명을 듣고 합의문 내용을 확인한 뒤 국토위 소위 구성 시 파업철회 방침에 서명했다. 김 위원장은 "파업이 철회되면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며 박 총장과 김 의원에게 사진촬영을 제안했고, 파업 철회 후 공개를 방침으로 사진촬영에 응했다.

박 총장과 김 의원은 취재진이 대기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피하기 위해 13층에서 8층까지 계단으로 내려간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까지 이동, 경찰이 막아 놓은 차단막(셔터)을 잠시 열어줘 낮은 포복 자세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합의안 서명 후 박 총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김 대표는 박 총장에게 "정말 큰 일 해냈다"고 격려했다. 박 총장이 김 대표에게 합의안 서명 사실을 보고한 시각은 새벽 0시5분께였다.

박 총장은 "처음에는 민노총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면서도 "노조원들과 수시로 이야기를 하면서 이들도 사람이고 많이 흔들리고 있으며 합리적으로 이야기가 통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소위 구성 수준으로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면합의 여부에 대해서는 "정말 조건 없이 대화한 것은 맞다. 징계최소화 같은 이야기는 정말 없었다"며 "어제 합의하면서도 철도노조에서 징계를 풀어달라는 얘기는 하지 않아서 놀랐다. 그런 요구는 입 밖에도 내지 않더라. 이 사람들 괜찮은 사람들이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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