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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탈시설' 물음표…인력·예산·인프라 미흡

입력 2021-08-0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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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시설이라고 해서요. 장애인들이 점차 시설에서 나와서 사회 속에 어우러져서 자유롭게 살도록 하는 정책을 정부가 오늘(2일) 내놓습니다. 정부가 이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는 목소리도 있고 반대로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현장 취재했습니다.

먼저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에어컨이 넘어지지 않게 각목으로 둘러졌고 모든 서랍엔 자물쇠가 달렸습니다.

식탁은 경첩으로 의자는 끈으로 고정됐습니다.

25살 중증발달장애인 이모 씨가 부모와 사는 집입니다.

[전모 씨/발달장애인 부모 : 저 식탁을 집어던지는 거예요. 고정을 했더니 이제 의자를 집어던지는 거예요. 내가 얘랑 싸워봤자 이길 게 없고, 그냥 안 깨지는 걸로 바꾸자…]

특수학교 졸업 뒤 어머니가 아들과 집에 갇혀 산 게 벌써 6년.

최근 앓고 있던 병이 심해진 어머니는 막막합니다.

[전모 씨/발달장애인 부모 : 지금까지는 그냥 부모니까…저희가 만약에 죽고 나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거죠. 그래서 시설을 알아보게 됐는데 요즘은 탈시설 얘기들이 나오니까 더 답답하고…]

70대 어머니는 40대 중증발달장애인 유모 씨를 집에서 20년째 돌봤습니다.

유씨는 종일 같은 동요를 듣습니다.

[민경애/발달장애인 부모 : 소리 좀 줄여, 엄마 귀 아파서 그래.]

나이 든 어머니는 이제 맡길 곳을 수소문하지만 시설은 이미 꽉 찼습니다.

[민경애/발달장애인 부모 : 나는 우리 아이가 좀 쾌적한 데 가서 좀 인권도 보장받고 행복하게 살 그럴 시설이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국가에서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반대로 탈시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며 컨테이너 옥상에 올라간 사람들도 있습니다.

[시설에서의 생활은 감옥에서의 생활과 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 인권 침해가 없는 개인별 지원 서비스가 가능한 가족과 같은 주거 환경으로 변화돼야 한다…]

탈시설 정책은 장애인이 시설 밖에서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장애인이 점차 시설을 나와 살게 하는 방향입니다.

많은 선진국이 채택했고 한국에도 인권위와 UN이 권고한 방향입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탈시설은 현실성이 없고 '사형선고'라고 합니다.

[민경애/발달장애인 부모 :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아이인데 어떻게 따로 가서 어떻게 얘를 본다는 거예요.]

[앵커]

국내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발달장애인들의 부모님들 입장을 들으셨는데요. 이분들의 걱정은 시설에서 나와서 잘 살 수 있는 기반이 지금 마련돼있냐는 것 그리고 각각의 선택권을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이어서 서준석 기자입니다.

[기자]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이 자립하도록 한 서울시의 장애인 지원 주택.

뇌성마비 지적장애인 강씨도 4개월 전 왔습니다.

개인 물건이 생겼고 하루 평균 10시간 일대일 서비스를 받습니다.

[강동국/발달장애인 : 검색을 이렇게 한 번 해보려고요. (혼자서 하면 되겠어요, 아니면 조금 도와줘요?) 한 번 해보려고요.]

[민선화/장애인 지원 주택 센터장 :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여기 와서는 개인별 인력이 거의 24시간 붙어있으니깐 무슨 말인지 알게 될 정도로 좋아지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하지만 한계도 느낍니다.

[민선화/장애인 지원 주택 센터장 : 정말 한시라도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너무 고립되는 삶은 산다면… 24시간 누군가가 다 돌봐준다고 해서 주택에서의 삶이 행복할 수 있다? 그거에 대해서는 저는 물음표가 있긴 하거든요.]

인력과 예산, 지역사회 인프라도 아직 불충분합니다.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시설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고 계속적인 보호가 필요하신 분들 같은 경우에는 주거 서비스라는 용어를 변경시켜서 유형들을 남겨둘테고…]

국내 시설에 머무는 장애인 약 3만 명 중 발달장애가 약 80%로 대다수입니다.

지난해 3월과 6월, 올해 2월과 5월에도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보호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현아/전국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 공동대표 : (시설에) 살려고 맡긴 거죠, 같이 살 수가 없으니까. 대안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지금은 그것(시설)밖에 없어서 그래도 그거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걸 뺏으려고 하시니까…]

비극이 되풀이되는 걸 막으려면 탈시설 정책도 장애의 특성을 고려해 세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면제공 : 전국거주시설장애인부모회)
(영상디자인 : 조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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