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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범인 '은닉죄'는 고도의 '고의성' 입증 돼야"

입력 2013-12-26 16:47 수정 2013-12-2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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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사 '은닉죄' 안 돼…경찰이 안 가는 것"
-'종교 성지' 경찰 진입은 결국 청와대 판단
-'종교 성지' 진입, 되레 '민주화 이후'의 일

■방송 : JTBC 정관용라이브 (16:00-16:30)
■진행 : 정관용 교수
■출연진 : 정미경 변호사, 이가영 기자

◆정관용-철도노조 지도부. 조계사에 은신했죠? 종교시설이 수배자의 은신처 역할을 하는 것, 논란이 일고 있고요. 또 이제 한 해가 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장시켰거나 이색적인 결론으로 주목받은 올해의 판결은 또 어떤 것이 있었을지. 법조관련 이슈 풀어줄 두 분 모셨습니다. 먼저 정미경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정미경-안녕하세요.

◆정관용-중앙일보 법조팀의 이가영 기자, 어서 오십시오.

◇이가영-안녕하십니까?

◆정관용-본격적인 얘기 들어가기 전에 조금 아까 블랙컨슈머에 대한 리포트를 봤는데 어느정도 처벌을 받아요, 저런 사람들?

◇정미경-보통 협박이 동반되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공갈죄가 될 가능성이 높고요. 그다음에 속이는 것, 기업을 속이는 거니까 속여서 이득을 취하니까 사기죄. 그다음에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만약에 유포하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있거든요. 거기에 그다음에 제가 얼핏 또 생각나는건 신용훼손죄 그다음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도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관용-여러 가지 있네요.

◇정미경-네.

◆정관용-그동안에 처벌 사례들을 보면 구속되거나 이런 경우도 많이 있습니까? 아니면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납니까?

◇정미경-실제로 실형을 받은 경우도 있고 갈수록 이게 유죄로 밝혀질 경우에 처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까도 나왔던 얘기도 있고 그런데요. 같은 경쟁사 빵에 쥐가 죽어 있다, 이렇게 해서 자작극을 벌여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결국 실형을 살게 됐죠, 자작극인 게 밝혀졌기 때문에 아까 휴대전화를 직접 폭발을 시켰거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굉장히 고의성이 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처벌을 좀 높게 집행유예도 없이 거의 실형을 살리는 것 같아요.

◆정관용-엄한 처벌을 해야죠, 사실. 상거래세 전반을 훼손하는 행동 아니겠습니까?

◇정미경-그러니까 정도의 차이. 그런데 귀엽게 봐줄 수 있는 소비자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아마 그 정도에 맞춰서 벌금할 수도 있고, 실형을 할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정관용-어떤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공갈, 사기, 신용훼손 등등 여러 가지 법률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런 말씀입니다. 본 얘기로 들어가보죠. 지금 조계사에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지금 노조원 4명이 들어가 있는 상태인데 경찰의 입장발표가 재미있어요, 저는. 조계사에 들어갈 수는 없다. 그러나 조속한 시일 안에 영장을 집행하겠다. 그게 가능한 얘기입니까,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정미경-진짜 굉장히 정확하게 집으셨는데요. 지난번 민노총에 들어갔을 때 그냥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서 그냥 법적으로만 따지면 들어갈 수는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도 사실은 조계사에 체포영장 집행하면 들어갈 수는 있죠.

◆정관용-집행하려면 들어가야 되는 거죠?

◇정미경-들어가야 되는 거죠.

◆정관용-그런데 들어갈 수 없다고 먼저 했잖아요.

◇이가영-그건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우리가 명동성당이나 조계사에 많이 은신해 있었잖아요. 과거의 사례를 보면. 그러니까 전통적으로 일단 거기에 들어가면 경찰이 그 안까지 들어가기는 너무 부담이 많이 되니까 아마 그런 의미에서 어정쩡하게 표현을 한 것 같아요.

◆정관용-지금까지 사례부터 정리해 보죠. 명동성당이 많이 이용됐고 조계사도 그렇고.

◇이가영-명동성동은 사실 소위 군사독재 시절에는 명동성당은 심지어 결혼식을 가장해서 모임을 가질 정도로 성지였죠, 말 그대로 성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전에는 명동성당에 가장 많이 들어갔었는데요. 이제 좀 시대가 변하면서 신도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래서 2000년들 들어서는 명동성당에서 우리가 허가하지 않는 집회는 안 왔으면 좋겠다,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좀 재미있는 것은 2008년 촛불집회, 그 이전에도 조계사에 종종 들어가기는 했는데. 조계사는 명동성당에 비하면 사실 굉장히 적은 사례가 들어갔었는데요. 오히려 2008년 이후, 촛불집회 이후로는 명동성당보다는 조계사가 더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사실은 지난 정권 때, 이명박 정부 때 불교계와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았잖아요.

◆정관용-그렇죠.

◇이가영-그게 굉장히 많이 작용을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조계사에 들어가는 총무원장 차를 검색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해서 굉장히 갈등이 커졌었죠.

◆정관용-맞아요.

◇이가영-최근에는 오히려 조계사가 명동성당보다는 더 성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관용-그리고 조계사라 하더라도 경찰이 또 강제진입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죠.

◇이가영-있습니다. 1995년 한국통신노조 때도 그랬고요. 2002년에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게 종교시설에 실제로 경찰이 진입한 경우는 오히려 민주화된 이후에 생겨납니다. 그전에 소위 말하는 독재시대에는 없었어요.없다 오히려 그때는 거기 외에는 갈 데가 없다, 이런 분위기가 있고 마지막으로 거기는 침탈하면 안 된다라는 그런 공감대가 있었던 거죠. 그런데 95년에 YS 정권 때 처음으로 조계사를 들어가게 되고요. 그리고 그다음에 2002년에도 노조원들이 DJ정권 말기에 들어가서 노조원들을 빼낸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관용-2002년 그 경우에는 항의를 받고 서울경찰청장이 사과까지 또 했다고. 그 이후로는 아무튼 한 번도 경험이 들어간 적은 없었던 거죠?

◇이가영-네, 그렇습니다.

◆정관용-이런 판단은 경찰 스스로 합니까, 검찰하고 협의합니까, 어떻게 합니까?

◇정미경-저런 판단은 청와대하고 아마 협의를 하겠죠. 왜냐하면 정치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경찰과 검찰이 판단하지, 경찰이 검찰하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죠.

◇이가영-당연히 청와대에서 소위 말하는 OK 사인을 받는다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너무 크고요. 그런데 특히 이번에 철도노조 사건에서 좀 주목할 점은 경찰이 실질적으로 일을 다 하고 있는데. 대검 공안부가 어디 요청을 하기 이전에 나서서 우리가 엄격하게 대응하겠다, 엄정하게 대응하겠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런 식으로 먼저 경찰보다 앞서서 그런 분위기를 조성을 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실제로 청와대와 굉장히 교감하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라고 봅니다.

◆정관용-특히나 종교시설이라면 청와대와의 교감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봐야 된다. 또 하나 어떤 시민단체가 말이죠. 조계사 주지스님을 범인은닉죄로 고발하겠다고 말했거든요. 이건 어떻게 됩니까, 범인은닉죄.

◇정미경-일단 정답을 말씀드리면 범인은닉죄 안 되죠.

◆정관용-왜요?

◇정미경-범인은닉을 한다는 건 굉장히 고의가 아주 명백해야 되는 건데.

◆정관용-고의성?

◇정미경-그런데 적극적으로 이게 해 줘야 되는 건데 지금 사실은 숨은 거잖아요. 그런데 그냥 숨은 건데.

◆정관용-허락 없이 들어간 것이고. 그냥 우리는 보호해 주겠다 이런 것이고. 그 정도 가지고는 은닉죄가 안 된다?

◇정미경-아니, 그런데 보호해 주겠다는 조계종의 말씀은 사실은 부처님의 입장에서 그냥 나는 보호해 주겠다, 이런 의미지. 내가 이 사람들을 은닉하고 숨겨주겠다 이런 차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영장, 경찰은 언제든지 체포영장 집행하려고 들어갈 수 있는 거잖아요.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건 은닉했다고 볼 수 없는 겁니다.

◆정관용-들어갈 수 있는데 안 들어가고 있는 거죠.

◇정미경-안 들어가고 있는 거죠. 그건 정치적 판단인 거지. 그것에 대해서 조계종의 큰스님이 은닉했
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정관용-종교시설이 범인은닉죄로 처벌당한 사례는 없죠?

◇이가영-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관용-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다행인 게 이제 코레일 사장이 조계사를 방문해서 부위원장과 면담을 했고 잠시 후 4시부터 다시 실무교섭을 재개한다. 그나마 완전히 막혀 있던 대화의 물꼬를 트게 하는 데 종교기관이 역할을 좀 한 것 같아요. 조계사측에서도 대화를 풀어라라고 얘기를 냈으니까 말이죠. 긍정적 기여가 좀 있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하지만 만난다고 잘 되겠습니까? 그래서 여기서 역지사지 토크 한번 진행해 보겠습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전격적으로 교섭재개를 일단 결정은 했습니다. 그러면 두 분이 최연혜 사장이라면 만약에 나는 그 교섭에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어떻게 임하겠다. 마주 앉게 될 교섭 파트너에게 이렇게 말하겠다도 좋고.우선 우리 정 변호사부터요.

◇정미경-형사처벌하지 않을 테니 일단 돌아와다오.

◆정관용-형사처벌하지 않겠다를 코레일 사장이 약속할 수 있는 건가요?

◇정미경-왜냐하면 처벌을 원하지 않겠다라는 걸 검찰에 사입장에서 제출할 수가 있어요. 그러면 합의를 보면.

◆정관용-업무방해 혐의로 사측이 고소해서 체포영장이 나왔을 거예요. 맞죠? 고소를 취하할 수 있는 거죠.

◇정미경-그렇죠. 그러니까 합의가 되면 굳이 검찰에서 그걸 처벌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사장님이 얘기하시면. 왜냐하면 지금 노조도 굉장히 사실 입장이 난처하고 어려워요. 오죽하면 조계사에 들어가서 중재해 주세요 이렇게 말할 정도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하면 지금 가장 뭐라고 할까, 마음속에 여진이 남아 있는 부분이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도 있을 거예요, 여러 가지. 그러니까 사장님이 그 부분을 먼저 짚어서 해결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정관용-이가영 기자는 내가 코레일 사장이라면?

◇이가영-KTX 민영화를 반대했던 나를 믿어달라라고 하겠습니다.

◆정관용-그렇죠. 부사장 시절부터 민영화 계속 반대했다고 그러고 지금도 민영화 아니라고 계속 주
장하니까, 그런 의미?

◇이가영-어쨌든 최연혜 사장은 부사장에서 내부승진된 케이스고 철도대학장을 지냈고 누가 뭐라고 해도 철도인입니다. 어떻게 보면 철도업에서는 큰누나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정말 우리가 남이냐, 우리가 몇 십년 같이 동고동락 했다, 정말 나를 믿어달라. 나는 KTX 민영화를 반대했던 사람이다 이렇게 설득할 것 같습니다.

◆정관용-두 분의 코치를 좀 받아서라도 아무튼 최연혜 사장과 노측 사이에 대화의 진전이 조금이라도 있기를 기대해 보고요. 이 얘기 이 정도 마무리짓고 이제 올 한 해 마무리되는 때이고 해서 올 한 해 일부 언론들이 주목할 만한 판결들 이런 것 많이 선정을 합니다. 거기 제일 많이 등장한 게 부부강간죄가 처음으로 인정됐다, 이거거든요. 먼저 어떤 판결인지부터 소개해 주세요.


◇이가영-어려운 문제인데 기존에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인정이 된 적이 없었던 부분이고요. 대법원이 공개변론도 하고 있던 부분인데 그러니까 부부 사이에 성적인 의무가 있다라고 얘기를 하잖아요, 부부관계의 의무. 사실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유교적인 전통도 있고 해서 이 부분에서 의무쪽에 더 방점이 돼 있었고 의무쪽에 방점이 있다 보니 여자들이 조금 더 피해를 많이 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부부 사이에도 원하지 않는 경우는 충분히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다라는 판결을 처음으로 내린 겁니다.

◆정관용-구체적으로 이번 이 판결이 내려진 사례를 보면 상당한 폭행 이런 게 동반이 됐죠?

◇정미경-그런 부분도 있고요.

◆정관용-말씀하세요.

◇정미경-참 뭐라고 그럴까. 시대가 변하고 있다라는 걸 정말 성범죄에 대해서는 되게 많이 느낍니다.예를 들면 부부강간죄도 보통의 부부 사이에서는 남편이 폭행을 대부분 동반해요. 폭행하고 해도 강간이 아니다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부부강간죄가 인정이 됐다는걸 보면 저희가 볼 때 강간죄에 있어서 우리가 어떤 걸 보호해 줄 것이냐. 그건 보통의 경우에는, 그러니까 과거의 경우에는 정조. 정조를 보호해 주겠다. 그러면 사실 부부 사이에서는 정조를 보호해 주는 게 그렇게 큰 의미가 없으니까 부부강간죄가 되지 않는다 아마 이렇게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뭐냐하면 신체, 신체를 보호해 주고 그다음에 의사결정의 자유를 우리가 보호해 주겠다.

◇정관용-자기결정권.

◆정미경-자기결정권,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부부 사이에서도 그 두 가지가 침해되는 거잖아요. 더 초점이 되면 정조보다는. 그렇게 되면 이제 부부강간죄가 인정이 되는 건데. 아마 그런 식으로 이렇게 바뀌고 있다는 걸 저희가 느껴요. 그리고 또 재미있는 사례는. 저희가 연수원 다닐 때건 그다음에 제가 검사로 있을 때건 그걸 외웠어요. 외웠던 판례가 뭐냐 하면 강간 중에 여성이, 피해여성이 가해자인 남성의 혀를 절단해요. 그런 사례가 있었거든요. 그럴 때 뭐냐 하면 그것이 여자의 정당방위냐. 아니냐, 과잉방위냐.이런 게 문제가 됐어요. 저희는 그걸 다 외웠어요. 과잉방위라고.

◇정관용-과잉방위라고요?

◆정미경-그러니까 정당방위는 아니다. 너무 과도하다.

◇정관용-강간중인데도?

◆정미경-네. 그렇게 외웠어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건 당연히 정당방위라고 아예 검찰 단계에서는부터 그걸 인정을 해서 아예 기소를 안 해요. 그래서 그런 걸 보면 이게 참 흘러가는 게 참 재미있는데. 아마 여자 법조인 중에서 그러니까 판사나 검사가 여성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 것도 영향을 미치고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도 많이 바뀌고 있다라는 걸 제가 몸으로 느끼는 경우입니다.

◆이가영-정조 말씀하시니까 왜 과거 진짜 옛날 얘기지만 이승만 시절에 왜 이기붕의 아들을 사칭하면서 내가 이강석이다라고 사칭하면서 여러 여자를 유린한 남자가 있었잖아요.

◇정관용-수백 명 얘기도 나왔었죠.

◆이가영-잡혔는데 나중에 법원에서 판결 그렇게 했잖아요.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정조는 보호 할 필요가 없다라는, 그게 한 5, 60년 전의 얘기인 거죠. 그리고 지금 저희가 어렸을 때 들었던 충격적인 건 청바지 입은 여자에 대해서는 강간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판결도 있었거든요.

◇정관용-정말 그런 판결이 있었어요?

◆정미경-미니스커트 입고 다니면 그 피해자 여자가 유발한 거니까 그런 건 보호해 줄 필요가 없다 이렇게 하는 거죠.

◆이가영-청바지는...

◇정관용-그런 판결들도 있었다고요?

◆정미경-아니, 과거에는 우리가 그러니까 남자 검사들이 많았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것 갖고 토론을 하면 남자 검사들은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정관용-요즘은 그런 얘기하면 성차별적 발언이라고.

◆정미경-그렇죠. 그러니까 이게 시각이 많이 바뀌고 있는 거예요.

◇정관용-외국에서는 부부강간죄가 상당히 일찍부터 다 인정이 되고 있죠?

◆이가영-선진국 같은 경우는 이미 많이 되고 있고 사실 좀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굉장히 많이 늦었던 건 사실이고.

◇정관용-알겠습니다. 또 하나 주목받는 판결로 언론이 많이 지적한 게 외부 성기성형을 하지 않았어도 성별정정신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 성별정정신청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반드시 성기성형까지를 해야만 했었던 모양인데 그걸 의무로 하지 않겠다고 바뀌었죠. 조금 소개해 주시죠.

◆이가영-사실은 성기성형 부분이 굉장히 위험한 수술입니다. 그리고 한국을 거치지 않고 동남아나 이런 데 가서 불법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아요. 왜냐하면 위험부담도 크고 돈이 많이 들거든요. 싼 데 가서 수술하다가...

◇정관용-경제적 부담이 우선 더 클 거예요.

◆이가영-실제로 죽기도 합니다. 소위 말하는 트렌스젠더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상당 부분은 그래서 안 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도 호르몬 요법이나 이런 걸 통해서 최대한 축소시키거나 이런 식의 방법을 택하는데요. 이번에 지금까지는 정정하기 위해서 반드시 여자가 남자가 되거나 이러기 위해서는 성기성형이 있었어야 되는데 이번에 결정에서 그러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게 나왔고요. 특히 이 부분에서 관심 있는 부분은 판사들이 내린 결정문에 관용은 나에게 편안한 사람들과 편안한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나에게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삶의 방식을 함께할 공간을 내주는 거다, 이런 내용을 달았습니다.

◇정관용-내가 좀 불편하더라도 그 사람도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것. 그것이 관용이다? 제 이름이 관용이지 않습니까? 이 판결의 의미 어떻게 보세요?

◆정미경-참 정말 법조가 굉장히 보수적인데 정말 이게 굉장히 진보적인 판결이거든요. 그러니까 국민들께서 생활에 밀접한 그런 판결이 아니니까 잘 느끼시지 못할 수도 있는데 제가 볼 때는 정말 충격적이에요.

◇정관용-아마도 앞에 부부강간죄 부분도 그렇고 이번 경우도 그렇고 부부강간죄에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 여기서는 심지어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존중. 그렇죠? 그만큼 사회적 통념이 아닌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주는 방식으로. 바로 이런 게 어떻게 보면 인권증진 아닙니까, 개개인의 인권증진.

◆정미경-그렇죠. 점점 나아가고 있다, 진보되고 있다라고 우리가 사실 생각하는 그걸 반영하고 있죠.

◇정관용-오늘 우리가 거론한 판례들이 그렇게 많은 판례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회적 기준이 된다는 면에서 조금 눈살 찌뿌려지더라도 아, 그래 그런 것 인정해야지 그런 이야기를 아까 판사들이 그렇게 쓴 게 아닌가 싶어요.

◆정미경-그런 것 같습니다.

◇정관용-두 판례를 봤고요. 두 분께 제가 내가 올해의 판결, 의미 있는 판결로 꼽는 것 하나씩 준비해 주십사 부탁을 드렸는데. 먼저 우리 정 변호사님부터. 정 변호사님은 어떤 판결을 의미 있는 판결로 보십니까?

◆정미경-제가 먼저 설명을 좀.

◇정관용-판넬을 들어서 설명을 해 주세요.

◆정미경-저는 지금 보이시죠? 제가 이걸 뽑은 이유는 요즘에 남자 아이들을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 그다음에 여자 아이들을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들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봤는데요. 성범죄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굉장히 엄해지고 있고 처벌이 아주 강력해지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님 입장에서 그 성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되는지에 대한 굉장히 부담스럽고 걱정을 되게 많이 하세요.

◇정관용-사건소개부터 해 주셔야죠.

◆정미경-이 사건이 뭐냐 하면 주인공은 세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남자가 있고 그 남자의 여자 친구가 있고 여자 친구의 친구, 여자친구. 그러니까 여자 2명에 남자 1명인데. 셋이 친하게 지냈어요. 그런데 여자 친구가 잠시 일하러 간 사이에 여친의 여자 친구하고 이 남성이 술을 마시다가 성관계를 했어요. 그런데 성관계하는 도중에 이 남성은 여자가 합의하에 응해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몸의 동작과는 상관없이 언어로 하지 말라고 얘기를 하니까 남자가 약간 겁이 난 거예요. 왜냐하면 혹시 나를 고소할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성관계가 끝나고 난 다음에 이 남자가 녹취를 했습니다.

◇정관용-대화를 하면서?

◆정미경-그러니까 이건 성관계 이후죠. 녹취를 했어요. 그랬는데 여지없이 그 여성이 강간으로 이 남자를 고소를 했습니다. 그래서 검찰에서는 일단 그 남자의 녹취록은 받아들이지 않고 여성의 진술에... 아마도 이건 추측컨대 여성의 진술을 더 신빙성이 생각을 해서 기소를 했어요. 그래서 1심에서 아마 징역 4년인가 5년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정관용-중형이 내려졌네요.

◆정미경-그런데 문제는 항소심이었죠. 항소심에서 아마 녹취, 그러니까 다른 새로운 증거가 들어가지 않고 아마도 증거는 같은 증거인데 판단이 달라진 거죠. 그래서 사후에 녹취된 그 녹취의 신빙성을 더 인정해 주고 해서 무죄가 됐어요.

◇정관용-그러니까 성관계 후에 여성과 남성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는데 그 대화 내용을 보니 강간당한 여성의 대화가 아니다, 이렇게 판단을 했다 이 말입니까?

◆정미경-그렇죠. 그래서 올해 초에 대법원에서 무죄가 났습니다.

◇정관용-확정됐어요?

◆정미경-확정이 됐습니다.

◇정관용-이 판결이 가진 의미 어떤 거라고요?

◆정미경-보통 성범죄는 사실은 물증이 없어요. 결국에는 뭐냐 하면 사후의 진술이에요. 그러니까 가해자의 진술과 피해자의 진술이에요. 그러니까 사실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거예요. 현실적으로 검사든 판사든. 그럴 때 조금이라도 물증이 있으면 그것이 판단하기가 쉬워지는 거죠.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사후에라도 정말 억울한 사람이 생기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남자이든 여자이든, 제가 볼 때는. 그럴 경우에는 녹취를 해 놓는 게 참 좋을 듯해요.

◇정관용-알겠습니다. 이가영 기자는 내가 뽑은 올해의 판결, 의미 있는 판결 뭡니까?

◆이가영-저도 판넬을 준비해 봤는데요. 이게 당시에 저희 중앙일보 법조팀에서 단독으로 보도한 기사인데.

◇정관용-사건 소개부터 해 주세요.

◆이가영-일파만파였습니다. 한 중견기업가가 있습니다. 1000억원 이상,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자산가인데요. 등산모임에서 젊은 여자를 만납니다. 내연관계가 됐고 이 여인이 임신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애를 낳겠다고 하니까 50억을 주면서 낙태를 요구를 했습니다. 그래서 50억을 줬어요. 낙태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시간이 흐른 후에 이 남자가 그 50억이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여자가 애를 낳겠다고 나에게 공갈협박을 해서 내가 어쩔 수 없이 50억을 줬다며 공갈죄로 고소를 합니다. 이 여자가 공갈죄로 기소가 됐습니다. 하지만 3심 모두 무죄를 받았습니다.

◇정관용-의미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이가영-실제로 이 공갈이라는 게 아까 블랙컨슈머 이런 것도 나왔는데요. 일단은 이런 경우 소위 말하는 왜 이런 여자들 같은 경우에 꽃뱀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기도 하잖아요. 애를 미끼로 이런 걸로 해서 남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낸다고 하는 건데. 일단 이 경우는 여자가 먼저 임신을 했어요. 그런데 처음에 남자는 아마 돈을 바라고 임신을 했다라는 주장을 했고요.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법원에서는 일단 남자가 돈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임신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정관용-여자가 돈을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

◆이가영-그리고 남자도 역시 애를 낳으면 돈을 준다 이런 식의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서로. 그런 상태에서 애를 가졌고. 그리고 실제로 그 뒤에 여자가 아이를 낳을 의도가 있었던 걸로 판단을 했습니다, 법원에서는. 남자는 이 아이를 미끼로 나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했다고 얘기를 했지만 여자는 실제로 애를 낙태하지 않기 위해서 도망다니기도 하고 그랬던 게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갈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가에게 굉장히 큰 위해가 돼야 되는, 위협을 받을 정도가 되어야 되는데 워낙 큰 자산가라서 50억 정도는 위해가 되지 않는다는 그런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관용-만약 100억이었으면 50억은 위해가 클 텐데.

◆이가영-사실 그 부분은 어떻게 판단했는지 알 수가 없죠. 200억이 될지, 300억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 사람에게 50억은 그렇게 큰 위해가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관용-알겠습니다. 두 분이 소개해 주신 판결은 상당히 특이한 판결들입니다. 사회의 트렌드를 보여준다기보다는 이런 사례들도 있구나, 그런 의미에서 주목받는 판넬인 것 같고 앞서 우리가 소개했던 몇 가지의 판례, 부부강간죄 등등은 확실히 우리 사회가 개인인권존중으로 조금씩 조금씩은 가고 있다라는 걸 반영해 주는 그런 판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나누죠. 고맙습니다.

◆정미경, 이가영-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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