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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is] 유치한 중금한령 한국 영화계에 던진 미끼 "안 물면 그만"

입력 2016-09-05 10:02 수정 2016-09-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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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계까지 넘어왔다.

스타, 가요, 방송를 넘어 영화계에도 중국발 '금한령'(禁韓令)이 고개를 들었다. 순조롭게 개봉을 예정하고 있었던 영화는 검토와 조율조차 다음 기회로 넘어갔고, 감독은 비자를 받지 못해 촬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 배우가 중국 배우로, 혹은 한국 감독이 중국 감독으로 교체되는 일은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도, 관련 공문을 받은 제작사도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여파가 이 같은 무대포식 행태의 속사정이라는데 반박하는 이는 없다.

문제는 산업을 움직이는 '돈 줄'을 쥐고 있는 것이 중국 측이기 때문에 반발을 할 수도 없다는 것. 이에 한 영화 관계자는 "처음에는 '보여주기 식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팽배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스케일이 광범위하게 넓어지고 있다. 누가 언제 어떻게 타겟이 될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이어 "프로젝트 초반에 기획이 무산 된다면 그나마 괜찮은데 모든 사항이 결정된 후에, 혹은 촬영까지 돌입한 상황에서 '철회' 조치가 떨어지면 난감하다. 대비책을 마련할 시간은 당연히 없다. 중국은 자신들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초강수를 두고 있기 때문에 더 무섭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감독들은 "큰 시장이고 그들이 먼저 한국 영화계와의 협력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진출을 해보려는 것이다. 막는다면 굳이 우리도 목 매달지 않는다.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중국에서 꼭 영화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시장이다"며 "당당한 마인드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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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대만서 터진 '부산행' 中개봉은 미정

국내 개봉 후 1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좀비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부산행'은 최근 5억5000만원의 고액 판권료를 받고 중국 측에 판매됐다. 하지만 홍콩과 대만 등 인근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해외 개봉 날짜가 속속 결정된 상황에서 중국만 현재까지 개봉 일자가 미정이라 그 내막에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부산행'이 하반기 개봉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사드 배치로 표류 됐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하지만 배급사 NEW 측은 "중국 측 배급사와 함께 개봉일을 조율하고 있다.개봉일을 확정짓고 판권을 파는 것도 아니고, 판권이 팔렸다고 해서 곧바로 개봉하는 것도 아니다. 현지 시장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게 된다"며 "개봉 날짜가 단 한 번도 정해진 적이 없기 때문에 미뤄지거나 표류됐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특히 '부산행'은 8월 24일 홍콩 개봉 후 첫 주 수익만 약 24억을 올렸다. 이는 2002년 차태현 전지현 주연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수익 20억 원을 14년 만에 깬 수치다. 대만에서 역시 9월 2일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규모로 개봉해 이틀 만에 3000만 타이완달러(한화 약 10억5천만원)를 돌파, '엽기적인 그녀'(2200만), '장화홍련'(2500만)을 넘고 신기록을 수립했다.

홍콩과 대만에서 '부산행'이 터진 후 중국 개봉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끼치지 않겠냐는 긍정적 반응도 전해졌다. NEW 측은 "홍콩 대만의 흥행은 우리도 깜짝 놀란 성과다.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중국 내 사정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며 "분명 중국 측도 개봉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당장 정해질 사항은 아닌 듯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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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中비자발급 지연 "해결책 정부에"

중국 무협영화 '무신' 촬영을 준비 중이던 김기덕 감독은 특별한 사유 없이 중국 비자 발급이 지연돼 그 피해를 직격탄으로 받았다. '무신'은 아시아 고대 왕국의 종교를 둘러싼 전쟁과 사랑 이야기를 불교식 우화로 그린 작품이다. 디즈니 전 회장 딕 쿡이 설립한 딕 쿡 스튜디오와 중국 자매 회사인 필름 카니발이 함께 참여, 제작비 3700만 달러(한화 약 415억원)를 투자 받아 중국 항저우 로케이션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비자를 받지 못해 중국으로 출국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끝까지 비자 발급이 거부된다면 최악의 경우 현지 연출을 따로 두고 김기덕 감독은 한국에서 총감독을 맡는 상황까지 염두해 두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차기작이 중국 영화인데 제작이 지연되고 있다. 일단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기다려 볼 생각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풀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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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합작 영화도 방해? '쿵푸로봇' 측 "'문제없다' 확답"

'해운대', '국제시장' 등으로 1000만 효과를 톡톡히 본 윤제균 감독의 제작사 JK필름 측은 대규모 한중합작 영화 '쿵푸로봇'을 준비 중이다. '쿵푸로봇'은 김용화 감독이 대표로 있는 덱스터스튜디오가 완다 그룹 산하 완다픽쳐스와 2년 간의 기획 및 사전제작을 거친 작품이다. 완다픽쳐스가 투자한 첫 한중 합작 프로젝트이자, 한국의 CJ엔터테인먼트까지 참여하면서 중국과 한국 최대 투자배급사가 모인 글로벌 프로젝트가 됐다. 한국 감독에 중국 로케이션이 계획돼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충무로 관계자들은 중국의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쿵푸로봇'은 현재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물론 완다픽쳐스 측으로 부터 "문제없다. 계획대로 추진하면 된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윤제균 감독은 일간스포츠에 "'쿵푸로봇'은 아직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각색과 수정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장 제작에 착수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일단 우리는 완다 측 입장을 신뢰할 수 밖에 없다.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예측하기 보다는 당장 해야 할 일들을 우선 순위로 생각하고 있다"며 "만약 프로젝트가 막힌다면 한국 시장에서 또 열심히 준비하면 될 일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JK필름에서 제작해 중국 리메이크를 추진 중이었던 '내 깡패같은 애인'은 한국 감독에서 중국 감독으로 교체했으면 좋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윤제균 감독은 "한국 감독을 염두해 두고 있기는 했지만 중국 감독이 좋겠다고 하더라. 한국 감독이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니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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