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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류중일 감독 "한화, 다크호스 넘어 우승후보"

입력 2015-01-0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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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류중일 감독 "한화, 다크호스 넘어 우승후보"


2011년 1월5일. 삼성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은 "신인 감독으로 당돌하지만 대구 올드 팬들이 다시 야구장을 찾도록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2년 뒤에는 "2010년대를 삼성 시대로 만들겠다"는 당찬 각오를 더했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인 도전. 그런데 류중일(52) 삼성 감독은 이 약속을 지켜내고 있다. 지휘봉을 잡은 2011시즌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통합 우승의 신기원을 열었다.

늘 정상의 위치에 섰다. 그러나 아픔도 존재하고, 잃은 것도 있다. 현재 피아노 학원을 운영 중인 그의 아내 배태연(52)씨는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 때로는 벽을 보고 혼잣말을 한다"고 털어놨다. 류 감독도 "빨리 늙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우승의 여운은 항상 달콤하다. 을미년(乙未年), 그의 목표는 통합 5연패 달성이다. 올해는 한화로 이적한 배영수와 권혁, 일본 소프트뱅크로 떠나간 밴덴헐크의 공백으로 9개 팀의 더욱 거센 도전을 받게 됐다. 대구의 한 카페에서 류중일 감독과 만났다.


[신년인터뷰] 류중일 감독 "한화, 다크호스 넘어 우승후보"류중일 감독은 올해 삼성의 통합 4연패와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동시에 따냈다.


◇ 2011~2014년을 돌아보다

- 2014년도 저물었다.

"최고의 해였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타 팀 감독이 가장 부러워하는 감독이 되지 않았나 싶다.(웃음) 이제 2015 시즌을 구상해야 한다. 한화로 FA(프리에이전트) 이적한 배영수와 권혁의 공백을 채우는 것과 남은 외국인 투수 1명의 영입이 중요하다."


- 지휘봉을 잡은 뒤 우승 퍼레이드다.

"복이다. 우승은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내 능력이 뛰어나서도 아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삼위일체가 돼야 우승할 수 있다. 그 동안 삼성은 큰 잡음이 없었다. 선수들을 움직이게 하는 건 코치다. 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선수들을 잘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코치 및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 첫해인 2011년 4강 진출을 예상한 전문가가 별로 없었다.

"당시 전년도 준우승팀을 맡아 책임감이 컸다. 우승을 해야 팬들이 좋아할 텐데 솔직히 걱정이 많았다. 올해도 (선수 이탈로) 우승 전력이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우승하고 싶다."


[신년인터뷰] 류중일 감독 "한화, 다크호스 넘어 우승후보"2013년 WBC는 류중일 감독에게 큰 아픔이었다.


- 4년 재임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는 전년도 우승팀 감독이 맡기로 돼 있어 지휘봉을 잡았다. 그런데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때가 가장 가장 힘들었다.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만큼 당시 비난을 많이 받았다. 2014년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따 다행이지만 대표선수 선발 논란 등으로 힘들었다."


- 국제대회 압박감이 컸던 것 같다.

"삼성을 응원하는 팬들은 늘 소속팀의 우승을 기원한다. 그러나 WBC나 아시안게임은 국가대항전이라 전 국민이 지켜보고 응원한다. 꼭 우승해야 하는 책임감과 압박감이 크다."


◇ 1등 감독의 스트레스, 혼잣말+속병

- 힘든 경기를 마치면 늘 '폭탄주 한 잔 해야겠다'고 말한다. 1등을 지키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나.

"늘 그런 것 같다. 하위팀 감독보다 상위팀 감독이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 같다. 밑에 있는 팀은 4강을 목표로 하지만, 전년도 우승팀은 또 우승해야 된다. 지키기 위한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하다. 원래 술을 잘 못해서 절대 술잔을 돌리지 않는다. 그런데 감독을 맡고선 주량이 많이 늘었다. 옛날에는 소주 반 병에 맥주 3캔 정도였는데, 지금은 두 배까지 늘었다."


- 경기 도중 얼굴이 붉어지는 경우가 많다.

"체질이다. 점점 심해져 한의원을 찾으니까 몸에 열이 많다고 하더라. 화를 배출하면 되는데 속에 가만히 놔두니까 얼굴에 나타난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약 3재를 먹었다.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거의 표현을 안 하고 혼자 삭인다."


[신년인터뷰] 류중일 감독 "한화, 다크호스 넘어 우승후보"류중일 감독의 '내조의 여왕'으로 소문이 자자한 아내 배태연 씨.


- 아내 배태연씨의 인터뷰를 보니 스트레스 탓에 벽 보고 혼잣말을 한다고 하던데.

"맞다. 내가 어떤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지만 아내가 그렇다고 하더라. 잠든 상태에서 한숨도 쉬고 중얼중얼하고. 아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면서까지 신음소리를 내냐'고 그러더라.(웃음)"


- 스트레스 해소법은.

"딱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이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니까 아무래도 빨리 늙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특히 집사람이 그러더라."


- 아내의 내조가 굉장하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나를 위해 새벽기도, 금식기도도 많이 한다. 나를 챙겨주니까 항상 땡큐다."


◇ 2015년 '통합 5연패' 구상

- 2015시즌에는 배영수와 권혁이 없다. 빈 자리를 메울 구상은.

"차우찬이 후보다. 군 제대한 정인욱과 해외파 출신 장필준 등도 있다. 전지훈련에서 선발 후보 9~10명을 생각하고 있다. 만약 차우찬이 선발진에 합류하면 이전에 맡던 롱릴리프 역할을 누구로 메울지 또 고민해야 한다. 아무래도 배영수와 권혁이 빠진 자리가 크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없으니까 정말 아쉽다."


- 2013년에는 외국인 투수가 부진했다. 지난해에는 오승환·배영섭, 2015년에는 배영수·권혁·밴덴헐크가 빠진다. 점점 전력 마이너스가 생기는데.

"팬들과 언론에서 삼성을 우승 후보로 꼽는 것은 전년도 우승팀에 대한 후광이 아닌가 싶다. 매년 선수들이 많이 빠져 나가도 감독의 목표는 늘 우승이다. 우승 전력을 만들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를 잘 파악해 공백을 메워야 한다. 그게 내 역할이다. 1월 초 총 16명의 코칭스태프가 1박2일 워크숍을 하고 큰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신년인터뷰] 류중일 감독 "한화, 다크호스 넘어 우승후보"류중일 감독은 내년 시즌 한화의 우승 후보 가능성을 점쳤다.



- 올 시즌에는 변화가 많다.

"10개팀으로 운영되는 첫 시즌이다. 지난 2년과 달리 경기수가 늘고 휴식기가 없어졌다. 5개팀 감독이 바뀌었고, FA 이동 역시 많았다. 또 외국인 선수 변화도 많다. 기존 국내 선수 역할도 중요하지만 외국인 선수 활약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 지난해 NC의 4강 돌풍을 예측했는데 적중했다. 2015 시즌 판도를 예상하면.

"다크호스인 한화가 우승 후보로까지 뜨지 않을까 싶다. 한화는 최근 2년간 5명의 FA를 잡았다. 국가대표 1번타자 2명(정근우, 이용규)과 마운드 경험이 많은 배영수, 권혁, 송은범을 잡았다. 2년 간 5명이면 팀의 절반을 채운 것이다. 올 시즌은 많은 변화로 연승, 연패팀이 늘어날 것이다. 투수력이 많은 팀이 유리하다. 한화가 이번에 배영수, 송은범, 권혁을 뽑은 이유가 있다. 그래서 한화가 잘할 것 같다. 그외 NC도 외국인 선수가 1명 빠졌지만 지난해 4강에 진출한 만큼 팀이 강해질 수 있다. 두산은 FA 장원준 영입, SK는 김광현의 잔류로 전력이 괜찮다. 특히 10구단 kt에 계속 잡히면 4강 진출이 힘들 것이다."


[신년인터뷰] 류중일 감독 "한화, 다크호스 넘어 우승후보"삼성의 내년 키 플레이어를 묻는 질문에 류중일 감독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이승엽을 찍었다.


- 올 시즌 삼성의 키플레이어는.

"매년 이승엽이 아닌가 싶다. 승엽이가 변수다. 승엽이가 잘하면 이기고 못하면 진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우리나라 최고 타자이고 최고 인기 선수다. 어찌 보면 큰 산이다. 큰 산이 지켜줘야 옆에 있는 산이 잘 받쳐준다. 이승엽은 팀의 버팀목이자 얼굴이다. 그런 선수가 잘 해야 옆에 선수들이 잘 따라온다. 그래서 언제든 이승엽을 꼽는 것이고, 그만큼 책임감을 가졌으면 하는 뜻이 담겨 있다."


- 마무리 고민도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숙제다. 임창용이 40대에 접어들면서 조금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선발 투수가 승을 놓치면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안지만과 임창용의 몸 상태를 지켜보고 최종 결정할 것이다."


- 2015시즌 삼성의 모습은.

"매년 선수들에게 하는 말인데, 4년 연속 우승팀답게 야구를 해야 한다. 즉 2014년보다 2015년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정신무장을 통해 그라운드에서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또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왜 우승이 필요한지 항상 선수들에게 얘기한다. 144게임을 치를 수 있는 몸 관리와 상대팀 전력분석을 잘 해야 한다. 그런 준비를 항상 강조한다. 또 우승을 목표로 새 역사에 도전할 것이다."


- 야구사관학교 'BB아크'가 지난해 초 문을 열었다. 감독으로서 장기적인 그림이 있다면.

"BB아크는 이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리를 잡고 있다. 다만 1군, 2군, 3군, 재활, BB아크가 있는데 운동장이 한 곳밖에 없어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다. 최근 몇 년간 신인드래프트 후순위로 좋은 선수를 못 뽑았다. FA도 안 잡는다. 삼성도 빠르면 3년, 늦으면 5년 뒤에 팀이 점점 약해질 수 있다. 우리 팀의 장점은 빠진 선수 자리를 잘 메워준다는 건데 이제 선수들이 별로 없다. 흙 속의 진주라고 선수들을 점점 발굴해야 하고 그것이 목표다."

대구=이형석 기자 ops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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