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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 도입 검토 지시

입력 2021-04-22 18:57 수정 2021-04-23 18:35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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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청와대가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포함한 새로운 백신 도입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인데요. 효과는 입증됐지만, 아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죠. 식약처는 스푸트니크V의 안정성 정보를 수집해달라는 공문을 외교부에 보냈습니다. 관련 소식 신혜원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영화 '반지의 제왕' : 너한텐 친구도 없어. 아무도 널 안 좋아해. 듣고 싶지 않아! 넌 거짓말쟁이고 도둑이야! 살인자 저리 가버렷 (그들이 너에게서 뭘 훔쳤니?) 그건 바로 My precious!]

제 인생 영화 중 하나인 '반지의 제왕' 명장면입니다. 얻기만 하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절대반지. 골룸은 개인의 욕망과 세계의 평화앞에 번민하지만, 결국 그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용암속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영화의 세계관이 담긴 장면이랄까요.

현재 지구상엔 이 절대반지 못지 않은 물건이 있습니다. 누구도 예상 못 했던 신종 전염병에서 인류를 구원할, 코로나 백신입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1월 21일) : 제2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보다 많습니다. 40만명. 이것은 전시작전입니다. 백신 1억회분을 접종할 겁니다.]

지난 1월 취임한 미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향후 100일 간 백신 1억 회분을 접종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목표를 한차례 상향 조정했죠.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지난 주, 제가 취임한지 58일째에, 예정보다 42일 앞당겨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오늘 저는 두 번째 목표를 세우려 합니다. 취임 100째 날까지 국민들의 팔에 2억회의 백신을 맞출 겁니다.]

자신감이 대단했습니다. 묻고 더블로 가, 1억 회가 아닌 2억 회분에 접종에 도전하겠다고 했는데요.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 21일) : 내일 백신량과 접종 수치가 나오면, 우리가 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백신 접종 2억회를 돌파했습니다. 제가 취임한 지 90일째 되는 날에요.]

취임 90일 만에 2차 목표까지 달성했습니다. 한 때 미국 내 일일 확진자가 8만 명대까지 올랐던 걸 생각하면, 정말 박수쳐줄만한 성괍니다. 현재까지 미국 성인 절반 이상, 5월이면 모든 성인이 접종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아직 국민의 10%, 아닌 1%대 접종률을 보이는 국가도 있죠. 백신의 80% 이상이 고소득 및 중산층 국가로 쏠리는 등 백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합니다. 덜 부유한 국가들은 제약사와의 직접 계약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다국적 백신 공급프로젝트 '코백스(Covax)'에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 21일) : 우리는 더 많이 도우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중앙아메리카를 포함해서, 우리가 도울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아직 과정에 있죠. 지금은 (백신을) 해외로 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는 자신이 없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미국의 백신 수요가 정점을 넘어선 만큼, 해외로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겁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미 COVAX를 통해 기여해왔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는데요.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더욱 난감해졌습니다.

[2021 보아오포럼 개막식 축사 (지난 20일) : 어떤 나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이웃에 대한 배려 없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습니다.]

[정의용/외교부 장관 (어제) : 미국도 국내 사정이 아직도 매우 어렵다는 입장을, 국내 백신 비축분이 여유가 없다는 입장은 저희들한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급 불안이 커지자, 정부 관계자들 사이 새로 급 부상한 백신, 바로 '스푸트니크 V' 입니다. 소련의 첫 인공위성 이름을 따온 만큼 러시아 산이고요. 지난해 8월 개발됐습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모든 유엔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안정성 검증이 부족하단 지적에 실현되진 못했죠.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해 9월 22일) : 러시아는 전문가들의 과학적,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를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시험을 했습니다. 이에, 세계 최초의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개발했고 등록했습니다.]

당시 CNN이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딸에게도 이 백신을 맞췄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본인은 맞지 않았다"고 공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죠.

[매튜 챈스/CNN 기자 (현지시간 지난해 11월 24일) : 크렘린궁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아직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늘 오전 크렘린궁 대변인은 '대통령에게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사용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약 두 달 전부터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의학계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로 꼽히는 '랜싯'에 "2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91.6%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발표가 실린 건데요. 현재 스푸트니크V 사용을 승인한 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이란, 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 60여 개국이고 현재까지 약 700만 명이 접종했습니다.

문제는 안정성이죠. 스푸트니크V는 접종 후 '희귀 혈전증' 발생 논란에 휩싸인 아스트라제네카, 얀센과 같은 메커니즘을 가진, 그러니까 '바이러스 벡터' 기반의 백신입니다. 미국은 이 백신을 도입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FDA 승인도 안 났습니다. 현재 심사 중인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문 대통령은 스푸트니크V 도입을 공개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요. 단, "해외의 접종 사례와 부작용까지 전반적으로 짚어보라"고 당부했습니다. 식약처는 외교부에 스푸트니크V를 접종하는 러시아 등 12개국에서의 이상반응 발생 관련 정보를 수집해달란 공문을 보냈습니다.

[양동교/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 자원관리반장 : 스푸트니크 백신에 대해서는 식약처, 외교부를 중심으로 해서 안전성 등의 자료를 지금 수집하고 있고, 또 정부에서는 이런 안전성 자료 이외에도 국외의 허가 승인 상황, 접종 현황 등에 대해서 자료수집과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죠. 가장 적극적인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입니다. 안전성만 검증하면 싸고 구하기도 쉽다면서 "못 들여올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습니다. 청와대에 공개 검증을 요청한 사실도 직접 밝혔죠. 민주당 당권 주자 가운데 한 명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플랜B가 있어야 한다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VS 반면, 전직 코로나 총 사령탑인 정세균 전 총리는 부정적 입장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나 화이자만 놓고 봐도 국민 선호도가 있는데, 러시아 백신은 더 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런 설익은 논의를 함부로 뱉는 게 혼란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주호영/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 뒤늦게 백신 가뭄, 백신 보릿고개가 생기니까 허겁지겁해서 이런저런 의견을 많이 내고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투명하게 결정하고 국민들에게 동의를 받는 그런 절차가 필요한 것이지, 급하다고 안전성이 제대로 점검되지 않은 이야기를 정책 담당자들이 함부로 뱉는 것이 오히려 혼란의 원인입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표현은 좀 더 거칠었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K-방역 자화자찬하는 사이에, 이제는 외국으로부터 백신 굼벵이가 됐다는 조롱을 받는 처지가 됐다"고 썼는데요. "백신 접종률은 제 3세계 개도국들보다 못하고, 마스크 벗고 다니는 영국, 이스라엘을 마냥 부러워하는 신세가 됐다"고 비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당장 5월 말 한미정상회담 때, 직접 화이자, 모더나를 방문해 CEO를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백신 관련 소식, 들어가서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문 대통령,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 검토 지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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