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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신입생 입학 앞두고…단원고 '기억교실' 존치 갈등

입력 2015-12-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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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참사 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쓴 교실들이 추모공간으로 보존되고 있는데요. 학교측이 내년에 신입생이 들어오면 교실 수가 부족해서 다음달까지만 운영하겠다고 하면서, 유가족들과 시민단체의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는 명예 3학년 교실이 있습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2학년 학생 250명이 쓰던 교실입니다.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 측은 교실 10개와 교무실 1개를 추모공간으로 보존해왔습니다.

복도에는 사고 직후부터 최근까지 희생 학생들의 가족, 친구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써놓은 쪽지들이 가득 붙어있습니다.

'기적을 기다립니다. 꼭 돌아와주길'이라고 쓰여 있는데 사고 직후에 붙여놓은 쪽지 같습니다.

이쪽에는 '정말 미안해. 미안하고 사랑해, 많이 보고 싶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교실은 유가족들에게 아이들을 추억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희생자 동생·단원고 재학생 : 저희 형도 거기 (교실에) 있거든요. 매일 가서 편지도 쓰고 (방명록) 책에다 왔다고 쓰고요.]

실제로 교실은 2014년 4월 16일에 시간이 멈춰있습니다.

주인 잃은 교무실 한 켠에는 수학여행 일정이 표시돼 있습니다.

이곳은 2학년 1반 교실입니다. 교실 앞쪽 게시판을 같이 한번 보시면 지난해 4월 식단표가 아직까지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영어 듣기평가 일정표가 함께 붙어있는데요.

맨 밑에 보시면 4월 16일 듣기평가는 수학여행으로 인해 21일로 변경됐다는 문구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21일 듣기평가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사물함도 학생들이 썼던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데요. 안에는 슬리퍼와 줄넘기 줄이 들어있습니다. 밑에 있는 사물함에도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썼던 칫솔과 교과서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교육청과 단원고 측은 교실을 내년 1월까지만 유지할 계획입니다.

내년 신입생 300명이 들어오면 교실 수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가족들과 일부 시민단체는 교실 보존을 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청 앞에서는 이렇게 매일같이 단원고 희생 학생 부모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지금 부슬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우의를 입고 또 우산을 쓴 채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피켓에는 '역사의 가르침입니다. 교실을 보존해야 합니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미경/고 이영만군 어머니·기억저장소 소장 : 저희 부모들 욕심으로만 이 교실을 보존하자는 게 아니고요. 단원고 교실이 안전을 배울 수 있는 분명한 장소가 될 것이라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래서 꼭 보존됐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청은 추모 건물을 새로 지어서 교실을 재현해놓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은민 부대변인/경기도교육청 : 건물을 새로 건립을 하고 거기에 이제 10개 교실, 1개 교무실을 원형 그대로 재현하고 그 공간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공간으로 사용하면 어떤가 하는 제안을 드렸고요. 강제적으로 교실 문제를 해결할 의사는 전혀 없습니다.]

단원고 학생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단원고 재학생 : 그냥 (명예) 졸업해서 다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신입생들도 들어와야 하고 논란이 되니까 그냥 가져가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단원고 재학생 : 선배들 유품이니까 그래도 놔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가끔가다 (교실에) 가요. 그냥 한 번씩 보고 가요.]

교육청과 유가족 측은 신입생 입학 전까지 협의를 계속 이어갈 방침입니다.

추모의 방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잊지 않겠다던 약속은 우리 스스로했던 다짐입니다.

그 약속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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