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구두를 닦아 번 돈을 조금씩 모아서 지구 반대편 소녀에게 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얼굴을 본 적도 없지만 이 소녀가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하는데요. 이 두 사람을 이어준 건 말을 듣지 못하는 공통된 아픔이었습니다.
오늘(23일)의 힐링 뉴스, 김혜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하철역 작은 구둣방엔 손님이 끊이지 않습니다.
[채현주/서울 약수동 : 구두 하나에도 얼마나 정성을 들이시는지, 구두가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20년 동안 이 구둣방을 지켜온 전용출 씨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합니다.
그런 전 씨는 3년 전부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과테말라에 살고 있는 12살 소녀, 마리엘라에게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전용출/구둣방 운영 : 사람들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했을 때 엄청난 외로움이 있었어요. (마리엘라가) 힘들어하기보다는 어려운 시간들이 잘 지나가도록 했으면…]
한달에 4만 5000원, 구두 15켤레를 닦아야 벌 수 있는 금액입니다.
[전용출/구둣방 운영 : 힘들다, 손해본다는 생각을 한 적 없어요. 복을 받아서 그런지 일도 더 바빠졌어요.]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아픔도 어루만졌습니다.
[나는 청각장애가 있어서 듣지 못하고 말도 못한단다. 내가 하는 일은 구두를 닦는 일이란다.]
[제가 매일 경험하는 그 모든 고통을 겪고 계시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펐어요. 하지만 그때 생각했죠. 이제 진짜 가족이 됐구나]
부부의 결혼 사진 옆에도 마리엘라의 사진이 나란히 놓여있습니다.
[장기숙/전용출 씨 부인 : 마리엘라는 이제 딸 같아요. 기회가 되면 한 번 가서 만나고 싶어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사람, 얼굴색도 나이도 전혀 다르지만, 아픔을 이겨내는 그 웃음은 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