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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동일본대지진 10년…돌아오지 않는 땅 "누구를 위한 올림픽이냐"

입력 2021-03-08 20:36 수정 2021-03-0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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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사흘 뒤면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딱 10년이 됩니다. 재건 작업이 진행됐다지만,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는 후쿠시마 주민들은 대체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지 묻고 있습니다.

윤설영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10년 전 규모 9.0의 강진 뒤 찾아온 거대한 쓰나미.

[위험해. 빨리 도망가.]

만5천 명 넘게 사망했고 2500여 명은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했습니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이와테현 리쿠젠다카다시엔 기다란 콘크리트 제방이 건설됐습니다.

쓰나미 이전엔 소나무 7만 그루가 방풍림을 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높이 15미터, 길이 2km에 달하는 거대한 인공 방파제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도호쿠 지역 전체로 보면 300㎞나 됩니다.

[스즈키 스즈코/이와테현 주민 : 바다가 안 보여서 문제예요. 바다가 보이면 파도의 상황을 알 수 있고 후다닥 도망치면 되잖아요.]

시가지는 말끔히 정비됐지만 주민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2조 원을 들여 지반 공사를 마쳤지만 대부분 빈 땅입니다.

[무라카미 히로노부/리쿠젠타카타 주민 : 안 살죠. 완성이 너무 늦었어요. 다들 고지대로 이동한 뒤에 완성됐으니까. 아무도 갈 사람이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떠나 재해지역의 고령화율은 일본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돕니다.

[하타케야마 슈이치/리쿠젠타카타 주민 : 아직 멀었어요. (가장 불안한 것은) 사람이 없다는 것. 후손들에게 부채만 남길 수도 없고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약 60km 떨어진 이타테무라.

마을 입구에 실시간 방사선량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시간당 0.19마이크로시버트(μSv), 원전 사고 이전의 2배입니다.

올림픽 성화는 이 도로를 따라서 달리게 됩니다.

도로에서 조금만 떨어진 곳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하더라도 높은 수치가 나옵니다.

불과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인데 10배 가까이 높습니다.

여기저기 거대한 검은 자루가 쌓인 산도 보입니다.

[이토 노부요시/이타테무라 주민 : 지표면 5㎝를 파서 자루에 담아서 둔 것입니다. 앞에 보이듯이 5단이 쌓여 있습니다.]

오염토를 담은 검은 자루는 후쿠시마현 전체에 2200만 개나 됩니다.

[이토 노부요시/이타테무라 주민 : 정부는 최종 처분장소가 후쿠시마현 밖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어디가 그걸 받아줄지 관건입니다.]

대지진 나흘 뒤 방사능을 머금은 비와 눈이 내리며 이타테무라의 비극은 시작됐습니다.

[간노 에이코/이타테무라 주민 : 원전이 가져온 상황이죠, 확실히. 원래라면 손자 손잡고 유치원 데려다주고, 운동회도 보러가고 즐겁게 지냈을 텐데…]

사고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최소 300년이 더 걸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주민들은 75%가 떠났고 지난 5년간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는 단 6명뿐입니다.

[이토 노부요시/이타테무라 주민 : 아직 후쿠시마현에서도 3만명이 피난하고 있습니다. 부흥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 아닙니까. 결코 그런 의미에서 부흥올림픽도 아니고…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소박한 의문입니다.]

(영상디자인 : 정수임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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