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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폭락, 위안화 쇼크보다 더 근본적 문제는 디플레 압박

입력 2015-08-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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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폭락, 위안화 쇼크보다 더 근본적 문제는 디플레 압박


중국 증시 폭락, 위안화 쇼크보다 더 근본적 문제는 디플레 압박


중국 증시의 폭락에 이어 런민은행이 사실상 위안화 평가절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극심한 혼란에 빠지자 중국발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밋빛 전망이 우세하던 중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점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얘기다.

증시 사태를 비롯해 금융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 등 당국 대책이 기대한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그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부작용이 표면화하고 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중국은 지난 30년 간 평균 9.8%, 최근 10년간 평균 두자릿수의 고속성장을 지속했다. 그러나 중국이 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동안 '세계의 공장'으로서 간과됐던 문제들이 '부메랑'처럼 산업구조 불균형과 스모그 등 환경오염 등으로 돌아왔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는 이에 위기의식을 느껴 일단 성장률 목표를 7%로 낮추고 '속도'보다는 '질'에 집중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시진핑 지도부는 그 이론적 기반으로서 양질의 저성장을 추구하는 '뉴노멀(新常態) 전략'을 선언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내수시장을 키우고자 증시를 띄우고 외국인에 중국 증시 투자 문을 열었다. 홍콩거래소와 상하이거래소 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 홍콩거래소와 선전거래소 간 교차거래를 가능하게 한 '선강퉁'을 도입했다. 증시 부양책도 시행하면서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많은 자금이 중국으로 흘러들게 됐다.

이에 중국 증시는 단기간에 폭발적 호황을 보이게 됐다. 하지만 이는 기업 실적과는 무관하게 몰려든 자금과 부양책에 힘입은 바가 큰 만큼 당연히 거품이 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증시 거품이 최근 들어 세계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실물 경제지표가 나빠지면서 붕괴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다수 전문가를 인용해 국제사회가 주목한 환율 상향 조정이나 증시 파동보다 중국 경제의 정작 숨은 문제는 '디플레이션' 즉 경기 침체의 조짐이라고 지적했다. 왕타오(王濤) UBS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전문가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 중 하나는 디플레 압박이 갈수록 거세진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이달 사흘 간 위안화 가치를 4.66%나 평가절하하면서 '위안화 쇼크'를 불렀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절하가 시장 원리를 한층 반영한 환율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수출 활성화를 도와 경기를 되살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속셈에 '반기'를 드는 견해도 없지 않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취훙빈(屈宏斌)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이번 위안화 기습절하가 일각에서 의심하는 수출 경쟁력 제고에는 유용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분석했다.

FT도 중국 수출이 회복되더라도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중국 순수출이 지난 2004~2014년 사이 중국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기여한 부분은 평균 3%포인트씩 감소했다. 같은 기간 투자 분야가 GDP에 기여하는 부분은 매년 평균 5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만성 질환' 같은 문제점이 표출되면 단기적인 처방은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하고 있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자산운용 신흥시장 총괄대표는 "중국발 세계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중국은 여러 가지 부양책을 통해 경제를 계속 성장시키려 하지만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샤르마 대표는 "중국이 '7%'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려고 대출금리를 인하한 게 결국엔 부동산과 증시에 거품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격한 부채 증가는 경기 둔화와 금융위기 예측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변수인데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약 300%에 이른다"며 "2008년 이후 신흥국 가운데 중국만큼 급속도로 부채가 급속히 늘어난 나라는 없다"고 우려했다.

시진핑 지도부 역시 긴급 처방전이 경기 회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경기 둔화가 심화하는 속에서 증시마저 무너지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런 국면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동해 자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조급하게 시행한 대책은 당연히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지난달 3주에 걸쳐 중국 증시가 30% 넘는 폭락세를 보일 때 중국 정부가 내놓은 긴급 부양책은 서툴렀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 등 외국 언론은 중국 증시가 '관제 증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갈수록 정부에 휘둘린다면서 시장이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혼란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증시 개입의 애초 목적은 우량주 기업을 살리고 부실기업은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론 이런 목표에서 한참 벗어나게 됐다"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부가 혼란을 부르지 않은 채 조용히 시장을 빠져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이 이미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중국에 대한 전 세계의 의존도가 많이 증가한 만큼 중국의 경기침체는 글로벌 경제의 핵심적인 우려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와는 달리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는 30%를 넘는 수준으로, 미국의 17%를 크게 웃돌아 중국의 경기침체는 가히 메가톤급 영향을 세계에 미치고 있다.

그래서 시진핑 지도부와 그 경제팀이 장기적이고 고통스러운 경제개혁보다는 즉각적인 임기응변식 처방을 쓰는 방식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에 극약처방 같은 단기적인 부양책을 중단하고 기존 경제성장 동력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모색하는 경제 개혁을 시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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