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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야권 손보기'?…반정부 성향 인사 체포 논란|아침& 세계

입력 2020-07-14 09:34 수정 2020-07-14 11:28

이신욱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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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욱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앵커]

지구촌 곳곳의 소식을 전문가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전해드리는 아침& 세계 시간입니다.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주의 주도 하바롭스크에서 야당 소속 주지사 체포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사흘째 이어졌습니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어제(13일)도 밤늦게까지 계속됐습니다. 시위대는 세르게이 푸르갈 주지사 구속에 항의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시위에 많게는 4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하바롭스크는 물론이고 극동 지역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입니다. 시위대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시위 참가자 : 지긋지긋합니다. 얼마나 더 참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의 주지사를 선택했고 푸틴 대통령은 두려워했습니다. 그는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누구든 구속시킬 것입니다. 그는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말만 하겠습니다. 나는 이 나라에서 자유인이며 우리는 들을 권리가 있습니다.]

세르게이 푸르갈 주지사는 지난 2004년부터 2년 동안 발생한 범죄 조직의 기업인 살해와 살해미수사건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아침 자택 인근에서 전격 체포돼 모스크바로 압송된 뒤 구속됐습니다. 러시아 연방 수사 위원회 대변인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스베틀라나 페트렌코/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대변인 : 수사 결과 세르게이 푸르갈은 여러 기업인 살해와 살해 미수의 주모자입니다.]

세르게이 푸르갈 주지사는 2018년 9월 지방 선거에서 야당인 자유 민주당 소속으로 하바롭스크 주지사에 선출됐습니다. 반정부 성향이 강한 인사로 분류됩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9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손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푸틴 대통령에게 사실상 종신 집권의 문을 열어준 개헌안이 지난 1일 통과된 이후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서 야당 소속 주지사가 체포된 데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러시아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이신욱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세르게이 푸르갈 주지사를 체포한 것이 푸틴 대통령의 야권 손보기라는 분석 있는데 이에 대해서 생각하십니까?

    먼저 세르게이 푸르갈 하바롭스크 주지사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인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래 목재, 고철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 가르히로 2007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극우성향의 자유민주당 출신입니다. 이번 세르게이 푸르갈 하바롭스키 주지사 체포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요. 야권 손보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푸틴 정부의 잠재적인 야권 후보 제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2000년 집권 이후 푸틴 대통령은 장기집권을 목표로 야권 후보들을 적극 견제해 왔습니다. 푸틴은 잠재 대권 후보들을 친정부 성향과 반정부 성향으로 분류해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친정부 성향의 대권인사는 극우 성향의 자유민주당 당수인 지리노프스키나 공산당 당수인 조가노프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푸틴 정부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푸틴 정부에 상당히 협조적이면서 러시아 하원에서 권력을 분전하고 있습니다.

    반면 반푸틴 성향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있었는데요. 이들은 의문의 암살, 국외 추방, 투옥 등을 겪게 됩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푸틴 집권에 상당한 공을 세웠던 언론재벌 베레좁스키, 석유재벌 호도롭스키 등은 국외 추방과 투옥을 당했고 심지어 2015년에는 강력한 야당 대표였던 보리스 넴초프가 암살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는 50% 이상을 항상 유지하고 있는데요. 최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푸틴의 인기 하락과 차기 대선에서의 강력한 야당 후보 등장 방지 그리고 지방정부 장악이라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세르게이 푸르갈 하바롭스크 주지사의 투옥이 정략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 그동안 러시아의 반정부 시위는 대부분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서 진행이 됐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지방인 극동에서 벌어졌어요. 여기에도 큰 의미가 있을까요?

    2012년 이후에 러시아 정국은 대도시인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중심으로 푸틴의 장기집권에 대응해서 러시아 야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저항하게 됩니다. 그러나 러시아 농촌지역에서는 여전히 푸틴의 인기도가 높은데요. 그래서 형성된 것이 도시에서는 야권이, 농촌에서는 여권이 강한 여촌야도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베리아와 극동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은 매우 특이하다고 생각됩니다. 원래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 도약을 꿈꿔 왔는데요. 2013년 집권 3기를 맞이해서 친동방정책을 통해 극동에너지 개발과 인프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는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통해서 한국을 비롯한 극동지역 에너지 시장을 석권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만큼 극동지방은 푸틴 대통령이 공을 들여왔던 지역인데요.

    그 공들여왔던 하바롭스키 지역을 중심으로 4만 명 이상이 모인 이번 극동과 시베리아 지역의 반정부 시위는 푸틴 대통령에게 상당한 충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역에서 푸틴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면주의 등장은 중앙집권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푸틴 대통령에게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구나 지금까지 소련과 러시아의 역대 지도자들은 지방 출신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스탈린이 지금의 독립한 조지아 출신이고 후루시초프가 우크라이나, 고르바초프가 남러시아, 옐친이 우랄지역, 푸틴 대통령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항상 지방 출신 지도자들이 중앙 권력이 바뀌어왔습니다. 그래서 푸틴은 영구집권을 목표로 강력한 야당 후보를 미리미리 제거해 왔고 특히 지역 지도자들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 출신인 러시아 정치 평론가 압바스 갈리야 모프는 세르게이 푸르갈 주지사 체포에 대해 이같은 평가를 내놨습니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모든 야당 후보에게 보내는 신호다. 승리를 위해서 진지하게 싸우지 말라 이기면 더 안 좋아질 것이다" 세르게이 푸르갈 주지사의 체포와 그에 따른 후폭풍이 9월에 있을 러시아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아침& 세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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