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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아들의 이름…태양이와 큰별이

입력 2016-05-10 21:56 수정 2016-05-10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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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974년. 겨울공화국이었던 그 시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구로동 총기난사 사건.

교도소 동기였던 이종대, 문도석 두 명이 카빈총을 훔쳐 저지른 범죄였습니다.

범행은 비극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두 사람의 가족들이 그 총에 희생됐고, 그 두 사람도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당연히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고, 사람들은 그 천인공노할 범행에 분노했습니다.

그리고는 영화로. 드라마로. 책으로도 만들어졌지요.

그러나 지금부터 해 드리는 이야기는 결을 조금 달리합니다.

당시 이종대의 권총에 희생된 그의 두 아들은 네 살 태양이와 두 살 큰별이.

두 아이의 이름은 지금은 고인이 된 작가 박완서에 의해 비로소 사람들에게 기억됐습니다.

"태양·큰별… 얼마나 밝고 사랑스러운 이름인가. 자식들만은 밝게 떳떳하게 살기를. 더 빛나는 존재가 되기를 얼마나 간절히 소망했는가를 이 아이들의 이름에서 느낀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는 결코 용서할 수 없지만 그가 아이의 이름을 지으면서 품었을 희망은 왜 무너졌는지. 무엇이 그를 '괴물'로 만들었는지.

작가는 생각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시대를 거듭해도… 잔혹범죄는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 사람들의 분노는 들끓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학력, 직업은 물론 옛날 여자 친구의 신상정보까지 샅샅이 털리는 세상.

누구나 공분할 수밖에 없는 범죄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범죄로 인해 드러난 현대사회의 몰 인간성을 한낱 이야깃거리로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옆집 총각 같은…악마', '멀쩡한 외모·충격' 이라는 언론이 뽑아낸 그 제목들처럼 말입니다.

그동안 대중 앞에 얼굴이 공개된 여러 범죄자들의 사진입니다.

얼굴이 공개된 이들을 향해 분노하고 또 다시 사형제 부활을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이른바 '괴물'들은 왜 끊임없이 나오는 건지… 세상은 그들에게 무엇이었는지…

'태양'이와 '큰별'이의 이름을 비로소 찾아주었던 작가 박완서는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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