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시장을 끝으로 마무리된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비박(非朴)계가 약진하고, 친박계가 부진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따라 향후 당내 역학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당초 이번 선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박심(朴心)을 등에 업고 출마한 후보들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박계가 승리하는 이변이 빚어졌다. 반면 당 지도부와 주류계 지원을 받고 출마한 친박 후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비박계가 약진한 것은 세월호 침몰 사고 초동 대응 실패와 위기 대처 능력 미흡 등으로 정부 심판론이 커지면서 '친박 마케팅'이 힘을 쓰지 못하고 새로운 인물에 대한 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친박계는 뚜렷한 콘텐츠를 구축하지 못한 채 당원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하는 등 정치력 부재를 드러냈다는 평도 나온다.
12일 전남과 전북, 광주를 제외한 전국 14개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 결과, 비박은 9명, 친박은 5명의 분포를 보였다.
친박계로는 유정복(인천), 서병수(부산), 김관용(경북), 정진석(충남), 박성효(대전) 후보가 꼽힌다.
반면 정몽준(서울), 남경필(경기), 권영진(대구), 홍준표(경남), 김기현(울산), 최흥집(강원), 유한식(세종), 윤진식(충북), 원희룡(제주) 후보는 친이(親 이명박)계 또는 비박계로 분류된다.
특히 이날 서울시장 경선에서 비박인 정몽준 의원이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누르고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비박계의 약진이 확인됐다. 김 전 총리는 이명박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인사이지만 친박 주류계의 지원을 받아 출마한 뒤 선거기간 내내 박심(朴心) 마케팅에 주력했음에도 결국 본선행에 실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시장 선거에서 쇄신파인 비박계 권영진 전 의원이 현역 친박 의원인 서상기, 조원진 의원을 꺾은 것은 최대 이변이었다. 당내 대표적인 쇄신파로 통했던 남경필 의원과 원희룡 의원도 각각 경기도지사, 제주도지사 후보에 선출되면서 비박계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남도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홍준표 지사는 친박계의 직간접적인 견제를 넘고 본선에 진출했다. 강원지사 경선 역시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창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누르고 본선에 진출했다.
특히 비박계의 돌풍이 잇따르면서 부산시장 경선에서는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선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았지만 친박계인 서병수 의원이 의원직까지 던지는 배수진을 치면서 본선 티켓을 획득했다.
울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은 최경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함께했지만 친이계로 꼽힌다. 세종시장 후보인 유한식 현 시장은 지난 대선에서 선진통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으로 옮긴 비주류로 분류된다. 충북지사 후보인 윤진식 의원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냈던 대표적 친이계 인사다.
한편 친박 진영에서는 지방선거 후보 선출에서 보여진 '비박계의 반란'이 향후 전당대회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친박계 원로인 서청원 의원과 비당권파인 김무성 의원의 경쟁이 예상된다. 여기에 친박계인 최경환 전 원내대표와 비박계인 김문수 경기지사의 출마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부 심판론이 커진 가운데 새누리당이 승리할 경우 서 의원이, 여당의 참패로 끝날 경우 김 의원이 우세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친박계의 강력한 결집이 이뤄질 지도 변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