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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낮 운동복 차림은 루저"…NYT '오징어 게임' 운동복의 사회학

입력 2021-11-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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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 속 녹색 운동복을 입은 참가자들 '오징어 게임' 속 녹색 운동복을 입은 참가자들

핼러윈을 휩쓴 녹색 운동복.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의 복장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운동복이 나라를 상징할 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운동복에 담긴 한국 사회의 정치·역사·문화사를 설명했습니다.

ㅣ"운동복은 사회적 지위 드러내"

신준영 인디애나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운동복은 한국 현대문화에서 사회적 지위를 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색 운동복을 보면 '백수'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면서 한국 드라마에서 낮 시간에 운동복을 입고 돌아다닌다고 하면 "패자라고 낙인 찍힌 캐릭터 혹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캐릭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주인공 김수현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주인공 김수현

편경희 뉴욕패션기술대학교 예술사학과 교수는 영화 '위대하게 은밀하게'의 주인공을 예로 들었습니다. '동네 바보'로 위장한 북한 스파이 역의 주인공이 녹색 운동복 차림이라는 겁니다. 편 교수는 "규율 잡힌 행동과 시민 규범의 상징이 교복이라면, 체육시간이 아닌 이상 운동복은 사회에서 낙오한 사람을 뜻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색 운동복녹색 운동복

ㅣ파란만장한 현대사 상징하기도

황동혁 감독은 녹색 운동복에 대해 1970년대 자신이 학교에서 입었던 운동복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편 교수는 1970년대를 "청바지나 미니스커트 같은 서양식 의상 스타일이 수수한 전통 의상을 대체하기 시작한 때"라고 봤습니다. "서양식 운동복을 입은 사람은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거나 대도시에 사는 사람으로 간주됐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학교나 회사 로고가 붙은 운동복은 '질시의 대상'이었고 그런 옷이 없는 성인 남자는 깔보이기 일쑤였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오징어 게임' 채경선 예술감독은 새마을 운동을 떠올렸습니다. 신 교수 역시 "우리 세대는 녹색이 공직자의 상징이 된 걸 두고 농담하곤 한다"며 "어린 시절 새마을 운동을 귀아프게 들었다. 새마을 운동의 엠블렘은 밝은 녹색바탕에 가운데 노란색 동그라미"라고 돌아봤습니다.

단 한사람의 승자만 남는 게임에 녹색 운동복이 등장하는 게 흥미롭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정재원 럿거스대학교 교수는 "새마을운동이 집단투쟁과 진보를 상징한다지만, 신진보적인 맥락에서 보면 승자가 한 사람만 남는 제로섬 게임에 (새마을 운동의 이미지가) 동원됐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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