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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변호인단'이 감싼 이재용 부회장…구속영장 기각

입력 2020-06-09 18:35

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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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법원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오늘(9일) 새벽 기각했습니다. 검찰은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은 반면, 이 부회장 측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물론 검찰은 그런 해석을 하고 있진 않죠. 관련 내용을 조익신 반장이 자세히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 '화려한 변호인단'이 감싼 이재용…구속영장 기각 >

"성추행은 했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인지부조화'를 주장하는 '깡'을 발휘했습니다.

[오거돈/전 부산시장 (지난 2일) :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혐의를 인정한 이유가 뭔가요?) 죄송합니다.]

오 전 시장이 부린 이 '깡', 화려한 변호인단이 오 전 시장을 감싼 덕분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형 로펌만으론 2% 부족했나 봅니다. 변호인 하면 역시 전관이죠. 영장심사를 맡은 판사와 함께 일했던 지방법원장 출신. 게다가 대학 선배인 분을 새로 선임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영장 기각이었습니다.

화려한 조명에도 레벨이 있습니다. 형광등 100개가 감싼 듯한 '아우라'에 싸인 이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전관은 그냥 기본 사양입니다. 대법관 후보 1순위, 전 청와대 민정수석, 검찰 특수통 출신이 총출동했습니다. 결과는 아시는 대로 영장 기각입니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 (불법 합병 관련해서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는 의혹 있으신데 계속 부인하시나요?) 늦게까지 고생하셨습니다. (네?) 늦게까지 고생하셨습니다.]

검찰 반응은 '아쉽다'입니다. 그냥 아쉽다고요? 2년 전 삼성노조 와해 건을 수사할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당시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의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크게 반발했었습니다.

[박상범/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2018년 5월) : (삼성 수뇌부에 지시받고 노조 와해 공작하신 건가요?) … (맞나요? 고 염호석 씨와 유족에게 한마디 해주시죠) …]

별도의 입장문까지 만들어 법원의 판단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조직적 범죄인데 어떻게 최고책임자의 영장을 기각하느냐, 날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아쉽다'는 겁니다. 아쉽다고 표현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 전제는 깔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이재용에게만 평등한 불구속재판이라는 원칙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구속 기소를 피한 이재용 부회장에겐 검찰을 향해 날릴 비장의 카드가 한 장 더 남아있습니다. 이 부회장 측이 소집을 요구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입니다. 심의위 소집이 결정되면 여기서 이 부회장 사건의 공소 제기와 수사 계속 여부를 심사하게 됩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이 심의위,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삼성이 가진 강력한 힘을 걱정하는 겁니다.

"삼성 로비력, 이 정도일 줄 몰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017년 국정농단 특검 때 진술했던 말입니다. 기업을 감시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삼성의 합병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꺼낸 이야기입니다. 당시 김상조 정책실장은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단죄해야 이 부회장에게나 삼성그룹 전체에 좋지 않을까"라고 말입니다.

< "최서원 옥중일기 수준은 돼야"…한명숙에 훈수? >

'나는 누구인가' 철학적인 화두를 들고 돌아온 이분, 바로 최서원 씨입니다. 회고록의 제목은 나는 누구인가이지만,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듯합니다.

최씨가 생각한 스스로의 모습은 '투명인간'입니다. 아무런 사욕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허전한 옆자리를 채워왔을 뿐이란 설명입니다. 남편과 이혼도 박 전 대통령 곁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가족처럼 수발을 들다 보니 연설문도 수정하고 취임식 한복도 챙겨줬다는 겁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걸 '투명인간'이 아니라 '비선실세'라고 부릅니다.

[박근혜/전 대통령 (2016년 10월) :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최서원 (2016년 10월) : (국민들한테 한 말씀 하세요!)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최씨에겐 여전히 태블릿 PC는 정치공작의 산물인 듯합니다. "내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파일을 마치 진실인 양 끌고 갔다" 적어 놨습니다. 이미 검찰과 법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검증이 끝난 사안인데도 말입니다.

[최서원 : 큰일 났네. 그러니까 고(영태)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걔네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거로 몰아야 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 분리를 안 시키면 다 죽어.]

K스포츠재단, 미르 그리고 삼성 뇌물 건도 무죄를 호소했습니다. "기업에 출연 금액을 정해줬지만, 강제한 적은 없다"는 겁니다. 요즘 조폭들도 관리비 걷을 때 폭력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저 조용히 문신을 보여줄 뿐이죠.

아무튼, 투명인간 최씨.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요? 오늘 최씨의 변호사가 살짝 힌트를 줬습니다.

[이경재/최서원 씨 변호인 : 한명숙 (전) 총리께서 자신이 재판받아가지고 유죄판결 받은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또는 한명숙 측의 변호사분들이 한명숙 재판 잘못된 것이다, 라고 하려고 하면 최소한 최서원 같은 수준의 옥중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 자신이 있느냐, 이거죠. 그런 정도 수준이 돼야지 아마 대법원 판결을 뒤엎을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겠느냐.]

정말 큰 그림 속에서 이번 회고록을 출간한 듯합니다. 온라인에서 한때 유행했던 말입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인지 고민을 끝냈다면, 이제 본인이 지금 어디 있는지 둘러봤으면 합니다. 그게 좀 더 실존적인 고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화려한 변호인단'이 감싼 이재용…구속영장 기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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