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가 우울증, 공황장애를 앓다 지난 8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철도공사의 기관사가 정신건강상의 이유로 목숨을 끊은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이번이 아홉번째다.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노조는 9일 수색 승무사업소(6호선)에서 근무하던 기관사 김모(51)씨가 전날인 8일 새벽시간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의무기록에 따르면 김씨가 2005년부터 공황장애와 우울증, 수면장애, 불안장애 등을 겪었고 지난해 9월 상태가 악화됐다고 전했다.
김씨는 주변 동료의 권유로 이달 초 병가를 신청해 사용했으나 5일 만에 스스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예전과 달리 기관사가 정신건강상 고통을 공개적으로 호소했음에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극단적 사고로 비화된 첫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전의 사고는 기관사가 정신건강상의 고통을 숨기던 중 일어난 사고였다"며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전담하는 힐링센터가 설치된 후 고통을 호소하고 치료와 복귀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직원 중에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노조와 기관사들은 먼저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며 "김씨가 고통을 호소한 즉시 처리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제도적인 문제와 응급처리 방안의 부재가 문제로 지적된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지난 아홉번의 사고 중 6호선 기관사의 사고가 세 번 있었다"며 "이러한 배경에는 6호선 수색승무사업소의 구시대적 노무관리와 지배개입, 병폐적인 조직문화로 기관사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시작됐고 아직도 그 상흔이 치유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 것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6호선 수색승무사업소에는 아직도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기관사들이 또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달리 열차 당 기관사가 1명씩 배치되는 1인 승무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노조는 해당 근무방식이 기관사들의 자살사고가 잇따르는 원인으로 지적한다. 100%에 가까운 지하 터널구간 운행과 서울이라는 인구밀집도시의 높은 혼잡도 현저히 낮은 근로조건과 처우, 높은 긴장도를 요구하는 반복작업, 인력부족으로 인한 노동강도 등이 정신질환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죄인된 마음으로 유족들에 사죄하고 시민안전을 위해 노력한 김씨의 순직처리와 명예회복을 위해 유족과 공사의 합의가 원만히 마무리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오는 15일까지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근조리본을 패용해 근무할 것과 서울시 및 공사를 상대로 무기한 농성투쟁을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반복되는 자살사고에 대한 원인규명을 위해 수색승무사업소부터 역학조사 실시 ▲이후 나머지 사업소로 확대요구 ▲4월 셋째주 시청 앞에서 승무조합원 총회 개최 ▲책임자에 대한 주요 보직 배제 요구 등을 밝혔다.
(뉴시스)