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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나홍진은 천재, 좋은 영화 만들고 싶었다"

입력 2021-07-08 15:50 수정 2021-07-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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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 사진=쇼박스영화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 사진=쇼박스

"무서운 영화? 모든 반응은 관객의 몫이죠"

개봉 전부터 '문제작'으로 떠오른 영화 '랑종' 연출을 맡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랑종' 에 대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털어놨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8일 태국 현지에서 국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갖고 '감독의 변'을 확고하게 전달했다. 설명에는 막힘이 없었고, 나름의 해명도 두루뭉술하지 않았다.

한국과 태국의 호러 거장 양대산맥으로 손꼽히는 나홍진 감독과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만난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을 때부터 '랑종'은 모두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었다. 분위기는 이변없이 예측대로 흘러가고 있다. 시사회 직후 극호와 극불호가 철저하게 나뉘었고, 일부 장면들의 강렬함이 작품의 메시지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나는 귀신도, 신(神)도, 무당도 믿지 않았지만 나홍진 감독의 '랑종' 원안을 받고 태국 무속신앙을 취재하며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됐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겪었고, 그 세계관을 '랑종'에 녹여내고 싶었다. 나홍진 감독과도 '인간의 악'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있을 수 있는 가장 큰 악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 지금의 '랑종'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20대에 데뷔작 '셔터'를 통해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데 이어, 태국 최초의 1000만 관객 동원작이자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피막'(2014)을 연출하며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인정받은 명실상부 태국 최고의 스타 감독이다. 그러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아이돌이 바로 한국의 나홍진 감독이다.

호러영화에 회의감을 느껴 멀리할 시기,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눈에 들어온 작품도 나홍진 감독의 전작 '곡성'이었다. 반종 피산다다쿤 감독으로서는 '랑종' 연출 제의를 거절할 이유와 명분이 전혀 없었다. '랑종' 원안 집필과 기획·제작에 참여한 나홍진 감독에 대해 "천재"라고 표현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굉장히 친절하고, 말이 잘 통하고, 공정한 분이더라"고 덧붙였다. 물론 감독대 감독으로서 선의의 언쟁도 있었다. 그 치열한 과정을 거쳐 내놓은 결과물이 '랑종'이다.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소감은.
"100% 태국어로 제작된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어 매우 설렌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아직 개봉일은 미정이다. 많은 관심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

-'셔터' '샴' 이후 오래만에 호러영화 메가폰을 잡았다.
"'샴'이라는 영화를 찍고 난 이후에 호러영화에 회의를 느껴 오랫동안 찍지 않았다. 다만 멀리하고 있는 기간 동안 흥미롭게 본 호러영화가 있었는데 바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었다. '곡성'은 귀신이 아니라 분위기에 중점을 둬 공포를 느끼게 했다. 그동안의 호러영화, 공포영화와는 차별화된 차세대 영화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홍진 감독이 연출 제의를 했을 때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나홍진 감독은 태국 현장에 직접 방문하지 못했는데 어떤 식으로 소통했나.
"'랑종' 제작 방식은 나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당초 프로덕션 직전 나홍진 감독이 태국에 방문해 영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려 했지만, 직전 코로나가 터져 그러지 못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태국어 시나리오로 바꿀 때 내가 한국에 가 감독님을 만났던 것이 전부다. 프로덕션 기간에는 화상 미팅이나 이메일을 통해 소통했다. 태국에서 매일 촬영한 작업물을 보내면 나 감독이 거기에 대한 코멘트를 달아주는 형식이었다. 많은 간섭을 하지 않았고, 자율적 권한을 줘 내 스타일대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인터뷰]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나홍진은 천재, 좋은 영화 만들고 싶었다"
[인터뷰]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나홍진은 천재, 좋은 영화 만들고 싶었다"


-나홍진 감독과 작업한 전 후의 느낌은.
"이전까지는 명확히 어떤 분인지 잘 몰랐다. 프로젝트 진행 직전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강연이 있어 방문했다가 감독님도 뵙게 된 것인데, 굉장히 친절한 분이고, 말이 잘 통하고, 공정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방식도 오더를 주면 내가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닌,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었다. 나홍진 감독은 감독으로서 차원이 높은 분, 또 다른 지점으로 한 차원 높은 분이라 많은 배울 점들이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셨고, 영화의 모든 신들이 최대한 높은 수치의 파워를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앞선 시사회에서 '귀신은 없다. 믿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사실이다. 귀신은 태어나 한 번 본 적도 없고,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공포 영화를 만들고 공포 영화 보는 것은 즐긴다. (웃음)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함께 무서워하고 놀라기도 하는데, 극장을 나와서는 잠도 잘 자고 오래 생각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지 '귀신이 진짜 절대 없어?'라고 묻는다면, 확신을 갖고 '응'이라고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직접 태국 무속신앙을 취재했다. 샤머니즘에 대한 생각은 달라졌나.
"리서치하면서 각양각색의 무당을 30명 정도 만났다. 말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현상도 접했다. 예를 들자면,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번에 외국인과 일하게 됐지?'라고 하더라. '와, 정말 설명하기 힘든 일이 있구나' 생각했다. 이산 지역에도 여러 무당들이 있는데, 그들은 사람들에게 많은 돈을 받거나 어떤 대가를 받지도 않더라. 단순한 속임수나 사기가 아니라고 믿게 됐다. 질병 치료를 해주는 무당도 있었는데 태국 돈 39바트, 한국 돈으로는 약 1000원 정도만 받고 있었다. '무당이 있다 없다, 진짜가 맞다 아니다'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떠한 지역에서는 정신과 의사 같은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인터뷰]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나홍진은 천재, 좋은 영화 만들고 싶었다"
[인터뷰]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나홍진은 천재, 좋은 영화 만들고 싶었다"
[인터뷰]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나홍진은 천재, 좋은 영화 만들고 싶었다"


 
영화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 사진=쇼박스영화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 사진=쇼박스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만 두고 현장의 사실감을 최대한 살려 촬영했다고.
"스크립트는 말 그대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일 뿐이었다. 나 역시 이렇게 작업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도, 배우도, 촬영 감독도 모두 즉흥적으로 임했다. 무엇보다 나홍진 감독은 '카메라도 영혼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래서 촬영 감독이 실제로 앞에 어떤 일을 벌어질지 모른 채 촬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리허설도 없이 바로 촬영한 장면도 많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나홍진 감독과 내 의견은 처음부터 '유명 배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영화 자체가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줘야 하는데, 유명한 배우가 나와버리면 '어? 저 배우 누군데!'라고 할 수 있지 않나. 하지만 연기하기엔 또 어려운 캐릭터들이어서 경험이 많은 실력자가 필요했다. 오디션 과정도 매우 힘들었다. 브라운관·스크린을 통해 접하지는 못했지만, 내공은 쌓여있는 연극 배우들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중에서도 밍(나릴야 군몽콘켓)을 연기한 배우는 발군의 실력자였다. 처음에는 그저 예쁘고 젊은 여성으로 등장하지만 후반부에서는 터프한 역할을 소화해야 했는데, 오디션에 참가한 다른 배우들과 아예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눈에 띄어 바로 캐스팅했다."

-무당의 움직임이나 빙의 콘셉트는 어떻게 잡았나.
"그것 또한 실질적인 리서치의 결과다. 태국 무당들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관찰했다. 짐승 같은 변화는 배우, 나, 나홍진 감독, 그리고 '부산행' '곡성' 안무가로 유명한 분이 다 같이 영화 전반의 콘셉트에 맞게 디자인을 했다."

 
[인터뷰]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나홍진은 천재, 좋은 영화 만들고 싶었다"

[인터뷰]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나홍진은 천재, 좋은 영화 만들고 싶었다"
영화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 사진=쇼박스영화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 사진=쇼박스


-'랑종'은 한국 기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수위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나 뿐만 아니라, '랑종' 뿐만이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모든 감독과 제작자들은 당연히 수위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다. 이번 영화를 찍을 때도 나홍진 감독과 내가 각 장면 수위에 대해 언쟁을 할 정도로 예민했다. 누구든 기본적으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관객 동원에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메시지를 위해 필요한 장면들까지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여러 번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랑종'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인간의 악'이다.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고 악령이 있다'는 것이 '랑종'의 메시지이자 우리가 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지점이다. 나홍진 감독과도 '세계에서 있을 수 있는 가장 큰 악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했고, 지금의 '랑종'을 완성했다."

-일부 금기시되는 소재룰 담아낸 이유도 그 때문일까. 강아지 장면에 대한 의구심도 많다.
"'랑종'은 신(神), 귀신에 대한 믿음과 설정이 이전 공포 영화들과는 다르다. 영화 초반부에도 나오지만, 실제 조사 결과 태국 동북부 지역 사람들은 모든 사물, 짐승, 곤충 등에도 귀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강아지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원죄' 중 일부를 강아지로도 표현했던 것이다."

 
영화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 사진=쇼박스영화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 사진=쇼박스


-시각적 강렬함이 크다.
"스크린으로는 굉장히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촬영은 너무나 안전하게 진행됐다. 현장에서도 우리가 아닌 전문 훈련사가 럭키(강아지 이름)와 함께 했고, 럭키의 눈은 늘 초롱초롱했다. 영화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안 보이지만 대부분의 장면은 럭키 없이, CG와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촬영했다. 럭키가 현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학대를 한 경우도 절대 없다."

-밍을 연기한 나릴야 군몽콘켓도 열연했다.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전문가들의 보호를 받았다. 체중을 감량할 땐 전문 영양사가 옆에 있었고, 후반부 어려운 장면들을 찍을 때도 정신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전담 상담사가 있었다. 배우는 촬영 전에 모든 장면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 팀 자체가 상하 관계가 아닌 형제자매 친구 같은 분위기 속에서 촬영에 임했다."

-나홍진 감독은 '무서운 영화를 만들려 했다'는 후일담도 전했다.
"목적은 '무서운 영화'는 아니었다. 나는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나홍진 감독의 원작이 흥미로웠고 감명을 받아 참여했다. 이후 태국 무속신앙에 대해 리서치하면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계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보자'는 목적이 분명 더 컸다."

 
[인터뷰]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나홍진은 천재, 좋은 영화 만들고 싶었다"
[인터뷰]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나홍진은 천재, 좋은 영화 만들고 싶었다"

-연출자로서 촬영 중 가장 신경쓰인 지점은 무엇이었나.
"정신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웃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천재 감독님인 나홍진 감독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것 때문에 압박감과 중압감을 느꼈다. 작업 한 걸 보내고 감독님의 의견을 다시 받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으니까. 감독님은 뭐라고 하지 않는데, 보내기 전에 항상 '이게 완벽한가. 충분한가'를 계속 고민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평이 있다면.
"'랑종'을 만들면서 '나중에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기대를 하며 작업하지는 않았다. 나홍진 감독과도 '최선을 다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자'고만 했다. '랑종'은 그 파이팅의 결과물이다. 피드백은 오로지 관객 분들의 몫이다. 다만 한국에서 시사회 후 반응이 좋다고 들어 '다행이다'는 마음은 있다.(웃음)"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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